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통화전쟁'이 날카롭다.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미국의 요구와 중국의 반발이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는 것.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 등을 줄이기 위해 의회가 나서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주권 침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위안화를 절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위안화 절상 시 국내 경제와 증시에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위안화 둘러싼 미-중 대립
 
미국 의회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편입하는 분기점은 4월15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까지 미국 재무부는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를 펴내기로 돼 있다. 환율조작국은 해마다 2회 공표되는 보고서에서 지정된다.
 
그때까지 위안화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설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력은 금융시장의 교란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국의 위안화 절상 시기와 폭은 미국의 압력보다는 중국의 대내적 필요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겉으로는 대립이 치열하지만 속으로는 미-중의 극한 대립도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위안화 절상은 동아시아 통화 강세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으나, 시장 전체적으로는 글로벌 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대외적으로는 위안화 절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대내적으로는 인상 시기를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며 " 2005년 7월의 위안화 절상 당시에도 2개월 전까지 중국정부가 강경 대응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끌려 다닌다는 인상을 대내외적으로 주지 않으려고 강경하게 대응하지만 위안화 절상 조건이 충족된다면 미국의 압력이 없더라도 절상에 나설 것이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급진적인 절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시기도 단시일이 아닌 장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편이 옳을 듯하다.
 
황빈아 교보증권 연구원은 "위안화가 1% 평가 절상되면 중국의 수출 순이윤율이 1%포인트씩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중국 경제의 타격이 다른 부문으로 이전될 수 있어 단기간 내에 급진적 시행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수혜주 선점 필요
 
위안화 절상이 증시에 무조건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른 수혜주도 있다.
 
위안화 절상 시 중국의 내수 구매력이 확대되면서 대 중국 수출주는 실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 IT와 자동차, 철강, 유통 등 한중 수출 경합도가 높은 업종과 중국 소비관련업종의 수혜가 기대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중국이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에 나설 경우 국내기업이 받을 수 있는 수혜는 크게 2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중국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지면서 한국기업은 상대적으로 해외수출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또 중국 내수시장의 구매력 확대가 국내 최종소비재 생산기업의 매출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서용희 연구원은 "위안화 절상은 해외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국내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수혜는 한국과 중국의 무역에서 수출경합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국과 중국의 수출경합도지수(완전경합 100)를 살펴보면 전자기기와 기계, 철강소재가 각각 24.4와 10.5, 6.8로 높게 나타났다. 화학제품을 비롯해 광학기기, 선박, 자동차의 수출경합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 연구원은 "수출경합도가 높은 업종에 지금부터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며 "최근 철강업종 지수의 반등이 전반적으로 두드러지는 점도 이같은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빼놓지 않고 고려해야 할 대목은 위안화 절상시 원화도 동반 강세를 나타낼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의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절상시기가 빠르면 2분기 중이 될 수 있다"며 "절상 폭은 연 5% 수준이며 금리 인상과 동시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미국의 압력은 제쳐놓더라도 글로벌 원자재가격과 식품가격의 상승으로 중국의 물가상승세가 2분기부터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아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2분기 중에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위안화 절상이 올해 말까지 4~5% 정도 이뤄진다면 위안화 절상을 반영한 원화 강세 정도는 현 수준에서 20~30원 정도로 국내증시와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쇼크'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증권은 위안화 절상 시 운송과 철강, 화장품, 인터넷게임, 호텔, 레저, 휴대전화, 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업종 순으로 수혜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에 대한 원자재 수출기업보다 소비재 수출기업의 수혜가 클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국 소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국내업종은 화장품과 인터넷게임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종은 위안화 절상에 따른 내수시장 확대와 소비증가로 수혜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IT업종의 통신기기와 가전은 프리미엄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