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9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연극 <레인맨> 제작발표회에 나온 배우 박상원은 예의 반듯한 모습이었다. 막 양복 CF 속에서 걸어 나온 것처럼 부드러운 신사 이미지가 흘러넘쳤다.

그런 그가 <레인맨>에서 자폐증을 앓는 레이먼 바비트 역을 맡는다니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베테랑 연기자인 박상원도 이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지금까지는 가능한 연기하는 것 같지 않게 연기한다는 게 나름의 연기관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야말로 연기를 필요로 하고,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죠."

그는 이어 장애 연기에 대해서는 "더스틴 호프만이 영화 <레인맨>을 통해 좋은 연기를 보여줬고, 아카데미상도 받았다. 연기자들이라면 누구나 도전하고 싶은 연기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원은 그러나 다른 연기자들의 장애 연기를 참고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으려 모색 중이다.

그는 "그동안 많은 이들이 장애 연기를 했지만 가능한 잊어버리려고 한다"면서 "대신 <레인맨>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이 나온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보고 캐릭터를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저런 성격과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까. 연극적 상상과 창조적 망상을 총동원해 봐요. 그런데 공연이 한달여 남았는데 아직은 (캐릭터가) 잘 보이지 않네요."

박상원은 "요즘 <개그콘서트>의 '남보원' 코너에서처럼 '이거 안 할걸 그랬어'를 수시로 외친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 말에서는 오히려 작품에 대해 진지한 열정이 진하게 묻어났다.

"처음 (리딩) 연습을 하면서 많이 울었는데, 공연이 시작되면 저는 울지 않고 대신 관객이 울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레인맨>은 참 잘 짜여진 작품이에요. 연인이나 부모와의 살가운 사랑을 담은 작품들은 많아도 형제와의 갈등구조를 이처럼 묵직한 감동으로 승화한 작품은 찾기 어려울 겁니다."

<레인맨>은 영화로 잘 알려졌듯 주식 트레이더인 동생이 아버지의 유산 상속을 위해 자폐증인 형을 만나 함께 떠나는 이상한 여행 이야기. 가족이 주는 진정한 의미와 사랑을 묻는다. 더불어 장애에 대한 고정된 편견도 무너뜨린다.

박상원은 "극이 진행될수록 자폐증을 앓는 형이 아닌 동생에게서 장애를 보게 된다. 어떤 면에서는 현실에 너무 잘 적응하며 산다는 것이 오히려 장애는 아닌지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박상원 외에도 남경읍, 남경주, 원기준 등 연기 고수들이 모인 <레인맨>은 오는 2월 19일부터 3월28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02) 548-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