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2개와 커피믹스 2개. 그리고 알록달록한 초코알 10여개. 필요한 재료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제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이 음식들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신이 만약 이 재료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면 어떤 작품이 탄생할까.

‘오리온 초코파이情’이 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쓰인다? 우리에게 친숙한 과자들이 미술 심리 치료를 위한 소도구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이름해서 ‘푸드아트테라피’. 어린 아이들에게 주로 쓰이는 미술 심리치료의 하나인데 미술 작품의 도구로 음식을 이용해 작품을 표현하고, 그 작품에 표현된 사람의 마음을 읽고 치료하는 것이다.

지난 2월 <행복한 마음으로의 여행, 푸드아트테라피>라는 책을 내고, 본격적인 음식 심리치료의 전도사로 나선 서금순 상담사를 만나봤다.
 
♦음식으로 마음을 읽는 푸드아트테라피
 
#1. “한번은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초코파이 위에 자신을 표현해 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초코파이의 반은 찡그린 얼굴을 그리고, 나머지 반에는 뾰족한 이쑤시개를 박아넣은 거에요. 디자인을 시작하고 부쩍 예민해져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자기 마음이래요. 그 가시를 스스로 뽑아보라고 했더니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하더라고요.”
 
#2. “언젠가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푸드아트 강의를 하는데 꼬마아이 하나가 라면 위에 우는 얼굴을 그리는 거에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웃는 얼굴을 그리는데 우는 얼굴에 놀라 물어보니 부모님이 얼마 전 이혼을 하셨대요. 어린 아이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3. “결혼 4년차 직장 여성이었어요. 첫아이를 낳고 우울증에 빠져 있었어요. 원두커피 가루로 주머니 하나를 그렸는데 이상한 건 주둥이가 밑으로 향해 있는 거에요. 꼭 주머니에서 무지개빛 가루가 새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결혼 전에 가졌던 무지개 빛 희망이 지금은 다 소진돼서 자꾸만 밖으로 흘러나가는 것 같대요.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고 다시 한번 그림을 수정해 보라고 했더니 작품을 반대 방향으로 뒤집어 놓는 거에요. 그러자 무지개 빛 희망이 다시 주머니 안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푸드아트테라피 강의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800회가 넘는 강의를 했다는 서금순 상담사. 복지회관, 유치원, 남성의 집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강의를 다닌만큼 그는 인터뷰 시작부터 수많은 사연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간단한 재료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뚝딱 만들어내는 작품 안에 얼마나 자신을 많이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이 사실. 그러나 서 상담사는 “오히려 음식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술 심리치료가 많이 알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 자체에 겁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난 그림 잘 못 그리는데 어떡하지’ 같은 생각들이 마음을 표현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음식은 일단 우리 생활에서 가장 친숙한 재료잖아요. 재료에 대한 친근감이 심리 치료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는거죠.”
 
그는 “보통 심리치료라고 하면 굉장히 전문적이고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은 음식으로 자신을 표현해 보고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 만으로도 치유 효과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러니 자신과 같은 상담사의 역할은 작품을 해석하고 진단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질문을 던져 스스로 관찰을 유도하는 것이 전부라는 설명이다. 
 
“초코파이 위에 꽂혀있던 가시를 뽑아내는 것만으로 마음이 치유될 수 있는 건 우리의 뇌에 시각적인 것이 미치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에요. 마음으로 막연하게만 생각하는 것보다 일단 가시를 뽑은 자신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한번 더 확인하고 나면 그 효과를 뇌가 먼저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는 거죠.”

♦푸드아트상담사, 도전해 보세요
 
서금순 상담사는 “사실 최근 들어 국내 최초 음식상담치료사라 불러주는 사람이 많다”며 “엄밀히 따지면 제가 최초는 아니다. 목포대학교에서 미술치료를 가르치고 있는 이정연 교수가 국내에 최초로 푸드아트테라피를 소개했다"고 말한다.  

미술 심리치료에 대해 공부하던 중 미술의 재료로 음식을 사용하는 푸드아트테라피를 알게 됐다는 서 상담사. 그때까지만 해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푸드아트테라피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푸드아트테라피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응용한 다양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원래 청소년치유 등을 맡는 상담사로 활동했어요. 아이들 키우면서 평범한 주부로 살다 보니, 어느날 상담 공부를 더 체계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대학원에 진학해서 상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푸드아트테라피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었어요. ‘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는 음식심리치료만 파고 들기 시작했죠.”
 
서 상담사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푸드아트테라피를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앞세우며 강의도 수없이 많이 다녔다. 미혼모 보호센터와 같은 공공복지기관은 물론 유치원, 또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회관 등은 물론 대만이나 러시아 같은 해외까지 발을 넓혔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푸쉬킨 초등학교에서 푸드아트테라피를 강의, 현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교내 미술치료반이 확대 편성되기도 했다. 말하자면 그는 푸드아트테라피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데  발판을 마련한 ‘푸드아트테라피 전도사’인 셈이다.
 
국내에 푸드아트테라피를 대중화하려면 우선 이를 전문적으로 이끌어 줄 후배 양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가장 먼저 ‘푸드아트상담사 자격증’을 개설하는 데 공을 들였다. 현재는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이를 수료하는 사람에게 자격증을 수여하고 있다.
 
“푸드아트테라피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수요는 늘어나는 데 저 혼자만으로는 수요를 따라갈 수 없잖아요. 심리 치료라는 게 어렵다고만 생각하는데 푸드아트테라피는 특히나 질문을 통해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분야에요.
 
저 역시 본격적으로 심리 치료를 공부하기 전까지는 평범한 주부였잖아요. 상담사 자격증을 딴다면 강사로 활동할 자격이 주어지는데, 최근엔 강의를 요청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주부들에게는 부업으로도 좋은 것 같아요. 저 같은 주부들이 더 많이 도전해서, 푸드아트테라피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