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대가 기업들 중 두곳이 지난달 나란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과거 외환위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한라그룹은 자동차 부품회사 만도의 상장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반면 성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해 여름이 가까워짐에도 그룹 주변의 냉기와 삭풍을 예고하고 있다.
 
한라그룹과 성우그룹은 모두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들이 옛 현대그룹에서 분가해 각자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뤘던 곳들로 현재는 2세 경영진이 경영을 맡고 있는 회사들이다.
 
양 그룹의 역사는 40~50년에 달하지만 창업 1세대와 2세대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기도 한다. 생전의 정주영 회장과 동생들(한라그룹 고 정인영 회장, 성우그룹 고 정순영 회장)이 차례로 별세하면서 사촌간에는 선대의 동고동락과 같은 끈끈함이 존재하기 어려웠다는 평도 있다. 범현대가 기업들의 부침의 과정을 들여다봤다.

정몽선 성우그룹 회장과 성우리조트.

◆뜨는 만도에 웃는 한라
 
만도는 지난달 상장한 회사들 중 돋보이는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대장주 삼성생명이 공모가를 밑도는 수모(공모가 11만원, 6월3일 종가 10만4000원)를 겪은 반면 만도는 공모가를 30~40% 정도 훌쩍 넘어선 상태(공모가 9만원, 6월3일 종가 12만500원)다.

상장폐지 10년 만에 증시로 컴백한 회사가 남유럽 위기 등에서 비롯된 금융시장 불안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본래 만도의 창업자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이자 부도옹(不倒翁)으로 더 잘 알려진 고 정인영 회장이었다. 정인영 회장의 만도 창업 과정은 그의 부도옹 역사의 첫번째 사례로 꼽힌다. 만도의 전신은 1962년 고 정인영 회장이 설립한 현대양행(현재의 두산중공업). 하지만 산업합리화 정책 등으로 이 회사 일부(중공업 부문)를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빼앗기게 된다.
 
자식 같던 회사를 빼앗긴 정 회장은 안양공장의 자동차부품 부문으로 만도기계를 세웠다. 사람은 할 수 있다는 뜻의 '맨 두(Man do)'에서 따온 만도라는 사명처럼 회사는 현대차의 급성장과 함께 아시아 정상급의 자동차 부품 전문회사로 커 나갔다.

하지만 모그룹이 외환위기를 넘지 못하면서 만도기계는 JP모건 중심의 외국계 펀드로 넘어갔다. 그룹의 표류 속에서 정인영 회장도 2006년 별세했다. 만도를 2008년 한라그룹 품으로 되찾은 것은 정인영 회장의 둘째 아들인 정몽원 회장이었다. 또 다른 친족기업인 KCC, 현대차그룹 등의 직간접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만도는 공모자금을 활용해 R&D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로 하고 2013년까지 매출을 현재의 두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상태다. 또 다른 '숙원사업'으로 과거 계열사였던 한라공조를 되찾는 것도 과제로 제시했다. 부도가 나고 창업자가 경영권을 잃었던 기업, 만도는 사명(할 수 있다)과 부도옹처럼 일어나 우뚝 서 있다.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에 우는 성우
 
한라그룹과 달리 창사 이래 최대의 어려움에 빠진 곳도 있다. 채권단의 주도로 워크아웃이 추진되는 현대시멘트와 성우건설의 성우그룹이다.
 
현대시멘트는 국내 6위 시멘트업체로 시멘트사업 외에 성우리조트, 골프장 등 레저사업도 펼치고 있다. 성우그룹은 성우종합건설 부실로 인해 동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우종합건설은 경기 김포와 일산 등에서 아파트 등을 분양했지만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또 서울 양재동 복합 유통센터 시공사로 참여했다가 재무 상황이 악화되는 어려움도 겪었다.
현대시멘트는 1969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둘째 동생인 고 정순영 명예회장이 현대건설 시멘트사업부에서 분리시켜 성우그룹으로 편입한 회사로, 현재는 정순영 회장 장남인 정몽선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그룹의 창업자이자 1세대인 정순영 회장은 2005년 별세했다.
 
현대시멘트는 경제개발 과정과 현대건설의 성장과 함께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2000년 초반부터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현대건설의 표류 등으로 이전과 같은 위상을 확보하지는 못 해 왔다. 특히 현대시멘트는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부터 건설경기 악화로 자금난을 겪어왔고 시멘트 수요감소로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재계에서는 성우그룹과 현대시멘트가 레저사업 매각 등을 통해 주력사업인 시멘트를 살리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 등과 맞물려 어려운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