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나무는 우리나라 대부분 지방에서 자생한다. 당연히 경남 거제도부터 강원도 인제까지 전국 웬만한 곳에선 고로쇠 수액이 생산된다. 그렇지만 전남 광양의 백운산에서 생산되는 고로쇠 수액의 역사는 아주 깊다. 아마 우리나라 고로쇠 수액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선국사 전설 깃든 백운산 고로쇠
전설 한토막 들어보자. 때는 통일신라 말기. 도선국사가 백운산에서 수개월 동안 가부좌 틀고 참선을 한 후 일어서려고 하는데 무릎이 잘 펴지질 않았다. 도선은 할 수 없이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붙들고 몸을 일으켰다. 이때 나뭇가지는 부러졌고, 나무의 상처에서는 물이 흘러나왔다. 도선은 그 물을 받아마셨다. 그러자 그때까지만 해도 굳어있던 도선의 관절은 부드럽게 풀렸고 마침내 무릎을 펼 수 있었다. 이후 사람들은 그 수액을 ‘뼈에 이로운 물’이라 하여 ‘골리수(骨利水)’로 불렀는데, 나중에 고로쇠가 되었다는 것이다.
백운산 자락엔 고로쇠나무가 많이 자생한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몸피에 따라 1~4개 정도의 채취 구멍이 뚫려있다. 물론 나무에 뚫을 수 있는 구멍 개수는 엄격히 정해져 있다. 이렇게 흘러나온 고로쇠 수액은 가늘고 긴 호스를 타고 바로 집 앞까지 흘러간다.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고로쇠나무 하나하나에서 각각 고로쇠 수액을 받은 다음 그걸 모아 지게로 지고 내려왔는데 그때에 비하면 요즘 고로쇠 수액 채취 작업은 많이 수월해진 셈이다.
고로쇠나무뿐만이 아니다. 백운산 산길에는 고욤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다릅나무 서어나무 비목나무 노각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데, 광양시청에서 매달아 놓은 이름표를 보며 공부도 덤으로 할 수 있어 좋다.
또한 백운산은 자연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생태계의 보고다. 산속에는 백운란 백운쇠물푸레 백운배 백운기름나무 나도승마 털노박덩굴 등 희귀식물도 여러종 분포하고 있다. 백운산은 이렇듯 한라산은 물론이요, 지리산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식생이 다양하고 보존도 잘돼 있으니 지정된 등산로 외엔 출입을 삼가는 게 좋다.
섬진강 하구 풍광이 장하게 다가오는 정상
백운산 정상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백운산은 호남정맥의 맹주인 광주 무등산(1187m)보다도 조금 더 높은 호남정맥 최고봉이다. 명성에 어울리게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최고다. 저 멀리 서쪽으로는 전북 장수 땅에서부터 힘차게 달려온 호남정맥 마루금이 산첩첩이고, 발밑에는 계곡이 깊다. 고개를 북쪽으로 돌리면 백두대간의 정기를 갈무리한 지리산 줄기의 장엄한 산물결을 이룬다. 호남정맥의 끄트머리에서 백두대간의 끄트머리를 감상하는 맛, 참 뿌듯하다. 그래서 정상에 올라온 등산인들은 하나 같이 한참 동안 눈길을 떼지 못한다.
그 지리산과 백운산 사이,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호남정맥의 꼬리가 남해로 잦아들고, 그 바다에 몸을 섞는 섬진강의 뒷모습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낙동강 금강 등 이 땅의 수많은 강들이 모두 제각각의 하구를 갖고 있지만, 섬진강의 마지막 모습만큼 아름다운 강도 많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섬진강의 아름다운 마지막 뒷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산, 바로 백운산이다.
이름으로 따진다면 백운산 백운봉 백운대 등 우리나라에 ‘백운(白雲)’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어림잡아도 수십개가 넘는다. 이 근사한 이름을 가진 산 중에서 광양의 백운산이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까닭을 정상에 올라와 보면 알 수 있다. 그 누구라도 황홀한 지리산과 섬진강 풍광에 하산하기 싫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따라서 단 일분이라도 백운산 정상에 더 머물고 싶다면 당연히 이곳에서 간식이나 식사시간을 갖도록 산행일정을 짜는 게 좋다.
백운산 등산로는 대부분 교통 접근이 수월한 옥룡면 동곡리, 즉 동곡계곡을 중심으로 나있다. 이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백운사~상백운암~백운산 왕복코스(3시간)다. 이는 산행 시작지점인 백운사가 해발 800m 정도에 위치해 가장 짧은 시간에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지만 아무래도 산행의 묘미는 좀 떨어진다.
요즘에는 진틀마을에서 오르는 코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진틀마을~병암계곡~진틀삼거리~신선대~정상~약수~진틀삼거리~병암계곡~진틀마을 원점회귀코스(4시간)를 많이 이용한다. 만약 차량이 지원된다면 진틀마을에서 정상에 올랐다가 백운사로 하산하는 진틀마을~병암계곡~진틀삼거리~신선대~정상~상백운암~백운사로 이어지는 코스(4시간)를 밟아도 괜찮다.
도선국사가 심었다는 옥룡사지 동백 군락 장관
산행 후 백운산 초입의 백운산자연휴양림 근처에 있는 옥룡사지 구경도 빼놓지 말자. 휴양림 입구 2km 전에 있는 옥룡사지는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집. 현재 불에 타 절터만 남았으나 도선국사가 땅의 기운을 북돋우려고 심었다는 동백나무 7000여그루가 7ha 면적에 울창한 동백숲을 이루고 있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이면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 보존이 잘 돼 있다. 봄이 되면 떨어진 동백꽃이 옥룡사지 주변의 땅을 온통 붉게 물들인다.
한편 백운산 일대에선 지난 1월 말부터 고로쇠 수액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광양시에선 올해부터 백운산 기슭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엔 정제시설을 설치하고 약수통 주입구에 생산연도와 일련번호가 인쇄된 실링지를 부착해서 내놓는다. 고로쇠 수액 가격은 1통(18ℓ)에 6만원이다. 백운산 기슭의 민박집이나 식당, 가게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또 경칩날인 3월6일(토)엔 오전 10시부터 백운산 입구의 옥룡면 동곡리 약수제단(백운사)에서 고로쇠 약수제가 열린다.
여행정보
●교통 경부고속도로→비룡분기점→중부고속도로→대전 통영고속도로 분기점→남해고속도로→광양 나들목→광양읍→옥룡면→백운산 / 경부고속도로→논산 천안고속도로 나들목→광양읍→옥룡면→백운산 <수도권 기준 약 5시간 소요>
●별미 보통 굴은 봄이 되면 알에 독성이 생겨 먹을 수 없다. 그러나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서 생산되는 벚굴(강굴)은 겨울이 시작된 1월부터 늦으면 5월 초까지도 가능하다. 보통 벚꽃 필 무렵에 씨알이 가장 굵고 맛있지만, 요즘도 맛볼 수 있다.
광양 진월면 망덕포구의 배알도횟집(061-772-3798), 하나로횟집(061-772-3637), 망덕횟집(061-772-2043) 등 10여 집에서 벚굴 요리를 차린다. 벚굴로는 회 찜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화덕에 껍질째 구워내는 벚굴구이가 주를 이룬다. 어른 2~3명이 먹을 수 있는 5kg 3만원, 4~5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10kg 6만원. 굴죽 1인분 5000원.
●숙박 진틀마을에 병암산방민박(061-762-6781), 차도리하우스(061-762-3065), 백운령가든(061-762-4366)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이외에도 동곡리에는 민속가든(061-762-7678), 청송민박식당(061-762-0922), 캐빈하우스민박(061-762-7133), 다우리펜션(061-762-6012), 해뜨는집(061-763-5827) 등 민박집에서 세련된 펜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숙박업소가 있다. 이들 숙박업소에서는 대부분 고로쇠 수액을 판매한다. 백운산 자연휴양림(061-763-8615, www.gwangyang.go.kr)에는 산막, 오토캠프장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참조 광양시청 문화홍보담당관실 061-797-2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