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 소양호반에 솟은 오봉산(五峰山, 779m)은 이름대로 다섯개의 암봉이 돋보이는 바위산이다. 산세는 그리 크지 않으나 아기자기한 바위와 아름드리 소나무가 어우러진 경관이 아름다워 산림청에선 우리나라 100 명산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또 회전문(廻轉門)ㆍ고려정원(高麗庭園)ㆍ구성폭포 등 명소를 거느리고 있는 오봉산 남쪽 기슭의 청평사(淸平寺)는 예부터 찾는 이들이 많은 명찰로 이름이 높다.

춘천 오봉산의 대표 들머리인 청평사로 가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소양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차량으로 46번 국도의 배후령을 넘어 몇년 전 확ㆍ포장된 백치고개를 지나 청평사 주차장으로 직접 들어가는 방법이다.

폭포수 소리는 짝사랑의 변주곡인가

청평사 입구 시설지구에서 큰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아홉가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는 전설의 구성폭포가 반긴다. 7m쯤 깎아지른 벼랑에 걸린 이 폭포는 풍광이 단아해 청평사를 찾는 탐승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 폭포엔 이루지 못한 사랑 탓에 고통을 겪어야 했던 남녀의 안타까운 전설이 스며있다.

중국 당나라 때 공주를 짝사랑하던 총각이 있었다. 하지만 신분 차이 탓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총각은 상사뱀으로 환생해 공주의 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점점 야위어간 공주는 결국 이곳 오봉산 청평사까지 찾아오게 됐고, 공주가 이 구성폭포에서 목욕재계하고 법당에서 염불을 하자 드디어 상사뱀이 떨어져 버렸다 한다. 구성폭포 위쪽 바위엔 삼층석탑이 있는데, 당시 공주가 세운 탑이라 하여 '공주탑'이라고도 불린다. 이 전설을 알리려는 듯 폭포 아래 계곡엔 공주와 뱀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전설의 구성폭포를 지나 잠시만 오르면 오른쪽으로 연못이 나타난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정원의 흔적인 영지(影池)다. 영지를 경영한 이는 고려 때 학자인 이자현(李資玄, 1061~1125년). 973년 창건된 백암선원이 폐허가 되자 그의 부친 이의는 보현원을 중건하는데, 이자현은 나중에 암자 이름을 문수원이라 고쳐 머물면서 이 산자락을 정원으로 꾸몄다. 고려정원은 구성폭포에서 오봉산 정상 부근의 식암(息庵)까지 3km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다.

이윽고 도착한 청평사 경내. 배를 타든 고개를 넘든 한참을 에돌아왔는데도 깊은 산중답지 않게 제법 넓다. 청평사엔 유서 깊은 문화재가 많았다. 그렇지만 국보로 지정됐던 극락전 등 대부분의 문화유산이 한국전쟁 때 소실됐고, 지금은 보물 제164호로 지정돼 있는 회전문만이 절집의 오랜 내력을 설명하고 있다. 조선 중기에 세워진 회전문은 원래 천왕문의 기능을 담당했던 중문이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문이 아니고, 중생들에게 윤회의 전생을 깨우치기 위한 마음의 문이다. 회전문 앞쪽에서 일주문 역할을 하며 곧게 뻗은 두그루의 잣나무 사이로는 회전문과 오봉산 암봉이 잘 그려진 풍경화로 다가온다.

경관이 아름다운 아기자기한 암릉

청평사 경내를 둘러봤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산행을 할 차례. 오봉산에는 이름 그대로 다섯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 배후령이 있는 서쪽부터 짚어보면 1봉(나한봉)~2봉(관음봉)~3봉(문수봉)~4봉(보현봉)~5봉(정상ㆍ비로봉)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특히 제3봉에서 제4봉 사이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발길이 자꾸 멈춰지는 아름다운 암릉이다.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오른 아름드리 노송들이 곳곳에 있어 마치 동양화 속을 거닐고 있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제4봉과 5봉 사이엔 빠져나오는 재미가 쏠쏠한 구멍바위가 있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암릉의 풍광도 빼어나다. 위험한 구간엔 안전을 위해 밧줄이나 쇠사슬 등이 설치돼 있지만 노약자는 이 산길을 선택하지 않는 게 좋다.

아쉽게도 오봉산은 능선을 한바퀴 도는 원점 회귀 산행이 쉽지 않다. 주 등산로를 제외하곤 길이 많지 않고 그나마 있는 길도 희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를 타고 갔다면 청평사에서 정상에 올랐다 되짚어 내려와야 한다.

산행 시간은 ▲매표소~청평사~정상~청평사~매표소 회귀 코스가 3시간30분 소요 ▲매표소~청평사~적멸보궁~정상~배후령 코스가 4시간30분 소요 ▲배후령~정상~구멍바위~청평사~매표소 코스가 3시간30분 소요된다. 청평사 문화재 관람료 어른 13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500원. 주차요금은 승용차 기준 당일 2000원, 숙박 4000원.


여행정보

●교통 서울→서울춘천고속도로→춘천 나들목→46번 국도(양구 방면)→배후령→간척 사거리(우회전)→청평사 주차장 / 서울→서울춘천고속도로→춘천 나들목→46번 국도(양구 방면)→소양2교 건너서 우회전(소양댐 방면)→소양댐 주차장 <수도권 기준 2시간 소요>

●배편 소양댐 선착장(매표소 033-242-2455)에서 청평사까지 배편이 30분 간격(09:30~17:30) 왕복 운행. 청평사에서 소양댐으로 나오는 막배는 18:00에 있다. 뱃삯(왕복) 어른ㆍ청소년 5000원, 어린이 3000원. 10분 소요. 소양댐 주차장 무료.

●숙식 청평사 입구에 청평산장(033-244-0580), 오봉산장(033-244-6606), 소양강산장(033-244-5457) 등 민박집이 여럿 있다. 대부분 식당을 겸하고 있다. 작은방 3만원 내외.

소양댐 진입로 주변에 로즈파크(033-241-1422), 서울파크모텔(033-241-0390), 리버사이드모텔(033-242-3002), 모텔브리즈(033-242-4471) 등 숙박업소가 많지만 가족 여행 숙박지로는 마땅치 않다. 근처의 민박으로는 춘천장인민박(033-241-1144), 춘천민박(033-241-1232) 등이 있다.

●별미 소양댐 아래의 원조샘밭막국수(033-242-1702)는 3대에 걸쳐 전통의 맛을 이어가는 막국수 전문집. 졸깃졸깃한 편육과 집에서 직접 담근 동동주 맛도 일품이다. 막국수 1인분 5000원, 편육 1만원.

●참조 춘천시청 033-253-3700, 청평사 종무소 033-244-1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