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엔 섬이 많고 그 섬엔 산도 많지만, 남해 금산(701m)처럼 바위와 숲이 조화를 이뤄 자태가 빼어나며 사방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바위 포인트를 곳곳에 지니고 있는 산은 흔치 않다. 그래서일까. 금산은 산에 얽힌 전설도 풍부하다.
경관도 아름답고 얽힌 전설도 풍부
신라의 원효가 도를 깨달으려 이곳 정상 가까이에 초막을 짓고 보광사(普光寺)라 하면서 산 이름도 보광산이 됐다. 고려 말기엔 이성계가 큰 뜻을 품고 이곳에서 산신께 제사를 올렸다. 그는 산신께 맹세했다. 왕이 되면 온 산을 비단으로 덮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만들어주겠노라고. 결국 이성계는 왕위에 올랐다. 그렇지만 아무리 왕이라 해도 어떻게 비단으로 산을 두른단 말인가. 고민하던 이성계는 산 이름을 바꾸는 꾀를 냈다. 즉 '비단 금'자를 쓴 금산(錦山)이라 한 것이다.
금산의 신비함을 빛내주는 역사적인 사연은 이보다 훨씬 오래됐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BC 259~BC 210년)은 동방의 삼신산에 불로초가 있다는 말을 듣고 서불에게 동남동녀 3000명을 주고 불로초를 구해오게 했다.
동방은 우리나라를 말한다. 또 중국 전설의 삼신산인 봉래산돚방장산돚영주산은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ㆍ지리산ㆍ한라산을 일컫는 말이 됐다. 하여튼 서불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산둥반도 해안선을 따라 랴오둥반도로 건너간 뒤 한반도 서쪽 해안선을 타고 내려와 불로초를 찾아다녔다. 제주도 서귀포 정방폭포, 거제도, 통영 소매물도, 남해도 서리곶, 고흥 팔영산 등엔 서불이 다녀갔다는 전설이 남아있다.
이중에서도 남해엔 그 흔적이 지금도 생생하다. 진시황의 아들인 부소(扶蘇)가 귀양을 살았다는 부소암(扶蘇岩)이 금산에 있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곳에선 찾기 어려운 흔적이 남아있다. 그건 바로 금산 남서쪽을 흐르는 두모골 거북바위 옆에 있는 석각문이다. 가로 7m, 세로 4m 되는 반석 위에 기이한 모양의 문자가 새겨져 있는데, 사람들은 이 문자가 '서불이 남해 금산을 다녀가면서 남긴 증표'라 한다. 이 문자의 정식 명칭은 남해 상주리 석각(경남기념물 제6호)인데, 서불과 관련지어 서불제명각자(徐市題名刻字)나 서불과차문(徐市過此文) 등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이 문자는 아직 해독이 안 되고 있다. 흔히 진시황 이전의 고문자(古文字)로 추측하는데, 한국 고대문자이거나 고대 거란족 문자, 혹은 산스크리트 계통의 글자라는 주장도 있다. 이외에도 '귀인의 사냥터'라는 그림 표지라는 등, 선계로 가는 입구를 암시하고 있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얼마 전엔 중국의 전문가가 이 문자를 서불기례일출(徐市起禮日出)이라는 6개의 글자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서불이 일어나서 솟아오르는 해를 향해 예를 올렸다'는 뜻이다.
이런 사연을 품고 있는 금산은 주봉인 망대를 중심으로 왼쪽에 문장봉ㆍ대장봉ㆍ형사암, 오른쪽에 삼불암ㆍ천구암 등의 암봉이 솟아 있다. 또 이성계가 산신령께 기도했다는 이씨기단을 비롯하여, 문장암ㆍ사자암ㆍ촉대봉ㆍ향로봉ㆍ음성봉 등 금산 38경을 이루는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 그리고 눈 아래로 보이는 바다와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인다. 정상 부근엔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처의 하나로 꼽히는 보리암도 깃들어 있다.
가장 일반적인 들머리는 복곡탐방지원센터
금산 산행은 복곡탐방지원센터 앞에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원센터 앞 제1주차장에서 보리암 매표소가 있는 제2주차장까지의 거리는 약 3km. 제1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마을버스(편도 1000원)를 이용해 오르는 게 좋다. 제2주차장에서 15분쯤 걸어 오르면 보리암이다.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 보문사와 함께 한국 3대 관세음보살 성지로 꼽히는 보리암엔 중생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해수관음상이 모셔져 있다. 해수관음상 앞엔 고려 초기 작품으로 보이는 3층석탑이 서 있다. 기단 위에 나침반을 올려놓으면 바늘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자기난리(磁氣亂離) 현상이 일어난다 해서 관심을 끌고 있는 탑이다.
보리암에서 화엄봉을 거쳐 15~20분 정도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금산 38경의 하나로서 버선바위ㆍ문장암ㆍ명필암 등으로 불리는 바위 바로 옆이 정상이다. 이곳엔 봉수대가 있다. 정상답게 사방으로의 조망이 빼어나다.
정상에서 내려오면 다시 삼거리. 여기서 단군성전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 길을 따른다. 단군성전 앞 갈림길에서 금산산장과 제석봉을 거쳐 쌍홍문으로도 내려갈 수 있다. 여기서 바위 사이로 곧장 이어진 능선길을 따르다 헬기장을 지나면 부소암 가는 갈림길이 오른쪽으로 나타난다. 이 길로 들어서서 허공다리를 건너면 우람한 바윗덩이가 우뚝 서있다. 진시황의 아들인 부소가 귀양을 살았다는 부소암이다. 바위 뒤쪽으로 돌아가면 작은 암자도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앵강만 조망이 일품이다. 앵강만 입구에 있는 노도는 서포 김만중(金萬重)이 유배 생활을 하며 <사씨남정기>를 집필한 섬이다.
부소암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능선길을 따르면 상사바위, 곧 상사암(相思岩)이다. 상사바위는 남산에서 조망이 가장 빼어난 곳이다. 돌아보면 금산 정상부터 대장봉이 우뚝하고, 가파른 절벽 위엔 보리암이 아슬아슬 앉아있다. 이어 쌍홍문ㆍ만장대ㆍ사선대ㆍ향로봉 등 눈을 놀라게 하는 기암들이 주욱 펼쳐진다.
남해 금산을 둘러보는 산행코스는 여러 갈래가 있다. 금산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은 차량을 이용해 복곡탐방지원센터 제2주차장까지 올라 보리암에 들렀다 되돌아온다. 노약자가 있을 때 좋다. 1시간쯤 걸린다. 여기에다 여러 명소를 거치는 산행을 곁들이는 제2주차장~기념품판매장~보리암~영굴~쌍홍문~금산산장~상사바위~단군성전~정상~기념품판매장~제2주차장 회귀 코스가 3시간 정도 걸린다.
장딴지가 근질근질하다면 금산 남쪽 19번 국도변의 상주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면 된다. 상주탐방지원센터~쌍홍문~보리암~정상~금산산장~상주탐방지원센터 원점 회귀 코스가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여기에 조망이 빼어난 상사바위와 부소암을 들러도 총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서불과차문이 있는 두모골~부소암 코스는 현재 생태계 보호를 위해 탐방이 금지돼 있다.
주차료 승용차 5000원, 문화재관람료 1000원. 마을버스(편도) 1000원. 한려수도국립공원 복곡탐방지원센터 055-863-3525, 상주탐방지원센터 055-863-3524.
여행정보
●교통 경부고속도로→비룡 분기점→통영 대전고속도로→진주 분기점→남해고속도로(순천 방면)→하동 나들목→19번 국도(남해 방면)→남해대교→남해읍→이동면→복곡탐방지원센터 <수도권 기준 5시간 30분 소요>
●숙식 금산 깊은 산속엔 하룻밤 묵을 수 있는 금산산장(055-862-6060)이 있다. 일출 광경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식사도 가능하다. 2인1실 기준 1박에 3만원, 산채정식 6000원.
금산 남쪽의 상주해수욕장 주변에 전금열(055-862-6066), 김안민(055-862-5842), 강태호(055-862-6133), 김태진(055-862-5897), 전성열(055-862-6232), 최백열민박(055-862-6370) 등 민박집이 많다.
금산 동쪽의 남해편백자연휴양림(055-867-7881, www.huyang.go.kr)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숲속의 집 5인실(26㎡) 기준 3만2000~5만5000원, 야영데크 4000원. 입장료 성인 1000원, 주차료 승용차 3000원.
●참조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055-860-8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