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날아든 낭보에 원전주들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이 지난해 12월27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원자력발전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원전 관련주들 화려한 '테마주'로 급부상한 것. 그렇다면 원전주들의 새해 행보는 어떨까?
이번에 한국이 수주한 원전 프로젝트는 원전 4기 건설에 건설비 200억달러와 향후 60년간 운영과 보수비 200억달러 등 총 400억달러 규모다. 우리나라 돈으로 47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돈이다. 이에 따라 관련주들도 기지개를 켜면서 득실을 재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원전 수혜주가 장기적으로 '롱런' 기반을 다졌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단기적인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주 이전에 선제 대응한 기관과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기미가 뚜렷하고,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처럼 이미 상당부분 주가에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에 단기적인 접근시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원전 수혜주, 어떤 게 있나
원전 관련 수혜주로는 우선 컨소시엄에 직접 참여한 한국전력과 한전기술,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한전KPS 등이 눈에 들어온다.
솔로몬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한국수력원자력과 더불어 사업을 총괄하며 수주금액 가운데 1조6000억원을 차지할 전망이다. 핵심기자재를 생산하는 두산중공업은 4조원,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양사가 6조5000억원의 수주 혜택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비보수업체인 한전KPS는 4조원의 수주액을 기록한다는 관측이다.
컨소시엄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부품 조달 등 전방위적 효과를 감안할 경우 물품 조달과 연관된 수주 가능업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컨소시엄에 속한 업체들을 제외하고 각종 기자재 업체들의 수주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 하지만 기존 두산중공업과 국내 원전 공사를 함께 진행한 업체들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솔로몬증권은 플랜트 보조설비(BOP) 분야에서 비에이치아이와 티에스엠텍의 복수기 관련 수주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특히 티타늄 소재와 관련한 BOP 발주가 5000억원 수준으로 관측되면서 티에스엠텍의 수주 가능성은 상당히 현실성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또 강원비앤이는 현재 공사 중인 국내 원전에 증기발생기를 납품한 전력이 있다. 신텍과 S&TC, 성진지오텍은 원자력 관련 BOP 면허 취득을 바탕으로 2010년부터 본격적인 영업전선에 뛰어들 예정이어서 눈길이 간다.
피팅(관이음쇠 제조)과 밸브 관련 업체는 태광과 성광벤드의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피팅시장은 6000억원 수준이고, 이 대부분을 태광과 성광밴드가 수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전 수주를 계기로 제2의 중동건설 붐이 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번 수주로 원전 건설이라는 새로운 플랜트 시장이 추가되면서 원전 건설 경험이 있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업체 가운데 현재 원전건설 경험이 있는 업체는 컨소시엄에 포함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외에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GS건설 등이 꼽힌다.
이들 업체 외에도 향후 국내외 원전 건설 시 다양한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해 경험과 기술을 쌓는다면 건설시장의 제 2중동 붐에 편승해 건설주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가는 '일단 반짝'…눈치 보기 지속
UAE 원전 수주 발표 이후 관련주는 '반짝' 빛을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흐름은 초반 흥분을 가라앉히고 숨고르기에 돌입한 상태다.
두산중공업은 수주 발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8일 증시에서 상한가를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29일과 폐장일인 30일 이틀간은 연속 하락하며 4.5% 내렸다.
한전KPS도 수주 다음날에는 상한가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숨고르기 행보에 들어갔다. 현대건설과 원전설계업체인 한전기술도 오름세가 누그러뜨려지며 단기급등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관련주로 주목받는 종목들 역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걷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는 원전 관련주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UAE를 시작으로 중동을 비롯한 전 세계에 원전과 관련된 추가 수주가 이어질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장기모멘텀 측면에서 원전 관련주의 상승세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양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세계 원자력발전의 신규 수주도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중국과 인도 등 적극적으로 원자력발전 신규 건설을 검토중인 국가 외에 태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원자력발전이 취약한 동남아국가의 진출도 검토 중에 있어 국내 원자력발전의 시장영역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번 수주는 장기간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한국 원자력발전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관련주에 프리미엄을 부여할 수 있다"며 "향후 원자력발전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한다면 관련업체의 장기 성장성도 밝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인 접근은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수주 규모만 드러났을 뿐 정확한 이익규모가 산출되지 않은데다, 외국인과 기관들이 단기 상승을 노려 차익실현을 위한 보유물량을 쏟아낼 경우 단기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장은 "단기적으로 대응해 '먹고 빠지겠다'는 마음으로 관련주를 바라본다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개인이 단기차익을 노리고 가격을 높이면 기관과 외국인 보유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단기적으로는 관련주가 약세를 보일 공산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