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부는 한글바람
몽골 대학생들은 지금
한국어 배우기 '열공' 중
한국기업 취업·유학 목표...
조기교육 위해 한국어유치원도 생겨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로 퍼지고 있는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해를 거듭할 수록 뜨거움을 더하고 있다.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하는 외국인 수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표기문자로 채택하는 등 한글 열풍은 좀처럼 식을줄 모르고 있다.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동남아에서 거세게 불던 한국 대중문화 바람이 새로운 콘텐츠를 찾지 못해 시들해 졌지만 우리 글 한글과 한국을 배우려는 노력과 열정은 국가와 민족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그 중 한글과 한국의 매력에 푹 빠진 초원의 나라 몽골의 대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 보았다.
몽골에 부는 한류 열풍
몽골은 지금 한국어 바람과 함께 한류의 흐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세고 강렬하다.
몽골하면 대부분 전설적인 제왕 칭기즈칸, 드넓은 초원 위의 유목민, 말 머리 모양의 전통악기 마두금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류열풍으로 인해 많은 문화적 요소가 변화하고 있는 요즘, 연관 검색어에 ‘한글’을 추가해도 될 정도로 몽골에서는 한글바람이 뜨겁다.
한글뿐 아니라 대중문화 인기도 예사롭지가 않다. 지난해 기자가 몽골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한창 인기를 끌던 SBS드라마 '아내의 유혹' 주제가 '용서 못해'를 거리 곳곳에서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올해는 몽골의 어린이부터 젊은이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얼마전 막을 내린 KBS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제가 '잊지 말아요'를 부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한류열풍이 중년 여성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면, 몽골의 한류열풍은 남녀노소 구분없이 다양한 연령층에서 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영어 조기교육 열풍이 영어유치원을 태동시켰듯이, 몽골에는 한국어유치원이 생겨날 정도로 몽골부모들의 한국어교육에 대한 열망은 대단하다. 그 열망은 유치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성장해서 대학생이 될 때 까지도 계속된다.
'한국어과' 진학이 그 예이다. 한국어과에 진학하여 한국의 문학, 역사, 문화 등에 대해서 배우길 바라고 자식이 원한다면 한국으로 유학까지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이 많은 몽골부모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한국기업 취업은 성공의 공식
그렇다면 왜 몽골에서는 한글에 이리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첫째는 몽골어와 한글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몽골어와 한글 두 언어는 알타이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몽골어에서 전래된 단어가 우리나라의 외래어로 사용되고 있는 단어만 500개에 달할 정도이다.
가령 산에 올라 외치는 '야호'는 몽골어의 '가느냐'에서 유래된 말로 울란바토르에서 택시기사에게 '야호'하면 고개를 끄덕인다고 한다. 또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인 인두, 송골매, 올가미, 바른쪽 등이 몽골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몽골인들은 말을 '멀’, 조랑말을 '조르멀’, 얼룩말은 '알락머르', 눈은 '누트’, 망치는 '만치’ 등으로 발음한다. 어순도 주어+목적어+동사의 순으로 한글과 같다.
두번째 이유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꼽을 수 있다. 특히 한국 교회가 많이 세워져 교회를 통해 한글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드라마를 통해 키운 한국에 대한 관심이 한국인에 대한 호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다.
세번째가 취업이다. 한글공부를 꾸준히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몽골로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화를 위해 몽골 젊은이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직원 채용 시 비중을 두는 부분이 한국어 구사 능력이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한국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일부 몽골 젊은이들은 한글과외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몽골 대학생들은 한국대학의 대학원에 입학하여 다른 전공의 석사학위를 받는 것을 목표로 삼기도 한다. 학부 과정에서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한국에 와서 다른 학문을 공부하는데 사용하려는 것이다.
기자가 몽골에서 만난 울란바토르대학 한국어과 학생인 만둘(Manduul) 씨 역시 대학 졸업 후 한국으로 유학을 와서 관광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의 경기가 좋지 않아 한국 유학을 잠시 보류한 상태라고 한다.
몽골의 젊은이들에게 한국은 꿈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의 땅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류 열풍에 올라타고 한글을 익히며 한국을 향한 열망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몽골 학생들의 코리안 드림이 더 많은 국가의 젊은이들이 한국을 이해하고 한글을 사랑하게 만드는 길목이 되도록 열린 마음을 갖고 그들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한희준 대학생기자 [email protected]
***인터뷰
울란바토르대 한국어과 만둘(Manduul 24)
"한국인 관광객 위한 여행사 차리고 싶다"
△처음 한국어과를 가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무엇인가?
-부모님이 한글을 공부해서 한국으로 유학을 가길 원했다. 나도 한국어를 잘하면 몽골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여행사를 차리고 싶다.
△한국어과를 다니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한자 공부와 역사 공부다. 외워야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힘이 든다.
△한국어를 배우길 잘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가?
-작년 여름에 한국에서 몽골로 봉사활동 온 대학생들과 함께 지낸 적이 있다. 한국 대학생들과 마을 어린이들 사이에서 통역을 해주었는데 그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 16일 동안 한국 학생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한국생활도 많이 알았고 서로 통하는 것도 많다고 생각했다. 아직까지도 연락하고 지내는 것이 정말 좋다.
울란바토르대 한국어과 졸업생 판쵸(Pancho 24)
"한국어 가르치는 선생님 되고 싶어요"
△처음 한국어과를 가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무엇인가?
-오빠가 1994년부터 1997년까지 한국에서 일을 했는데 몽골에 돌아와서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라고 권유해주었다.
△한국어과를 같이 졸업한 친구들은 어떤 직업을 갖길 원하는가?
-많은 친구들이 한국어 선생님이 되길 원한다.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학원도 많이 생겨서 한국어 선생님이 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친구들은 한국에서 다른 전공을 공부해 와서 몽골에서 그 전공에 맞는 직업을 갖길 원하기도 한다.
△‘한국’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TV에서 ‘천사의 유혹’도 나오고 ‘IRIS'도 인기가 많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잘 만드는 것 같다. 2pm, 2NE1이 몽골에서 유명한데, 나도 한국의 가수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하면 연예인이나 노래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아마 이런 것들 때문에 한국의 이미지가 더 좋아진 것 같다.
한희준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