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중에서는 대우증권이 올해 불혹에 접어들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업계를 리드해 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지금 그 중심에는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이 있다.
임 사장은 지난해 6월 IBK투자증권 사장으로 재직하다가 대우증권 사장에 취임했다. 올해 대우증권 수장을 맡은 지 햇수로 2년차지만 개월수로는 아직 8개월 정도다. 하지만 임 사장은 그 짧은 기간 동안 공격적인 전략과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대우증권을 더욱 강한 증권사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은준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우증권이 과거부터 강점을 보였던 브로커리지부분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임 사장 취임 후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IB(투자은행) 및 해외영업분야에서 약진하고 있다는 점이다"고 평가했다. 올해에도 IB와 해외영업분야 등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 임 사장의 각오다.
◆증권업계 '부동의 1위'
실적을 보더라도 대우증권을 업계 1위라고 평가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대우증권의 지난해 4~6월 당기순이익은 1207억원으로 업계 최대다. 임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후인 지난해 6~9월 당기순이익은 1870억원, 회계연도 상반기인 4~9월 영업이익은 2393억원으로 역시 업계 최대 규모다.
특히 대우증권은 전통적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영업력을 보유한 증권사다. 브로커리지의 경우 리테일부문에서 2위와의 격차를 확대, 브로커리지 1위 증권사 자리를 굳건히 했다. 도매업무의 경우 국제부문이 지난해 상반기 4.4% 점유율을 기록, 2000년 이후 국내 증권사 중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물론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임 사장은 올해 수익성 향상을 위해 리테일부문을 더욱 강하게 키우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신규 진입자가 늘어날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임 사장은 지난해부터 국내 최대 시장인 강남지역본부를 중심으로 PB(프라이빗 뱅킹) 형태로 체질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또 온라인분야에서는 잠재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 다이렉트(direct) 채널을 강화하고 앞으로 다이렉트영업본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IB-해외진출 '강력 드라이브'
하지만 임 사장은 '브로커리지의 강자 대우증권'이란 평가에 만족하지 못한다.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강자가 돼야 진정한 1등이다. 임 사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IB다. 그는 삼성증권 재임시절 IB본부장을 역임했을 만큼 IB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대우증권은 국내 생명보험사 기업공개(IPO) 1호인 동양생명 상장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IB분야에서 대우증권의 활약으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밖에 지난해 상반기 하이닉스 유상증자, STX조선해양 BW 발행, 동아지질 IPO 등 대규모 딜을 주관했다. 하반기에는 대한생명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IPO주관사로 선정됐다.
임 사장은 지난해 10월 출범한 산은금융지주와의 시너지가 대우증권이 IB강자가 되는 데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CIB(기업금융투자은행)를 목표로 하는 산은금융그룹의 청사진에 따라 계열사인 산업은행, 산은자산운용, 산은캐피탈, 한국인프라자산운용 등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의 성장세와 영업경쟁력이 한층 올라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우증권은 산업은행과 함께 공동 발기인으로 나서 1호 SPAC(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임 사장은 해외진출에 있어서도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홍콩을 전략적인 거점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해외 IR 활동도 활발하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에서 각각 해외 IR를 진행한 바 있다.
◆논란 잠재운 카리스마
공격적인 전략으로 대우증권을 강하게 이끌고 있는 임 사장이지만 사실 사장 취임 당시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많은 금융권 기업들이 그렇듯이 임 사장 역시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것.
당시 김성태 전 대우증권 사장은 임기가 1년이 남은 시점에서 사표를 제출했다. 그런데 후임자인 임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경제특위 특별위원을 지냈던 소위 'MB라인'이란 점이 입방아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CEO의 역량으로 불식시킬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임 사장은 주주들에게 이끌리지 않는 인물로 꼽힌다"며 "자신의 생각과 구상이 확고하고 추진력이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 받는다"고 전했다.
대우증권 내부에서도 공통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한 관계자는 "업무 추진력이 강하고 업무지원이 확실하다. 특히 금융업계의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주주들의 여러 의견 중 보다 회사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경영인"이라고 평했다.
스포츠 선수들에겐 이른바 '2년차 징크스'란 것이 있다. 프로입단 첫해에는 괄목할만한 성적을 올리지만 입단 2년째인 다음해에는 슬럼프에 빠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비단 스포츠 선수에게만 국한 된 말이 아닐 수 있다. 정상에 오르는 것 이상으로 정상을 지키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도 올해 임 사장과 대우증권에 대한 증권업계의 관심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