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가 조정국면을 맞으며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증시가 박스권에서 혼조세를 보이며 좀처럼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자 투자자들도 매매 타이밍을 놓고 머릿속이 복잡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승 모멘텀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조그만 악재에도 요동치는 불안심리가 만만치 않은 만큼 강태공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 때를 엿보는 느긋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급의 주도권을 쥔 외국인과 하락 때마다 증시의 소방수로 나서는 연기금이 사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 조정이 매수 타이밍인가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로 대표되는 유로존 일부 국가의 재정문제와 중국의 긴축 강화, 미국의 금리(재할인율) 인상 등 불안요인으로 약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월 중순 장중 1723까지 올랐던 지수는 2월 4일 1548까지 하락하며 한달 사이 175 포인트 급락했다. 이후 해외 불안감이 일정부분 걷히면서 1600선을 회복한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추세적인 상승세를 타기보다는 국내외 소식과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삼한사온'의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종잡을 수 없는 단기행보도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일단 '기다리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과감히 '콜'을 외치는 전문가는 드물다. 상승세를 이끌 모멘텀이 부족한 가운데 추가 상승 시 주식비중의 축소(매도 의견)를 제시하는 전문가도 상당수다.
 
증시가 국내외 호재를 만나 단기적으로 '분출'하더라도 '나쁜 소식' 한 건에 모래성처럼 낙폭을 확대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섣불리 '콜'을 외치기 힘들다는 의견이 대세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주식시장에는 상승 동력인 글로벌 수요의 깜짝 효과와 유럽발 재정위기로 발생할 수 있는 쇼크가 공존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는 전고점(1720선 부근)을 돌파하는 흐름보다는 호재와 악재의 힘겨루기에 따라 기술적 반등과 하락이 반복되면서 '지그재그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1600선 중후반까지 상승 가능하겠지만, 본격적인 반등은 하반기에나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도 상반기까지는 재미없는 장세가 이어지고 하반기 이후에나 본격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해외 악재가 다소 수그러드는 분위기가 되면서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국내 증시는 한숨을 돌리고 저평가 매력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상반기 내내 주식시장의 화두는 출구전략과 더블딥 위험, 재정위기와 같은 매크로(거시) 불안으로 큰 폭의 오름세는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오히려 코스피지수가 1600선 후반까지 오를 경우 주식비중을 줄이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무조건 다라하기는 금물
 
증시가 박스권에서 맴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전략도 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반등 시 주식을 팔아라'는 주장까지 나오니 향후 증시에 대한 대응전략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다수 전문가는 '수급의 열쇠'를 쥔 외국인의 매매패턴에 관심을 둘 것을 조언했다. 어차피 단기적인 대응에 무게가 실린다면 '돈 줄'을 쥔 외국인의 움직임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수의 방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국인"이라며 "단기 대응은 외국인의 매매 방향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으며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상태에서도 미국의 경제 지표 발표치나 예상이 양호하게 형성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도 외국인의 움직임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치환 연구원은 "우선적으로 외국인과 연기금이 관심을 나타내는 업종이나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조정과 회복 과정에서 낙폭이 컸던 업종이나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과 연기금의 매수동향을 살피라고 조언했다.
 
대우증권은 외국인과 연기금이 관심을 갖고 있는 종목으로 서울반도체와 삼성전기, 삼성전자, 기아차, 삼성SDI, SK에너지, 현대차, OCI를 꼽았다.
 
하지만 '외국인 따라하기'에 주의를 당부하는 쪽도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도 최근 빠른 순환매 패턴을 보이고 있어 무작정 '외국인 따라하기'로 좋은 수익률을 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초단기 매매에 능숙하지 않다면 IT와 자동차 관련 우량주를 사놓고 한참 뒤를 바라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외국인 따라하기를 권하지만 외국인 매수를 뒤쫓다가는 뒷북만 칠 가능성이 크다"며 "업종 대표주나 2등주에 관심을 둔 뒤 장기간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설 이후 대부분 약세
 
전통적으로 설 이후 증시는 약한 흐름을 보였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코스피지수의 설 연휴 이후 1달간 등락률은 하락 7번, 상승 3번이다.
 
상승한 경우는 2002년과 2005년에 각각 7.6%와 8.0% 올랐다. 2008년에도 오르기는 했지만 0.1% 상승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는 설 연휴 이후 1달간 8.2% 급락했고, 2000년 -6.8%, 2004년 -3.5%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었던 2007년에도 설 이후 1달간 지수 등락률은 -0.6%였다.
 
이 같은 현상은 연초 랠리 기대감이 소멸하면서 증시도 설 연휴를 기점으로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심리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설 연휴인 춘절 이후에는 중국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던 점도 주목된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에 걸쳐 중국 춘절 연휴 하루 전 영업일과 춘절 연휴 이후 5번째 영업일을 기준으로 업종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운수창고와 철강, 기계, 전기전자, 운수장비 등이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중국 관련주의 오름세가 돋보였다는 해석이다.
 
권양일 연구원은 "춘절 이후 제품가격 인상이나 수요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계절적 성수기가 찾아오는 점이 국내증시에서 중국관련주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춘절 이후 중국의 정책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전국인민대회 등 행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점도 중국 관련업종에 심리적 자극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