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저는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이던 지난 2005년 3월경 컨설팅회사 대표 및 임원으로부터 공갈죄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당시 제가 구속되면 조합장의 직무집행이 사실상 정지됨으로써 조합의 업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될 위험이 농후했습니다.

고소내용의 진위여부가 객관적으로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소의 주된 목적이 조합장인 저의 직무집행을 방해하는데 있었기 때문에 조합에서는 고소에 대항해 적극적으로 항쟁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사안이 급박해 2005년 3월15일자로 이사회 결의를 거쳐 변호사 선임비용을 우선 조합의 비용으로 지출했고, 같은 해 4월15일 이사 및 대의원회에서 지출내역을 보고 및 인준 받았습니다. 즉 변호사 비용은 조합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비용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제가 피고인으로 된 형사사건이긴 하지만 조합장의 지위에서 업무수행을 위한 급박한 필요에 따라 대의원회의 승인까지 받고 지출한 변호사 비용 지출행위가 횡령죄에 해당하는지요?

A : 위 사안은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소송사건의 변호사 비용을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한 행위가 업무상 횡령죄를 구성하는지가 문제입니다. 판례는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 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ㆍ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됐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제반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해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해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질문자의 경우 컨설팅업체 대표와 임원의 고소 및 공소사실이 설령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고소 및 공소사실의 내용이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으로서의 적법한 업무집행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조합장 개인의 위법행위에 관한 것이고, 그러한 개인적 비리와 관련해 조합장이 구속됨으로써 재건축조합의 업무수행에 지장이 초래된다 해도 이는 그 개인에 대한 적법한 법 집행으로 인해 재건축조합이 입는 반사적 불이익에 지나지 않습니다.

설령 그 고소사실에 대한 혐의가 분명하지 않고 고소의 주목적이 조합장의 업무집행을 방해하는 것에 있었다 하더라도, 조합장 개인을 위해 형사사건의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이 재건축조합의 업무라고 볼 수는 없고, 이러한 사정 아래 조합장인 피고인이 재건축조합의 자금으로 그 자신의 변호사 비용을 지출했다면 이는 횡령에 해당한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조합장이 위 고소사건의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함에 있어 2005년 4월15일 이사 및 대의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해도 재건축조합의 업무집행과 무관한 개인에 대한 고소사건을 위해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하는 것 자체가 위법인 이상 그 결의는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횡령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합니다.

대법원은 최근 회사의 대표이사가 자신이 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배임행위에 대한 소송을 수행하면서 그 변호사 비용을 회사의 자금으로 지급한 사안에서도, 업무상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가 있으므로 법인의 대표자가 개인이 당사자로 된 소송사건에 있어서 법인의 비용을 지출함에는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