'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성공과 행복을 찾아 약속의 땅 서울로 향했다. 그들을 맞이한 건 획일화된 성공과 행복의 공식. 이에 맞춰 남들과 비교해보니 자신의 모습은 언제나 불행하다. 행복을 찾아온 이상향에 행복이 없음을 발견하다니, 아이러니다.
 
화려함과 풍요로움 같은 우리 기준의 행복을 걷어차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본인들은 행복하다고 한다. 행복찾기에 성공한 그들을 우리는 별종으로 본다. 또 한번 아이러니다.
 
이 시대의 행복한 별종 18명을 만나 그들에게서 행복 비결을 한 수 배워보자.
 
◆행복 충전! 울림이 있는 글귀
 
#1. 삶이라는 흐름 속에 마주해야 하는 기쁨이나 혹은 외로움 허무 따위 절망적인 감상까지 씻어줄 것 같은 황홀함은, 그야말로 삽시간에 끝이 나고 맙니다….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것이 내 곁에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해 존재해 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자유입니다.  - 김영갑(사진가)편.
 
#2. 기사는 죽지 않으면 현역이다. 나이가 듦에 따라 성적이 좋지 않으면 뒤로 물러날 뿐 바둑계를 떠날 수는 없다. 그리고 요즘같이 훌륭한 신예 기사가 많은 판에 왜 뒷전으로 물러나는가. 진정한 고수들과 부딪치며 살아남는 게 불사조의 존재 이유이기도 한데… - 조훈현(바둑기사)편.
 
#3. 이외수가 도사가 아니라는 증거 하나. 그를 취재 갔을 때 나는 그의 그림 한점을 즉석에서 선물로 받았다. 아내가 둘째를 가졌다고 하니 그려준 동자승이었다. 그 그림을 벽에 걸어두면 아들이 태어날 거라며. 하지만 그림은 효험을 발휘하지 못했고 둘째 역시 첫째를 닮은 예쁜 공주였다. 요즘도 나는 동자승 그림을 볼 때마다 이외수를 떠올리며 혼잣말을 하곤 한다. “역시 이외수는 도사가 아니라 인간이었어.”
- 이외수(소설가)편.
 
#4. 시인들이 관찰해서 펼쳐놓은 것을 보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잘 보면 서성거린 것까지 다 보여요. 그런데도 오늘날 시 안 읽는 세상이 된 건 학교교육 때문입니다. 원래는 한편을 읽고 나면 열편이 더 읽고 싶어져야 하는데, 지금의 입시체제 아래서는 배우면 배울수록 시가 싫어져요. 시 읽어서 나쁜 길로 빠지는 법은 없습니다. 모두 시 좀 읽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넷 그만 들락거리고  - 안도현(시인)편.
 
#5. 시를 쓴다는 것은 참 외로운 작업입니다. 한겨울 며칠 낮밤을 혼자 골방에 앉아 글 쓸 때는 너무 외로워서 벼룩이라도 와서 좀 물어줬으면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시인은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고 자기 안의 열정을 쏟아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참 ‘외롭고 높고 쓸쓸’합니다.  - 고재종(시인)편.
 
#6. 숲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숲속은 동물세계보다 훨씬 치열하다. 곧은 나무, 굽은 나무 모두 치열한 삶의 결과이다. 그러면서도 양보와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팽이가 존다는 말이 있다. 너무 빨리 돌아 도는 듯 멈춘 듯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숲도 그렇다. 가장 역동적일 때 가장 완벽한 생태계를 이루는 것을 밖에서 보는 우리는 평화롭다고 느끼는 것이다. - 서민환, 이유미 부부(국립환경연구원 연구관, 국립수목원 연구관)편.
 
#7. 팔레스타인 땅에 가보면 갈릴리 바다와 사해라는 두 호수가 있습니다. 갈릴리 호수는 헬몬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받아 호수를 채운 후 요단강으로 다시 흘려보내기에 물고기가 펄쩍펄쩍 뛰고 생명이 넘칩니다. 반면 사해는 요단강의 물을 받기만 하고 내보내지 않기에 썩은 냄새가 나며 물고기가 한마리도 살 수 없습니다. 이 두 호수야말로 정당한 물질관을 가르쳐주는 좋은 예입니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나머지는 남에게 나눠줘야 모두가 삽니다. - 원경선(농부)편.
 
#8. 볼펜은 겉은 멋있지만 오래돼서 볼이 굳으면 못 쓴다. 연필은 설령 지워지기는 해도 10년이 넘어도 먹이 나온다. 그리고 연필로 쓴 글을 아주 오래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연필처럼 살다 가야지, 연필처럼… - 전우익(농부)편.
 
#9. “선생님, 결혼 10년이 되니 부부 관계가 소원해져요.”
    “아침에 일어나 부인에게 삼배하세요.”
    “에이, 존심 상하잖아요. 이 양반이 뭐 잘못 먹었나며 빈정댈지도 모르고.”
    “그래도 하다 보면 통합니다.”
    그가 내려준 결론은 단순 명쾌하다.
    “부인을 부처님처럼 아껴라, 나도 변산 내려오면 서울 있는 아내에게 망배한다.”    
     - 윤구병(농부)편. 
 
#10. 남들이 욕할지 모르지만, 절간 불상 앞에서는 합장도 해요. 따지고 보면 종교가 다 한뿌리고 한뜻인데 무엇 때문에 서로가 옳다고 다툽니까. 주변에 마침 교회가 있어 내가 목사가 됐을 뿐이지, 아마 곁에 절이 있었으면 스님이 됐을 거고, 성당이 있었으면 신부가 됐을 게요.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입니다. - 임락경(목사)편.
 
#11. 농촌생활이 과연 전원생활이 될 수 있을까요? 어렵게 살던 시절, 사람들은 돈을 찾아 도시로 떠나갔지만 이제는 생명자체를 위협하는 도시에서의 삶에 더 이상 희망이 없어졌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다시 농촌을 회상합니다. 하지만 황폐해져가는 땅과 죽어가는 강물 등 오늘날의 사정은 농촌도 도시와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농촌과 도시를 오락가락한다고 해서 해결될 게 아니라 결국 철학의 문제입니다.”
  - 도법(스님)편.
 
#12. 지식인은 아는 걸로 만족하지만 노동자는 아는 만큼 실천한다. 예수가 곧 노동자요 노동운동가였기에 가장 예수처럼 사는 것은 곳 삶에서 피어난 신학을 실천하는 것. - 조화순(목사)편.
 
◇이승환 지음 / 최수연 사진 / 이가서 펴냄 /264쪽 /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