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인생의 덧없음을 얘기할 때 무상이란 말을 쓰지만 불교에서 무상은 진리 그 자체다. 붓다도 "오직 변하지 않는 진리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라고 설했다.

골프 역시 모든 면에서 무상함을 절감한다. 특히 골프의 세계를 아는 정도가 깊어갈수록 골프의 무상성을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 골프의 무상성은 골퍼들에게 부단한 자기혁신을 요구하는 결정적 요소이기도 하다.

기술의 측면에서 누구에게나 시공을 초월해 적용되는 철칙은 없다. 수많은 골퍼들이 보다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볼을 날리기 위해 많은 교습서를 읽으며 스윙을 갈고 닦는다. 젊어서는 물론 몸이 굳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나이에도 보다 나은 스코어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서점의 서가에 꽂힌 수많은 골프 교습서를 뒤적이며 나의 고질병이 무엇인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찾아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런 수요에 맞춰 골프 전문가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교습서를 썼고, 지금도 써내고 있다. 골프가 존재하는 한 새로운 교습서는 계속 나올 것임에 틀림없다.

가끔 신통치 않은 스윙에도 불구하고 싱글이나 이븐 파를 치는 아마추어 골퍼를 목격하게 된다. 이들에게는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아름다운 스윙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으되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자기화한 나름대로의 스윙에 정착한 사람들이다. 대신 자기만의 스윙에 정통하기 위해 보통 골퍼들이 상상할 수 없는 연습을 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름다운 스윙을 가진 골퍼를 만나면 결코 흉내 내려 하지 않는다. 다만 칭찬을 할뿐이다.
 


아일랜드의 골퍼들은 교습서를 멀리 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19세기 중엽 헨리 B. 패니 라는 한 에든버러의 인쇄소 주인이 쓴 <골퍼의 교본(The Golfer`s Manual)>이란 책에서 아일랜드 골퍼들이 교습서를 기피하는 까닭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샷이란 클럽을 올렸다 내리는 것일 뿐, 너무 세세히 신경을 쓰면 전체의 리듬이 파괴되어 진보가 저해된다"는 것이 샷에 대한 저자의 정의다. 군더더기와 기교가 완전히 제거된 샷의 원형을 보는 듯하다. 크리스티 오코너라는 골퍼는 "골프는 볼의 중심을 맞히는 게임이다. 모습과 모양은 묻지 말라"고까지 말했다.

1862년 로버트 첸버스 라는 골퍼가 <두서없는 골프이야기(A Few Rambling Remarks on Golf)>라는 책을 냈다. 그는 이 책 서문에서 "레슨서는 바이블과 다르며 누구에 대해서도 복음을 전해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성격 체형 연령 운동신경 사고력 등이 서로 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은 횡포이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사람이야말로 겸허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여기에 소개하는 타법은 나 자신이 이렇게 하니까 잘 되더라고 하는 보고서이며 하나의 참고로 제공할 뿐이다. 그렇게 알고 읽어주기 바란다"라고 조심스럽게 썼다.

철칙이라고 믿었던 스윙 문법이 변하고 개개인의 신체조건 또한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한다. 모든 샷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골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골프의 무상성을 깨닫고 그 무상성에 순응할 줄 알아야 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무상성에 순응한다는 말은 곧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30년 구력의 70대 골퍼가 라운드에서 돌아와 골프가방을 풀 때마다 아내에게 "이제 겨우 골프를 알 것 같애"라고 털어놓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