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증시에서 32조8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수급의 주도권은 쥐었던 외국인이 올 들어서는 매수의 고삐를 늦추는 모습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최근 대형 은행권 규제 등 미국정부의 은행개혁 정책 변수와 중국 당국의 지급준비율 인상을 비롯한 출구전략 시동, 원/달러 환율 하락세, 북한 리스크 등 국내외 변수가 외국인의 매수세에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한국증시 이탈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축소된 매수세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1월 기준 60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12월 코스피시장에서 2조2828억원, 11월과 10월에 1조8411원과 1조4815억원을 순매수한 점을 감안하면 1월 순매수액은 직전 3개월 평균 순매수액의 3분의 1 수준이다.
외국인이 한국증시에서만 매수세를 둔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대만에서도 1월 22일 이후 2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보였다. 이머징시장 전반에서 매도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이머징시장에서 공격적인 '사자' 전략을 구사했지만 글로벌 증시의 전반적인 상승에 따른 피로감을 의식해 올 들어 조심스러운 행보로 기조를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5개월 이상 순매수한 경우는 1998년 이후 5번이었다. 지난해에는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과거 외국인이 10개월 이상 순매수를 지속한 경우는 1999년 10월~2000년 8월과 2003년 5월~2004년 9월이다.
◇외국인 매수세 방향은
최지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던 당시와 비슷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과 미국의 경기 모멘텀이 1999~2000년 구간에서는 위축 국면이었으나, 2003~2004년 장기 순매수가 이어지던 시기는 한국과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강하게 상승하면서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이었다.
금리 상황도 2003~2004년 국면과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1999~2000년에는 미국금리가 4번에 걸쳐 인상되면서 1.25%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2003~2004년에는 미국의 금리가 1%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상을 비롯한 출구전략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급격한 상승전환은 힘들 것으로 판단하면 2003~2004년과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2010년 6월 MSCI 선진지수 편입 결정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앞선 사례와 비교하면 외국인이 매수세를 포기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연구원은 "국내증시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배율(PER)은 10.1배로 선진국과 신흥증시 대비 할인율이 각각 71%와 79%로 상대적인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며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국내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대규모 매수를 하고 난 다음해에도 매도로 전환하기보다는 매수 강도를 낮추는 모습을 나타냈다. 지금까지 직전해 매수 규모 대비 57.7% 매수 강도를 낮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매수금액으로 추정해 볼 경우 올해는 약18조6800억원을 순매수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매수세가 이탈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확고한 신념을 갖고 밀어붙이는 금융규제안이 파장을 일으키면 국내시장에서도 헤지펀드와 사모펀드(PEF) 자금의 회수가 진행될 수 있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 증시에 미국계 자금과 조세회피지역 투자자금이 각각 7조원과 5조원가량 유입된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중 상업은행들의 자기자본 투자금은 조기 회수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일부 외국인의 한국 시장 이탈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주도주 사랑에 초점
외국인 매수 기조가 이어진다면 눈여겨봐야 할 종목은 무엇일까? 우선 외국인이 지난해부터 매수에 방점을 찍는 전기전자와 자동차 등 주도주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기회복 속도를 고려해 업황 개선세가 빠른 업종도 유망하다.
외국인은 1월 들어 매수의 끈을 늦춘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사자'의 고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4조479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삼성전자의 전성기를 이끌었는데 올 들어서도 1월에 73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해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주에 대한 관심도 늘려가는 모습이다. 1월 들어 외국인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2690억원어치와 5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해운주도 관심권에 들어있다. STX팬오션과 한진해운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경기회복 이후 조선과 해운 업황의 개선세를 선점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황빈아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간 모멘텀이 높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업종에 대한 외국인 접근은 계속 유효할 것"이라며 "실적이 지속되는 업종과 경기회복에 따른 업황 개선이 두드러지는 업종 가운데 실제로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주시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