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담보 무보증 저금리. 여기에 창업 교육까지.

 

창업자금이 부족한 예비 창업자들에게는 귀가 솔깃하고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판 마이크로 크레디트인 미소금융의 출범. 확실한 사업 아이템만 있으면 자금을 지원받아 창업을 하는 게 가능해진 셈이다.

 

2009년 말까지 문을 연 미소금융 재단 10곳은 벌써부터 수많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여윳돈이 조금만 있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으로 미소금융을 찾아 온 사람들. 이들에게 미소금융은 단순히 저금리로 창업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꿈의 터전이나 다름없다. 

 



 ¿생활자금 아닌 창업자금 지원 목적

 

2009년 12월24일 오전. 크리스마스 이브임에도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에 위치한 하나미소금융재단은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운영 시작 3일째인 만큼 미소금융에 대해 잘 모른 채로 무작정 찾아 온 상담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상담 시간만 30분을 넘어서는 것이 예사.


이곳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자금은 모두 다섯 종류다. ▲소규모·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프랜차이즈업체와 연계해 사업장임차자금, 권리금 및 기타 창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프랜차이즈창업자금 대출 ▲개인아이템으로 사업자등록을 한 영세자영업자의 안정적인 자립기반 확립을 위한 창업임차자금(사업장임차보증금) 대출 ▲현재 가게를 운영중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제품, 반제품, 원재료 등의 구입자금을 지원하는 운영자금 대출 ▲현재 가게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로 사업장 시설개선을 위해 필요한 집기, 비품, 영업용 차량 등의 신규 구입·교체·보수자금을 지원하는 시설개선자금대출 ▲사업자를 등록하지 아니하였거나 등록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영세자영업자의 창업에 소요되는 자금 및 제품, 생계형차량, 비품, 집기 구입 등을 위한 무등록사업자지원자금이다.


김시호 하나미소금융재단 자문위원은 미소금융은 생활자금 지원이 아니라 사업 기반을 위한 자금을 지원해주는 데 목적이 더 크다실제로 상담자들 역시 프랜차이즈창업자금 대출이나 창업임차자금 대출 등을 원하는 예비 창업자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 등 금융회사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계층을 기본 대상으로 하는 만큼 예비창업자라고 해서 누구나 미소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소금융지원대출 상담신청서를 작성하고, 상담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은행 등 금융회사와 연계해 15분에서 20분 정도 개인신용정보를 조회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개인신용정보를 조회하게 되면 기록에 남고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신용등급 7등급 이하를 미소금융 대출의 기본 자격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빠뜨릴 수 없다.

 

실제로 이 날 미소금융을 찾은 상담자 중에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라는 기본 기준에 미달돼 어렵게 찾은 발길을 되돌려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김 자문위원은 자신의 신용등급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오기 때문에 실제 상담 고객 중에는 신용등급 3등급의 높은 등급도 있었다대부분은 6등급으로 간발의 차이로 안타깝게 대출 자격이 미달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총 보유자산액 기준도 엄격하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엔 1억3500만원 이하, 지방은 8500만원 이하여야 대출이 가능하다. 김 자문위원은 10명 중 2~3사람은 자신의 정확한 보유자산을 몰라 신청서 아래쪽에 재무상황 칸을 비워놓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는 운영자금 대출시설자금 대출 2년 이상 가게 운영자를 대상으로 하는 데 이 같은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하지 않아 헛걸음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밝혔다
 

¿자기자본 50% 이상 있어야 지원 가능

 

바로 대출되는 거 아니었어?
에게, 겨우 이거 밖에 지원을 못 받아?

 

미소금융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손꼽는 대표적인 불만사항이다. 그러나 이는 미소금융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크다.

 

김시호 자문위원은 미소금융은 돈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더 벌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없는 사람들에게 자금을 분배하고 살 길을 찾아주려는 데 큰 의미를 둔다큰 액수의 대출금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적은 금액을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더욱 취지에 맞다고 설명한다.

 

미소금융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프랜차이즈창업자금 대출과 창업임차자금 대출에서 5000만원이 최고 액수다. 김 자문위원은 보통 1000만원을 기본적인 액수로 잡으면 적절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주의할 것이 있다. 프랜차이즈창업자금창업임차자금 대출을 받고자 하는 경우 총 창업자금의 절반 이상은 자기자본이 마련돼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총 5000만원으로 소자본 창업을 준비 중인 창업자라면 적어도 2500만원은 자본이 마련돼 있어야 나머지 2500만원을 미소금융을 통해 지원받는 것이 가능하다.



김 자문위원은 상담자들 중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자기 자본 한푼 없이 무조건 남의 돈을 빌려 창업부터 하고 보려는 경우가 많다 미소금융은 창업을 도와준다기보다는 성공적인 창업을 도와주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는 만큼 위험부담이 큰 창업자들에게는 자금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미소금융 대출을 신청한 사람들에게 소상공인진흥원의 창업 컨설팅 과정을 필수로 해 놓은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미소금융재단에서 창업자금 대출 자격을 확인받고 신청서를 작성하게 되면 소상공인진흥원으로 연계돼 창업교육과정을 밟게 된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창업교육과정은 대략 15일에서 1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후 창업컨설팅 전문가들이 신청자의 사업 아이템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무작정 창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템으로 어떻게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지가 명확해야 자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컨설팅 전문가는 상권 분석, 입지 조건은 물론 아이템의 사업성까지 꼼꼼히 따져가며 성공 가능성을 가늠한다. 이러한 보고서가 대출을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중요한 심사 기준이 되는 것이다.

 

김 자문위원은 보통 대출이 최종 확정 되기까지는 빠르면 보름에서 길면 한달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기존에 창업교육이나 컨설팅과정을 이수한 증명서가 있다면 따로 이 과정을 밟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또 하나, 프랜차이즈창업자금 대출은 모든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하는게 아니다. 1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5000만원 이하의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중소 프랜차이즈업체들 중 미소금융재단에 등록된 프랜차이즈업체를 창업할 경우에만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창업자금 지원이 가능한 업체 확인은 미소금융중앙재단(www.smilemicrobank.or.kr)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