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
잠시 잠깐 님 그리워 나는 못살겠네

-민요 '정선 아리랑' 중에서
 
정선 여량면 아우라지는 남한강의 본류인 골지천과 평창 황병산에서 발원한 송천, 두개의 강물이 만나 어우러지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지명이다. 그런데 이 아우라지는 뼝대(벼랑의 강원도 사투리) 드높이 솟아 있지도 않고, 강물이 휘휘 돌아가는 절경도 아니다. 다만 그 이름처럼 두개의 강물이 어우러져 있는 평범한 강변일 따름이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은 설렌 가슴을 안고 이 아우라지로 찾아드는 걸까.

아우라지 처녀가 지키고 있는 강변

그것은 아우라지 강변에서 나룻배를 타보면 안다. 강폭은 10m도 안 되는 짧은 거리. 뱃사공은 줄을 천천히 잡아당기며 우리 민요 '정선 아리랑' 한 대목을 뽑는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 / 잠시 잠깐 님 그리워 나는 못살겠네~"

그리고 뱃사공은 아우라지가 정선 아리랑 '애정편' 가사의 발상지임을 구수한 사투리로 자랑스럽게 풀어낸다. 승선 시간은 5분도 채 안 된다. 그렇지만 상상의 나래는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옛 연인의 안타까운 이야기로 펼쳐진다.

"이 가사에 얽힌 사연은 1910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이곳 여량리의 처녀와 구절리 너머 유천리에 사는 총각은 서로 사랑을 했드래요. 사랑에 빠진 이들 젊은 연인은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싸리골로 동백을 따러 가기로 했드래요. 그런데 전날 밤에 내린 폭우로 강물이 불어 나룻배가 건널 수 없게 됐드래요. 두 연인은 애타는 마음으로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지요. 그 당시 이 나루터엔 소리도 잘 하고 장구도 잘 쳐 `지장구 아저씨돴로 불리던 남자가 뱃사공으로 있었는데, 그가 연인의 안타까운 마음을 아리랑 가락에 담아냈으니 바로 이 노래드래요."

'정선아라리'라고도 불리는 정선아리랑의 유래는 조선 건국 무렵 고려의 충신들이 정선의 남면 거칠현동으로 옮겨와 은거하면서 겪었던 고난을 읊은 한시를 정선 지방에 구전되던 토착 민요에 의탁해 불렀던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흔히 강원도엔 정선아리랑만 있는 것으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웬만한 고을엔 아리랑이 전해오거니와 강원도만 짚어도 원주아리랑, 평창아리랑, 삼척아라레이, 횡성어러리, 정선아라리, 태백아라레이…. 많고도 많다.

그렇다면 정선아리랑이 강원도 아리랑의 대표로 등극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정선군이 인근 다른 고을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 이미 1971년에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을 받았기 때문이겠지만, 그 전에 정선엔 여러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애정편' 가사의 발상지인 아우라지엔 애잔한 사연을 지닌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또 아우라지 하류로 내려가면 동강의 저 유명한 '전산옥'이라는 술집이자 여자도 있다. 이런 대상을 읊은 가사는 산골 생활의 평범한 일상에 드라마틱한 요소를 가미해주었다. 무엇보다 지리적으로 아우라지는 남한강의 뗏목 수로가 시작된 곳. 따라서 남한강 긴 물줄기를 따라 정선 떼꾼들의 아리랑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도 정선아리랑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였던 것이다.

아리랑 노랫가락 흥겨운 정선 장터

아우라지에서 나룻배를 타고 강 건너의 아우라지 처녀 동상을 만난 뒤엔 구절리로 들어가 보자. 한때 정선선 열차의 종점으로서 정겨운 꼬마열차가 다니던 이곳은 요즘 레일바이크 여행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레일바이크도 타고 오장폭포도 구경했다면 다시 되돌아 나와 정선 읍내로 방향을 잡는다. 작은 시골 장터인 정선장은 오지마을 사람들이 깊은 산 속에서 직접 뜯어온 나물이나 약초 따위를 들고 나와 파는 5일장이다. 이곳은 산골 사람들이 오랜만에 친지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도시에서 찾아온 사람들은 이런 정경들에서 옛 추억을 되살리며 즐거워한다.

정선장에선 철마다 나오는 특산물을 싼 값에 살 수 있지만, 무엇보다 정선아리랑을 직접 들을 수 있으니 이보다 큰 즐거움은 없다. 40명으로 이루어진 정선아리랑 군립예술단 회원들이 장날마다 장터 한쪽의 야외공연장에서 정선아리랑을 부른다.

"눈이 올려나 비가 올려나 억수장마 질려나 /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 든다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공연이 펼쳐지면 노래에 맞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의 하나로 꼽히는 정선아리랑의 고을 정선. 어디서든지 애잔한 아리랑 노랫가락 울려 퍼질지는 분위기가 바로 정선의 매력이 아니던가.

이런저런 구경을 하며 장을 둘러본 뒤 정선아리랑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정선문화예술회관도 꼭 들러보자. 정선 군민들로 이루어진 정선군립아리랑 예술단 단원들과 정선에 상주하고 있는 연극 단체인 정선아리랑 공연 예술 단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펼치는 공연의 주제는 매년 바뀌는데, 올해 공연 제목은 '아리랑 고개 너머'. 정선골에 살던 세자매 아리ㆍ달이ㆍ별이가 부르는 아리랑을 통해 고난ㆍ분단ㆍ극복ㆍ평화ㆍ통일의 아리랑 고개를 넘어 세계인 모두가 함께 평화와 상생을 노래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료지만 제법 수준이 높아 관광객들의 찬사가 이어진다.

한편 정선읍 애산리의 정선아라리촌에서도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이 5월1일부터 6월13일까지 매주 토ㆍ일요일 주말마다 정선아리랑 정기공연을 펼친다. 이 공연은 오후 1시30분, 오후 2시30분 하루 2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어쨌든 정선 여행 일정은 가능하면 정선 장날(매월 2ㆍ7ㆍ12ㆍ17ㆍ22ㆍ27일)에 맞추는 게 좋다. 5월 넷째주 21일(금)이 석가탄신일이요, 22일(토)은 '놀토'면서 마침 장날이다. 따라서 일요일까지 무려 사흘간이나 연휴가 이어진다. 연휴에 맞춰 산나물 축제도 열릴 예정이다.


여행정보

●숙박 아우라지역 근처엔 옥산장(033-562-0739), 구절리엔 고향민박(033-562-5005), 구절민박(033-563-7985)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033-562-5833 www.huyang.go.kr)은 삼림욕을 곁들일 수 있는 휴양 공간. 휴양림 입구에 있는 수정헌(033-563-8860, www.sujunghun.com)은 평화로운 산골 민박집이다. 작은방(4인 기준) 3만원, 큰방(8인 기준) 5만원. 식사도 가능하다. 백반(1인분) 5000원. 토종닭 백숙(3만원)은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한다.

●별미 요즘 정선 별미는 곤드레나물밥이 제철이다. 곤드레 특유의 향긋한 향기와 섬유질이 풍부한 곤드레는 소화가 잘돼 위에 부담이 없는 음식이다. 정선장터에서 3분 거리에 나란히 이웃하고 있는 동박골식당(033-563-2211)과 싸리골식당(033-562-4554)은 곤드레나물밥으로 쌍벽을 이루는 전문 식당이다. 곤드레 돌솥밥 6000원, 곤드레 정식 8000원, 곤드레전 5000원.

●교통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59번 국도→나전리 삼거리(좌회전)→42번 국도(강릉 방면)→아우라지. 아우라지에서 정선장으로 가려면 42번 국도를 되짚어 가면 된다. <수도권 기준 3시간 30분 소요>

●참조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033-560-2361~3, 홈페이지 www.jeongseo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