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 2위를 다투는 위스키업계 두 수장의 대조적인 행보가 눈길을 끈다. 한국의 김종우 디아지오코리아 대표와 프랑스 국적의 프랭크 라페르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의 이야기다.

김종우 사장은 유럽의 음주 문화를 주도해 온 바텐더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반면 프랭크 라페르 사장은 국악학교 지원으로 한국 고유의 문화와 장인정신을 지키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로 상대방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디아지오코리아 조니워커스쿨

바텐더가 뭘 하는 직업인지, 소믈리에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던 1989년, 영국에 본사를 두고 윈저, 조니워커 등을 판매하는 디아지오코리아는 국내에 색다른 학교를 설립했다. 지난해로 20년을 맞는 조니워커스쿨이 주인공이다.

조니워커 스쿨은 디아지오코리아가 건전한 음주문화를 보급하고 기업의 사회공헌 책임을 위해 만든 비영리 바텐더 및 와인서비스 전문교육기관으로 한국조주학원, 시그램스쿨이라는 이름을 거쳐 2000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니워커스쿨의 성장은 김종우 디아지오코리아 대표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 김 대표는 취임 후 조니워커스쿨의 강의실을 리모델링해서 교육환경을 개선했다. 수익성과는 무관하지만 다양한 음주문화를 전파한다는 뜻에서 지원금 규모도 종전보다 늘렸다.

조니워커스쿨이 홍보에 국한된 학교가 아니라는 점은 강의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강의하면서 사용하는 테스트 제품들이 모두 디아지오에서 공급하는 제품이 아니다. 시바스리갈 등 여러 경쟁사 제품도 조니워커스쿨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홍재경 조니워커스쿨 원장은 이러한 현상을 ‘파격적’이라고 표현한다. 경쟁사 제품을 허용하는 CEO의 개방적 사고가 놀랍다는 평가다.

김 대표의 조니워커스쿨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조니워커스쿨 20주년 기념행사에서 동문회 조직을 제안하는 한편 디아지오 그룹에서 임원에게만 지급된 한정판 싱글톤 몰트 위스키를 조니워커스쿨에 경매품으로 증정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의 바텐더를 뽑는 월드클래스 2010에서 조니워커스쿨 출신이 대회 첫 출전에서 4위에 오르자 뛸듯이 기뻐했다고 한다. 

이곳은 지금까지 약 3만명의 수강생을 배출했을 정도로 막강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국내 바텐더 인력의 20%에 해당하는 숫자다. 디아지오 직원들은 전국 어느 바에 가더라도 얌전히 마시고 나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스쿨 출신들이 곳곳에 배치된 터라 자칫하면 소문이 일파만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신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한국 소믈리에 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한상돈 소믈리에(31기)와 리츠칼튼 호텔의 은대환 지배인(53기) 등 각종 대회를 석권하는 소믈리에와 바텐더들이 이곳 조니워커스쿨 출신이다. 삼미그룹 부회장 출신으로 호텔 프렌치 레스토랑의 웨이터 생활을 해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서상록씨도 지난 1999년 당시 63세 나이로 제78기 과정을 수료했다.

적극적인 지원은 술의 개발로 이어졌다. 이곳에서 개발된 칵테일 수만 250여개인데, 이중 200여개가 창작발표회에서 탄생한 것이다. 국내 칵테일의 발명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명성을 쌓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국악중고 장학사업

임페리얼을 비롯해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로얄살루트 등 히트작을 다수 보유한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최근 국립국악중고등학교 학생 36명에게 96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벌써 9년째다.

장학금 수여식은 라페르 사장이 직접 챙긴다. 작은 땅인 스코틀랜드에서 스카치위스키가 500여년 동안 맛과 향을 이어온 장인정신이 한국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국악과 닮았다는 생각에서다. 한나라의 전통과 문화, 예술을 지키고 계승하기 위한 노력은 개인은 물론 기업과 사회가 총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라페르 사장의 지론이다.

2008년에 페르노리카코리아 CEO가 됐지만 라페르 사장이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마케팅 상무로 4년간 재직하면서 일찌감치 한국에 정을 붙였다. 2000년 아시아 개발상무와 인도-아시아 커머셜 상무, 싱가포르 사장을 거쳐 8년 만에 한국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국새를 모티브로 한 임페리얼 21년산 제품을 출시한 것도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이다.

라페르 사장은 국악 후원을 위해 크게 3가지 장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악 인재 양성을 위한 ‘임페리얼 장학금’, 국악의 세계화를 위한 ‘국악 해외연수 프로그램’,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국악 챌린지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임페리얼 장학금은 매년 국립 국악중고등학교의 최우수 국악 영재 학생을 선발해 3년간 학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페르노리카 코리아와 국립국악중고등학교 공동으로 구성된 장학 위원회에서 결정한 ‘임페리얼 장학금 지급 규정’에 근거해 선발한다. 1학년 때 선발된 학생들은 3년 연속 수혜를 받을 수 있으며, 매년 수혜 자격을 심사한다. 매년 중학생은 1인 200만원, 고등학생은 1인 300만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국립국악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해외 연수 기회를 부여하는 '임페리얼 해외 음악캠프’는 중학교 2학년 4명과 고등학교 2학년 8명, 총 12명으로 구성해 매년 여름 방학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10~15일 일정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등 서양음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도시를 방문해 음악 교육 프로그램 참관 및 체험의 기회를 갖는다. 2009년 임페리얼 해외 음악 캠프 학생들은 해외 연수 중 광장에서 즉석 공연을 진행해 시민들의 호응을 받은 바 있다.

국악 챌린지는 임페리얼 장학생 및 국립국악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지방 순회공연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라도 남원이나 진도, 경상도 부산, 충청도 영동 등 순회 공연 지역은 다양하다. 지난해에는 국악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제주도에서도 공연했다. ‘국악 챌린지’는 국립국악중고등학교 주관, 페르노리카 코리아 후원으로 연 2회 이상 여름 방학 이후에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