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경제학의 예측 능력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오래 전부터 많이 풀린 돈 때문에 경제에 큰 버블이 만들어지고 그게 터져 세계 경제를 불황의 골로 빠트렸는데도 버블 붕괴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예측한 경제학자는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자산 운용 성적표는 어떨까요?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해 깊이 있게 학문적 훈련을 한 사람들이어서 돈도 잘 굴릴 것 같은 데 실제도 그럴까요? ‘많이 아는 것과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사람마다 들쭉날쭉하지만 대개 투자 성과는 평균 이하입니다.”
“경제학자들은 미래를 예측합니다. 하지만 그 예측은 미리 세워 놓은 많은 가정을 전제로 복잡한 수학적, 통계적 모델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입니다.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예측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현실이 가정과 다르게 움직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예측이 틀릴 개연성이 더 큰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예전에 어디에선가 들은 이야기에는 경제학자, 기상학자, 점쟁이들은 경쟁관계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업무이면서 그 예측의 결과가 매우 불확실하기 때문에 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날씨예보와 경제성장률 전망 가운데 어떤 게 더 잘 맞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경제학자와 기상학자의 공통점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차이점은 기상학자는 현재의 날씨가 비가 오는 것인지 맑아지고 있는 것인지 알지만 경제학자는 현재의 경제가 나빠지는 것인지 좋아지는 것인지 조차도 명확히 모른다는 것입니다.
늘 그렇듯이 최근에 경제상태에 대한 진단도 유명한 경제학자들 사이에 서로 의견이 엇갈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A를 믿고 싶은 사람은 A를 주장하는 경제학자의 이야기만 인용하고, B를 믿고 싶은 사람은 B를 주장하는 경제학자의 이야기만 인용하는 일들이 나타납니다.
또한 중요한 고비마다 스타 경제학자니 스타 애널리스트들이 으레 나타나게 되는 것도 서로 예측을 크게 다르게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족집게로 마치는 사람이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어떤 시기이던지 시장에서는 지나고 보면 정확한 예측을 했었던 사람이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1997년 외환위기를 정확히 예측하여 매우 유명해졌던 스티브 마빈은 1998년 5월 보고서를 통해서는 지수가 300이 붕괴된다고 예측했는데, 실제로 열흘쯤 뒤 300선이 붕괴됐습니다. 그는 <아시아머니>에서 아태지역 펀드매니저 700명에게 여론 조사한 것에서 2년 연속 '최우수 애널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대단한 명성을 얻었던 마빈은 1998년 말에는 <한국에 제2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책까지 펴냈지만 이번에는 저금리로 정책기조가 바뀌면서 돈이 증시로 들어와서 시장이 폭등했습니다. 그의 예측이 완전히 틀리게 되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났었습니다.
2004년에 환율 및 유가의 급등, 중국 긴축 정책에 따른 주가 폭락을 정확히 예측했었고, 2006년 5~7월에 인플레이션 여파로 인한 주식시장의 급락을 정확히 예측했었던 전문가가 지난해 초에는 한해 내내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었습니다. 최대 1250포인트를 넘기기가 힘들 것이라고 했으며 한두번 더 위기가 오면서 700포인트 아래로 증시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측과는 완전히 정반대방향으로 주식시장이 움직였습니다.
2000년대 초 미국 IT버블붕괴 예측으로 유명해졌던 사람이 그 이후 세월에는 그의 주장이 틀리게 나타났습니다. 작년의 금융위기 발생을 미리 예견하여 유명해진 세계적인 학자가 미래에도 잘 맞추는 예측을 이어갈지, 아닐지도 지나보아야 알 일입니다. 이와 같이 누가 어떤 예측으로 유명해졌다 하더라도 그의 말을 너무 믿고 의존하려 하기보다는 그의 논리의 근거를 참고로 보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여러 사람의 이야기, 여러 시각을 두루두루 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편 기상학자가 경제학자에 비하여 현재 상태는 잘 안다는 점 이외에, 나은 점이 또 있습니다. 단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기상학자와 경제학자에게서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미래 특정 시기의 전망은 기상학자가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기상학자가 아닌 일반인조차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경제학자는 수개월 뒤와 1년 뒤 예측을 제대로 못하지만, 기상학자나 일반인은 수개월 뒤와 1년 뒤에 지금보다 추워져 있는지, 더워져 있는지, 비슷한지 여부를 안다는 것입니다.
경제 사이클의 주기는 대략적으로는 있지만 일정하지는 않은 반면 기후 사이클의 주기는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누구라도 한국에서 2개월 뒤에는 지금보다 훨씬 따스해져 있고, 6개월 뒤에는 무더울 정도로 기온이 높게 올라가 있게 됨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합니다.
경제학에서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나 예측의 불확실성이 언제나 큼에도 불구하고 예측에 대한 노력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는 점도 필자로서는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경제를 기상과 비유하기 보다는 운전과 비유하고 싶습니다.
예측을 바라 볼 때 꼭 맞으리라고 믿으면서 바라보지 않고, 방향성을 잡아가는데 도움을 얻을 목적으로 바라보면 됩니다. 이는 우리가 운전을 할 때 ‘신호등’을 보고, ‘표지판’을 보고, 앞뒤 및 옆차선 차들의 행동을 보고, 길가 사람들 행동을 보면서 운전의 방향을 잡아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서도 예측이 꼭 맞으리라고 믿으면 안 되는 것은 주변에 난폭운전, 졸음운전, 음주운전, 신호 무시하는 차도 있을 수 있고 갑자기 길로 뛰어드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전에 많이 다니던 길의 상황이 어느 날 갑자기 바뀌어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예측과는 다른 여러 가지 가능성도 염두에 두면서 방어적 운전을 해야 합니다.
운전시 무작위로 운전하면 안 되고 예측을 하며 운전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러면서도 예기치 않은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지만 안전하게 잘 갈 수 있습니다. 경제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예측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며 그와 더불어 예기치 않은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변에 보이는 것에 따라 예측을 하며 운전을 해야 하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비한 방어적 운전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경제 세계에서도 현실에서 보이는 것에 따라 예측을 하며 투자를 하면서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비한 방어적 자세도 유지해야하는 것입니다.
운전을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사고를 내거나, 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방어적 운전이 필요합니다. 경제를 아무리 잘 알고, 투자를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크게 실패하고 망할 수 있는 것은 방어적인 자세가 없을 때입니다. 운전에서 방어적 자세가 운전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투자에서 방어적 자세가 투자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에서 방어적 자세는 분산투자, 여러 투자대상에 대한 비중 조절, 분할진입, 분할매도, 또는 적립식투자 등을 통해 갖추면 됩니다. 또한 현재의 예측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화가 나타나는지 여부는 펀더멘탈의 변화를 관찰하고, 차트를 보면서 기술적분석에 의한 판단 등을 병행하면서 분할 매매하는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서 기술적으로 보아서 얼마까지 떨어질 터이니 얼마의 수준에서 매수하자는 말은 얼마까지 떨어진다는 예측이 정확히 맞아야지만 의미가 살아납니다. 만약에 그 수준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에서 하락이 멈추고 돌아선다면 매수 기회를 영원히 잡지 못하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볼 수도 있는 일입니다. 한동안은 하락이라는 예측을 했더라도 대세하락으로의 전환은 아니라면, 하락이 깊어질 때마다 조금씩 나누어서 분할 매수하는 방법이 예측을 하면서도 방어적 자세를 겸비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