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 삶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그때 방향을 잘 잡아 뜻한 바대로 추진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이형승 IBK투자증권 사장 역시 전환점에 섰을 때 변화를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승부사 중 한명이다.

행정고시 29회 출신으로 공직에 들어선 그는 1999년 재정경제부 서기관 시절 과감히 증권업계(삼성증권 이사)에 뛰어들었다. 당시 36세의 젊은 나이였기에 더욱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 후 브이소사이어티 대표, CJ그룹 경영연구소장, IBK투자증권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IBK투자증권의 수장이 됐다.

그는 자신뿐 아니라 회사가 전환점을 맞이했을 때 오히려 강력한 승부수를 띄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자기 자신과 회사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공격적인 경영뿐 아니라 유연한 기업문화 역시 그가 중요시하는 부분이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선 신뢰와 배려를 강조했다. 신생 증권사를 더욱 강하면서도 신뢰받는 회사로 만들기 위한 이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그가 IBK투자증권의 지휘봉을 잡은 지 햇수로 2년째. 이 사장을 직접 만나 그의 생각과 경영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색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재정경제부를 떠난지도 10년이 넘었는데 선택에 후회는 없나?

▶물론 후회는 없고 만족하고 있다.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는 사실 확인할 길이 없다. 공직에 그대로 있었다면 현재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공직을 떠날 때는 의아하게 생각했던 동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만큼 추세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공무원이 위에 있고 민간은 밑이라는 인식이 만연했었지만 이젠 결코 그렇지 않다.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제에 편입된 것도 큰 변화다.

-IMF 사태, 벤처버블, 미국발 금융위기 등 세차례의 대형 버블사태를 모두 가까운 현장에서 겪었을 텐데 소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좋은 경험이었다. 세가지 위기가 양상이 각각 다른데, 운 좋게도 그때마다 해당분야의 중심에 있었다. 한국경제는 세번의 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건강해졌고 내성도 강해졌다.

특히 2008년에 회사(IBK투자증권)를 설립하고 금융위기가 왔지만 위축되지 않았다. 페이스를 조절하며 꾸준하게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인력도 계속 보강해 위기 이후 유리한 국면을 잡는 기회로 삼았다. 이번 위기의 본질은 미국이라는 외부에서 온 것이고, 환금성이 뛰어난 한국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심했는데 그만큼 회복도 빠를 것으로 판단했다.

-일반인들이 볼 때 꾸준히 성공적인 길을 걸어왔다. 성공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성공을 위해선 자기 일에 대해 열정과 일관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 어떤 분들은 나에게 왜  (회사를) 자주 옮기냐고 묻는다. 하지만 회사 자체를 옮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는 항상 일관성을 지키며 선택해 왔다. 사실 재경부만 하더라도 세제 쪽과 금융 쪽은 업무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재경부에서 오래 일한다고 반드시 일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후배들에게도 현재에 안주하지 말라 조언하고 싶다. 지금 가진 것에 대해 크게 생각해선 안 되고, 성취한 것에 대해 푹 빠져 탐닉만 해선 안 된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항상 팔로워(follower 따라다니는 사람)가 될 뿐이다.

-항상 변화하고, 경쟁에서 이기고, 성장하려는 것이 삶을 너무 고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항상 더 나은 것, 더 화려한 것으로 변화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변 사람이 변하게 하려면 우선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무조건 최고를 추구하는 성장 지상주의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모두가 함께 변하면서 서로 화합하고 소통해야 한다. 다만 각자가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IBK투자증권의 단기적인 비전, 예컨대 3년 뒤의 비전 같은 게 있나?

▶3년 안에 어떤 한분야에서 만큼은 최고가 되도록 하겠다. 예컨대 IB(투자은행) 전체에선 어렵겠지만, 그중 어떤 한분야에서라도 톱이 되겠다.

사실 업계 몇위냐를 따지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것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은 5년, 10년, 20년 이상 성장해 나갈 회사이므로 3년 안에 몇등이 되느냐가 중요하진 않다. 일단 실적이 좋은 회사보다는 강한 회사, 기업문화가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특별히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IB분야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의 투자은행그룹’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서도 이 모델의 경쟁력이 입증됐다. 해외진출과 관련해선 아직 신설사인만큼 적극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중견기업(고객)의 관심지역이 중국·동남아 등이므로 현지 기업 제휴를 통해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증권거래소가 설립될 예정인 라오스 등 신생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

고객과 함께 하는 회사를 만드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증권사의 자본규모가 어느 정도냐가 문제는 아니다. 크기는 따라잡으면 되지만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고객과 직원, 회사와 직원, 그리고 각 직원 간에 무한신뢰를 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 오히려 신설사이기 때문에 그런 문화를 정착해 가는 게 가능하다.

-취임 때부터 주식투자로 손해 본 고객에겐 (매매)수수료를 받지 않는 방안을 강조했는데

▶고객 고통을 함께 하자는 뜻이고, 고객과의 신뢰 문제이기도 하다. 또 직원들에겐 책임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수수료 할인경쟁을 벌이자는 의미가 아니다. 주가 하락 시 고객 손실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챙기고 수익을 내는 영업 관행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당사 추천종목 매수로 인한 손실 시 수수료를 면제하겠다는 것이다.

성공한 IPO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회사가 자금조달에 만족하고, 증권사가 수수료를 많이 받았다고 해서 성공한 것인가? 양사가 윈윈(win-win)하고, 투자자도 적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어야 진정 성공한 IPO다. 직원 평가 시 고객수익률을 함께 반영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신입사원을 모두 1년간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하도록 한 것도 파격적인데 취지는 무엇인가?

▶인재를 뽑고 만들기 위한 방안이다. 시장과 기업을 제대로 알아야 증권 영업도 잘할 수 있다. 신입사원들은 보통 소액계좌 고객들을 관리하겠지만 고객 입장에선 결코 소액이 아니다. 단 한 고객의 계좌도 소중히 올바르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올해 신입사원 20명을 뽑았고 모두 본사에서 훈련받은 뒤 리서치센터 및 지점으로 발령될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역시 돈이 최고의 화두다. 돈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돈은 불과 같은 것이다. 너무 가까이 가서도 안 되고, 너무 멀리할 수도 없는 것이 돈이다. 스스로 잘 활용하면 더 없이 좋은 것이고, 잘못 하면 다칠 수도 있는 것이 돈이라 생각한다.

-일반인들을 위해 재테크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한국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 비중이 너무 높다. 부동산의 비중을 과감히 줄이라 권하고 싶다. 장기적으로 볼 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오른다 해도 정부가 세금정책을 통해 대부분 거둬갈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재테크가 자유로워진다. 부동산을 사용개념으로 생각해야지 소유개념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순손익을 따진다면 부동산이 해답은 아니다.

부동산의 비중을 최대한 줄이고 주식 전문가가 아니라면 펀드 간접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상반기에는 주식형펀드, 하반기에는 채권형펀드의 비중을 높일 것을 권한다. 한국경제의 기본은 탄탄해졌다. 그만큼 중장기 전망도 밝다. 그런 점에서 예금을 줄이고 주식 비중을 늘릴 것을 권한다.

◇이형승 사장 약력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학석사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박사
제29회 행정고시 재경직
관세청,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
삼성증권 이사
㈜브이소사이어티 대표이사
CJ그룹 회장실, 경영연구소장
IBK투자증권 부사장
IBK투자증권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