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제법 괜찮은 레스토랑을 만난다. 특히 아무 기대 없이 낯선 곳을 지나가다가 숨겨진 맛집을 발견할 때는 정말 반갑다. 이미 잘 알려진 맛집을 찾아갈 때보다 즐거움이 크다.

효창공원 뒷길에서 만난 ‘알본구스토’ 가 그런 곳이었다. 맛집은 커녕 레스토랑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고 기사식당만 즐비한 거리의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보니, 찾아가는 길 내내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이다. 골목 안쪽에 위치한 빨간 벽돌집에 ‘알본구스토’라는 소박한 간판이 걸려 있다. ‘이런 곳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었단 말이지?’


들어가는 입구에 훌쩍 자란 로즈마리를 비롯해 각종 허브들이 가득하다. 이웃집 아줌마의 소박한 텃밭처럼 풋풋한 싱그러움이 전해진다. 직접 키우는 허브들로 이 곳에서 만드는  요리의 식재료로 사용한단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니 올리브유, 와인비네거, 치즈, 살라미, 파스타 등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식재료들이 올려진 선반과 쇼케이스가 보인다. 
 
주방에서 직접 사용하는 재료들인데 손님들에게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맛있게 먹어 본 요리를 기억해 가며 집에서도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식재료 선반들을 파티션처럼 가운데 두고 레스토랑은 두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진다. 두 공간 모두 좌석간 배치가 꽤 넓은데다 커다란 창을 통해 햇살이 가득 들어와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마치 이탈리아의 한적한 시골에 와있는 듯하다. 
 

 
이탈리아 시골 손맛은 어떨지 박병완 셰프의 주방을 살펴봤다. 한쪽에 화덕을 중심으로 오픈  공간으로 만든 주방에서는 연신 바쁜 손놀림들이다. 바로 화덕에 피자를 구어내는 순간이다. 

450도가 넘는 화덕에서 재빨리 구워내는 피자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두툼한 미국식 피자가 아닌 얇은 도우의 정통 이탈리안 방식의 피자다. 참나무 장작을 이용해 고온에서 빨리 조리돼 나왔는데, 도우 아래를 보니 약간 거뭇하게 탄부분이 보인다. 익숙하지 않은 모양새라 머뭇거렸더니 이탈리아에서 직접 먹어보고 공부해온 사진들을 보여주며 전형적인 이탈리아 방식이라며 안심하란다.
 


‘백문불여일식(百聞不如一食).’ 조리돼 나온 루꼴라피자(2만5000원)를 맛봤다. 우려했던 탓맛은 나지 않았다. 바삭한듯 하지만 막상 먹어 보면 쫄깃한 식감이 도우 위에 가득 올라간 치즈와 고소하게 어우러진다.

 다른 메뉴들도 살펴봤다. 50여 종의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고 있는 곳이라 와인과 어울리는 다양한 음식들이 눈에 띈다. 특히 이탈리아 스타일의 전채요리(2만3000원)는 와인마니아라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다양한 종류의 치즈와 살라미, 선드라이토마토, 아티초크, 직접 말린 건포도 등이 곁들여서 나온다.

이 곳의 숨은 매력은 메뉴판에 없는 무궁무진한 이탈리안 음식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러플 이야기를 잠깐 했더니, 트러플 크림이 올려진 빵을 바로 내어 주었다. 파스타도 원하는 면과 소스가 있으면 즉석에서 바로 한 사람만을 위한 음식을 내어준단다. 
 
메뉴판에 있는 ‘도미’의 경우도 손님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해준다. 이날 선보인 도미(5만원)는 기존의 그릴방식이 아닌 아쿠아파차라는 조리법으로 요리한 것이다. 이탈리아 해안에서 어부들이 신선한 도미를 바닷물에 올리브, 토마토를 넣고 끓여서 익혀 먹는 요리에서 착안해 도미를 통째로 끓여 냈다. 바다의 신선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 정도의 공간이라면 나만의 레스토랑, 나만의 음식 등 나를 위한 선물이 필요할 때 찾으면 좋지 않을까?

위치 : 효창공원역 2번 출구에서 효창운동장 방향으로 300M직진. 오른쪽의 골프연습장 끼고 우회전하면 좌측
영업시간 : 12:00~오후 2:30 / 오후 6:00~10:30
연락처 : 02-706-5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