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명물/독서광 이연준(한양대 사회학 05) 씨
일년에 200권...책속에서 길을 찾다
자칭 타칭 독서광으로 불리는 이연준 씨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자격증이나 토익공부 등 취업준비로 한창 바쁠 때, 꿋꿋하게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읽을 책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책 중독자'라고 한다. 편차가 심하지만 일주일에 5권 이상, 한해 평균 200권 이상의 책을 읽는 이연준 씨를 만나 책속에 담긴 세상풍경과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독서로 나를 차별화 하는 것
이연준 씨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과 친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사회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회선생님에 대한 동경은 '그를 넘어서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 방법의 하나로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처음엔 책을 읽으면서 단순한 지식을 습득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무엇보다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책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책이 자신을 차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친구들이 토익이나 자격증 공부를 할 때 책을 읽는 자신을 보면 걱정이 될 때도 있지만, 그는 책을 통해 남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과 자신만의 관점을 키웠다. 그는 이것이 자신의 강점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사회학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이연준 씨의 전공은 사회학, 관심분야도 사회학이다. 자연스럽게 사회과학 서적에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그가 사회학 서적만 읽는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의학, 문학, 예술 등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골고루 읽으려고 노력한다.
독서습관 역시 독특하다. 한번에 3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이다. 3권의 책은 각기 다른 분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역사서, 사회과학서와 문학을 동시에 읽는 것이다. 한권을 읽다 지루해지면 다른 책을 읽는 식이다. 그는 이것이 책을 통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연준씨는 자신의 방 네면을 모두 책으로 뒤덮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는 거의 책을 구입해서 읽는 편이다. 자신이 부자는 아니지만 책값을 아끼지는 않는다고 했다. 요즘엔 책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인터넷 북카페나 온라인 서점을 이용해 저렴하게 구입하기도 한다고 했다.
책을 고르는 나만의 방법
이연준 씨는 문학서적을 작가 위주로 고른다.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는 가벼운 일본소설을 읽는다. 최근에는 인터넷 북카페를 이용해서 정보를 얻기도 한다. 그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감명 깊게 읽었다. 책 관련 정보를 검색하던 중 북카페를 알게 된 것을 계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누군가 북카페에 ‘주인공의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하는 추리소설을 알려주세요’ 혹은 ‘주인공이 잘생기고 착한 남자와 연애하는 내용의 소설을 추천해주세요’라고 글을 올리면, ‘어느 작가의 어떤 책이다’하는 답글이 꼭 달린다고 했다. 그는 이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또한 책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북카페의 큰 매력이라고 했다.
책을 통해 얻는 것
이연준 씨는 대학생활의 로망이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 대학생은 앞으로 세상을 만들어갈 사람들이다. 최근 취업난으로 자신의 스펙을 쌓고 취업을 위해 지식을 이용한다는 것이 슬프다고 했다.
취업을 해도 다시 몸부림쳐야 한다.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보다는 발버둥치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쓰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가 사회학을 좋아하는 것도 크게 이런 맥락이다. 사회학이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시선을 제시해준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연준 씨는 특히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교육에서 파생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올바른 독서란 무엇일까?
이연준 씨는 기자가 1년에 10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싶은데 힘들다는 하소연(?)에 '독서량과 권수에 연연하지 말라'는 답을 했다. 한권을 읽더라도 자신이 느끼는 것이 많고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면 값진 독서라는 것.
또한 그는 책을 읽고 굳이 비판적인 사고를 가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비판까지 가지 않더라도 책에서 중요한 것을 하나 찾아낼 수 있으면 된다. 실제로 그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통해 외모 지상주의가 나이나 성별 같은 다른 차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그것이 다른 존재를 고통스럽게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책을 통해 자신감을 키워가고, 단순한 다독이 아닌 깊이있는 책속의 길을 찾아가는 그에게서 올바르고 바람직한 독서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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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준 씨가 추천하는 '책책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
한마디로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외모 지상주의는 심하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일상화가 되었다. 이 책은 단지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것에서 나아가 1등만 인정하는 세상에 대한 비판도 담겨있다. 진지한 책이지만 유머러스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다.
▲르몽드 세계사(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세계사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어느 나라의 역사를 서술한 책은 아니다. 전 지구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쟁점들, 예를 들어 광우병이나 지구온난화 같은 문제에 얽힌 국가들의 자료를 해설해놓은 책이다. 도표, 그래프, 사진이 많이 들어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대한민국사(한홍구)
최근 이슈화되는 문제들이 근현대부터 어떻게 이어졌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시기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지는 않다. 역사에는 진실이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진실에 다가가기위해 노력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사는 권력에 가려져있던 또 다른 진실을 말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콧수염(엠마뉘엘 카레르)
오랫동안 콧수염을 길러온 남자가 면도를 했다. 하지만 아내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아내는 그가 처음부터 콧수염이 없다고 주장한다.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콧수염을 깎은 사건을 계기로 존재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섯 페이지 읽으면 마지막 장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이다.
▲눈먼자들의도시(주제 사라마구)
어느 평범한 도시에서 갑자기 한 남자가 운전을 하고 가다가 신호 걸림 앞에서 눈이 멀고, 그 남자를 계기로 무슨 전염병인것 처럼 온 도시의 사람들이 눈이 멀면서 일어나는 미스터리 멜로물로 최근 영화로도 제작되어 관심을 끄는 책으로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재미있는 책이다.
임희선 대학생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