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LG그룹의 조준호 ㈜LG사장(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과 삼성그룹의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사업지원팀장). 이들은 지난 2008년 현재의 직무를 맡았고 지난해 나란히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의 역할은 양 그룹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이 호실적을 거두며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LG는 선방을 넘어서 위기 이후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삼성그룹은 이재용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이재용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연소 행진 LG 조준호 사장, 차세대 입안ㆍ실행자
지난해 말 LG그룹의 인사는 정중동의 변화였다. 특히 이동 가능성이 거론됐던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남용 LG전자 부회장, 강유식 LG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등 그룹의 중량급 인사들이 모두 유임된 것은 대표적인 고요함의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평온한 수면과는 달리 물밑에서는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음이 엿보인다. 대표적인 변화는 역시 조준호 LG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었다.
부사장이면서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의 공동 대표이사(COO)로 구본무 회장, 강유식 부회장과 함께 2008년 이름을 올렸던 조 신임 사장은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51세로 그룹 내 최연소 사장이다. 그룹 회장으로 오너인 구본무 회장과 35년 이상 LG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강 유식 부회장과 대비된다.
한국투자신탁, 한국존슨앤존슨 등에서 직장 초년병 생활을 했던 조 사장은 1986년 LG전자에 입사하며 LG와 인연을 맺었다. 2008~2009년 구본무 회장이 주재한 각 계열사 CEO와의 컨센서스미팅에도 동석할 정도로 신임을 받는 조 사장과 구 회장의 인연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그룹의 해외영업과 전략 부문에서 일하던 조 사장은 당시 구본무 회장이 그룹 내 경영권 승계와 안착을 위해 의욕적으로 출범시켰던 V-추진본부(회장실 직속)의 부장으로 실무 주역을 맡았다.
조 사장의 승진은 구 회장의 성공적이고 빠른 경영승계와 맞물리며 가속화됐다. 그는 1996년 37세의 나이에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이사대우)으로 부상했고, 2년 만에 ‘대우’꼬리표를 떼고 이사가 됐다. 또 40세인 1999년에 상무보, 다시 1년 만에 상무가 됐다.
2002년에는 LG전자의 전략담당(정보통신) 부사장이 됐고 2004년에는 북미사업을 총괄하는 부사장에 올랐다. 그는 이 시기 영업에 뛰어들었고, 2003년 당시 북미시장에서 1200만대 수준이던 LG 휴대전화 연간 판매량을 3~4년 사이 3000만대까지로 늘려놓았다. LG그룹에서 손꼽히는 전략통 경력에다 영업력까지 인정받은 것이다.
조 사장의 고속 승진은 그의 선배들인 강유식 부회장, 남용 부회장에 비해서도 4~5년 빠른 속도다. 강 부회장과 남 부회장이 압축성장기로 급속히 외형을 확장하던 70~80년대부터 활동해온 것과 달리 조 사장의 활약 시기가 주로 LG의 성숙기인 90년대 이후부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승진은 더욱 도드라진다.
사장으로 발탁된 그는 그룹 전체의 전략을 세우고 계열사를 챙기는 핵심적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는 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등 주력사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태양전지와 발광다이오드(LED),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 미래성장동력을 육성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대표주자 조준호 사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의 입안자이자 실행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이재용 시대 동반자, 삼성전자 재무통 이상훈 사장
LG가 전략통을 중용했다면 삼성은 지난해 말 재무통 중시의 인사를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사업지원팀장)이다.
1982년 대학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사장은 삼성전자 국제회계그룹장(1996년), 북미총괄 경영지원팀장(2001년) 등 재무ㆍ경영지원 쪽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또 그룹과 삼성전자 구조조정본부에서도 재무팀 임원(2004년)을 시작으로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 임원, 경영지원2파트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삼성그룹의 핵심 실세들만이 갈 수 있는 자리인 삼성전자 등기이사(사내이사)로 발탁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그는 40대 중반인 44세에 이사가 됐고 3년 만에 다시 상무가 됐다. 또 전무-부사장-사장 승진도 2년씩 걸렸다. 단계를 밟아가는 삼성 인사의 본보기였다.
그의 발탁은 삼성 이재용 시대의 도래와 맞물려 더욱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말 인사 당시 삼성은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 사실을 사장단 인사와 함께 발표했다. 부사장 승진자는 후속 임원 인사에 포함되는 것이 통례지만 이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는 만큼 사장급의 비중을 부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부사장의 보직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통상 수석 부사장이 맡는 자리로 전무 재직 시절 맡았던 최고고객책임자(CCO)와는 무게가 다르다는 평가다. 이 부사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수석 부사장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부여받겠다는 행보로도 읽힌다.
삼성은 향후 '바이오시밀러', '태양광 산업', '2차 전지', 'LED' 등 차세대 신수종 사업의 정착과 미래 먹을거리 확보를 위해 힘을 쏟을 계획이다. 또 새해 기존의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LCD에 각각 5조5000억원과 3조원을 투자하는 등 8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해 축소됐던 투자를 늘리면서 공격 경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신수종사업 육성에는 삼성전자 김순택 부회장의 신사업추진단과 삼성전자 최지성 대표이사가 전면에 있지만 이상훈 사장이 총책임을 맡고 있는 사업지원팀의 후선 지원도 필수적이다. 이재용 부사장의 경영실적과 신사업이 성과를 인정받는다면 이상훈 사장 등도 동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이재용 시대는 이상훈 사장 등 차세대 삼성 임원들의 시험무대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