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신, 알부자, 점오배...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

  
 실질적인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이 4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각 기업들이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취업 준비생들을 빗댄 다양한 신조어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08년 하반기 전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와 이에 따른 불황으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이면서 구직자들은 최악의 취업난을 겪어야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학교에서 방황하는 '부끄러운 선배'로 남아 있거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게시판을 기웃거리는 알바생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취업시장도 숨통이 트이는 듯 하지만 여전히 현장의 체감온도는 영하의 날씨다. 이런 취업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청년실신' '알부자족' '점오배족' 등 듣기에 따라 우스꽝스럽지만 신조어들이 떠돌되면서 이 시대 젊은이들의 아픔을 대변해주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작년 한해동안 취업시장에서 유행한 신조어를 조사한 결과, 대학생들의 취업 시기가 늦춰지면서 졸업 후 '실업자 또는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뜻인 '청년실신'이 가장 대표적인 단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1학기부터 시행될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는 빌렸던 학자금을 취업 후에 갚도록 해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지만, 취업 후부터 거의 평생 빚쟁이로 지낼 수 밖에 없어 '청년실신'에 대한 부담감과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대변하는 또다른 신조어는 '알부자족'이다. 알바로 부족한 학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는 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방학이 되면 고향방문과 여행 등을 포기하고 평소 시급의 1.5배를 주는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점오배족'이 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지속되는 경기불황은 대학생들을 '도시락족'과 '5000원족'으로 만들기도 했다.
'도시락족'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대학생들, '5000원족'은 하루를 단 5000원으로 보내는 학생들을 일컫는다. 빠듯한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아점(아침 겸 점심)과 저녁 두끼만 먹으며 한끼에 1500원 정도 하는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지방 구직자들이 많이 쓰는 신조어로는 '서울족', 'KTX풀족' 등이 있다. 서울족은 취업을 위해 상경해 구직활동 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또 서울에서 진행되는 면접전형에 참여하기 위해 KTX를 타고 함께 상경하는 멤버들을 'KTX풀족'이라 한다. 공채시즌이 되면 주요 취업 커뮤니티에 KTX풀 모집 글이 올라오곤 한다.

 '취업 5종세트'라는 말도 있다. 고학력과 높은 스펙을 갖춘 구직자들이 늘어나면서 남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갖춰야 할 스펙으로 '인턴십, 아르바이트, 공모전, 봉사활동, 자격증' 5개를 일컫는 말이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졸업을 계속 미루는 '모라토리엄(Moratorium)족'도 있다. 취업이 안 된 상황에서 사회로 나가 실업자가 되느니 졸업을 미루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며 학생신분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용어로 학교라는 둥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일명 '둥지족'도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가 끝나면 일주일 남짓 남은 면접에 대비해 짧은 준비기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스폿스터디(spot study)족'도 있다. 기업명을 내걸고 함께 입사준비를 할 그룹을 형성하는데, 높은 집중력으로 희망기업 입사를 위한 맞춤형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취업 준비에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온라인을 통해 친구로 사귄 뒤 목적 달성이 끝나면 삭제한다는 '언프렌드(unfriend)족'도 있다. 모두가 취업난이 만들어 놓은 세상풍경이지만 뭔가 인간미가 사라지는 듯해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임희선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