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ES시리즈는 대표적인 수입차로 '강남 쏘나타'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강남에서 인기가 높다는 의미다. ES시리즈는 강남 파워에 힘입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연간 판매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형차가 출시될 때마다 혼다 어코드와 함께 비교 시승차량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덧 견제의 대상이자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비교시승 때마다 찔끔 타보는 것으로 ES시리즈의 참 맛을 알기에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주말을 이용해 렉서스의 대표적인 주력차종인 ES350을 타고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보며 강남 아줌마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중후한 외관, 안락한 실내
ES350의 외관 디자인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범하면서도 중후하다는 느낌이다. 렉서스 제품 라인은 LS, GS, ES, IS, SC, RX 등 여섯 가지다. ES는 중형급 모델로 우아하고 멋진 차량이라는 엘레강스 세단(Elegance Sedan)의 줄임말이다. 이름과 디자인이 그럭저럭 들어맞는 모습이다. 렉서스 측은 특유의 정숙성, 부드러운 승차감과 탑승자를 배려한 안락함이 ES 시리즈의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차량에 탑승했다. 럭셔리한 가죽 시트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앞 뒤 좌석에 모두 있는 글래스 루프가 눈에 들어온다. 뒷좌석에 앉은 동승자가 “별 보기에 끝내주게 좋은 차”라고 거든다. 탁 트인 공간을 연출하다 보니 넉넉한 내부가 좀더 여유 있게 느껴진다.
시트 움직임은 12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가장 편안한 자세를 미세하게 잡아준다. 승하차시마다 운전자에 따라 입력된 좌석형태를 기억했다가 탑승했을 때 저절로 세팅된다. 차량 외부에 위치한 백미러도 같이 조절된다. 시트는 열선 뿐 아니라 냉방 기능도 갖췄다. 에어컨도 어찌 할 수 없는 엉덩이의 땀을 벤틸레이션 기능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운전석 오른 쪽에 위치한 팔걸이용 수납상자는 유용하게 설계됐다. 반쯤 열린 상태로 고정되기도 하고 완전히 열어젖힐 수도 있다. 여성 운전자가 선호할 만한 세심함이다.
넘치지 않는 편안함
지금은 중형 차량에 기본처럼 장착돼있는 스마트키와 스타트 버튼이 눈에 띈다. 가볍게 버튼을 눌렀다. 가벼운 떨림과 함께 시동이 걸렸음을 인지할 수 있지만 이내 조용해진 엔진음이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는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시동을 켤 때마다 몇 번이나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정도였다.
렉서스 측은 이 차량에 대해 “도서관보다 조용하다고 할 만큼 정숙성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면서 “주행 시 실내에서 뒷사람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정숙성 면에서 최고의 레벨을 실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놓고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RPM이 좀처럼 3000을 넘지 않는다. 속도의 한계를 확인하기에는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시속 170km/h까지 무난하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부드러운 가속력을 체험하기에는 충분했다. 신형 3.5리터 V6엔진이 내뿜는 힘은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느껴졌다.
최근 문제로 지적됐던 가속페달의 위치도 사용하는데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페달이 낮게 설계된 것이 주행하는데 조금 더 편리하다는 느낌이다.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은 상태로 편안하게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 바닥 덮개가 가속페달을 밟은 상태로 고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편리성을 강조하다보니 따라오는 문제로 보였다.
후진기어를 넣으면 외부 백미러가 자동적으로 주차선을 볼 수 있게끔 하향 조절되는 편리함도 있다. 후방카메라와 백미러를 통해 후방의 사각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은 '안습'이다. 목적 설정부터 감시카메라 위치까지 기존의 내비게이션 기능의 3분의 1도 보여주지 못했다. 인터페이스도 쉽지 않게 설계돼 사용에 익숙하려면 상당시간이 걸릴 듯 했다. 다만 한글화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에어백으로 무장한 안전함
수입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안전성을 최우선 순위로 둔다. 예기치 못한 사고 시에도 얼마나 상해를 덜 입느냐가 선택의 주요 변수다. 몇 년 전 한 수입차의 기자 시승행사에서 한 기자가 몇 바퀴를 구르는 대형 사고가 냈음에도 다음날 멀쩡하게 출근한 사연이 퍼지면서 오히려 그 수입 브랜드의 안전성이 회자되기도 했다.
ES350 역시 안전성을 강조하는 차다. 앞좌석의 탑승자 하체를 보호하기 위해 SRS 무릎보호 에어백까지 구비됐다. 운전석과 조수석 뿐 아니라 뒷좌석 탑승자 좌우 측면까지 총 10개의 에어백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충동안전차체구조를 선택해 충돌 시 충격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차량의 주행방향에 따라 헤드라이트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AFS(자동 전조등 시스템)기능 도 사고 예방을 위해 만들어진 안전장치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잔고장도 적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를 포함해 많은 소비자 전문 평가기관이 ‘잔고장이 없는 차’로 손꼽았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프리미엄 모델은 5950만원, 슈퍼리어 모델은 675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