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대한민국을 붉은 물결 속으로 몰아 넣었던 월드컵. 16강의 환희와 아쉬운 패배가 좀처럼 머릿속에서 가시지 않는다. 승패에 따라 희비가 끓었다 식기를 반복하는 근성을 두고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의 급한 성격때문이라고 한다.

사탕을 깨물어 먹다가 이빨이 부러진다. 기다리던 버스가 오면 도로로 내려가서 버스와 추격전을 벌인다. 택시가 오면 따라 뛰면서 손잡이를 잡고 행선지부터 외친다. 엘리베이터에 타면 닫힘 버튼부터 마구 누른다. 화장실에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지퍼를 내린다. 성인병이 생긴 사람이 다짜고짜 언제 낫겠냐고 먼저 물어본다. 병이 만들어 진건 수십년인데 고치는 건 단 몇주에 되리라 생각한다.

모두 한국인의 성급함을 꼬집은 얘기다. 한국인이 성격이 급하다는 사실은 자타가 공인한다. 술도 빨리 취하려고 폭탄주를 돌리고 원샷을 외친다. 식당에 가서 무작정 빨리 되는 게 뭐냐고 묻는다. 한국 사람들은 결과부터 알고 싶어 하는 조급증을 드러낸다. 영화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영화의 내용을 묻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결과부터 묻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든 일을 빨리빨리 처리하려는 습관으로 조급증이 발생하고, 급한 식사습관으로 위궤양, 위염, 위암 등 위장병이 국민병이 되었다. 흔히들 빨리빨리문화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원동력이고 그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빠르기만 하고 치밀하지 못하여 발생한 수많은 인재사고를 생각해 볼 때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우리민족이 빨리빨리 증후군에 빠지게 된 것은 개발독재 시대,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토론과 생각보다는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실행력으로 복잡다단한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이 능력이고 미덕이었다.

우리 주변엔 직관이 뛰어나고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 논리적으로 해석되지 않는 예감이 현실과 잘 맞아 떨어지는 사람들. 체질적으로 양인에 해당하는 그들의 급한 성격은 말투나 글을 쓰는 스타일에서도 드러난다. 그러한 사람들은 직관에 의해 금방 이치를 깨달아 다른 사람에게 알리려 하다 보니,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시도를 안하고 바로 답을 내려 한다. 이것이 급한 마음을 만들어 내게 된다. 주로 결론을 미리 말하고 내용을 서술하는 두괄식의 스타일을 양인의 성품이라 하고, 내용을 전개한 후 결론으로 가져가는 미괄식의 스타일을 음인의 성품이라 한다. 우리 민족은 아무래도 양인의 성품이 잠재의식 속에 많은 듯하다.

동의수세보원에선 급박지심을 폐, 식도(위완), 머리, 턱 등의 상초의 질환과 연계하면서 시비지심의 지(智)에 배치하고 있다. 맘이 급해지고 긴장하면 침이 계속 마르면서 입술을 축이게 되는 것도 상초에 있는 진(津)이라는 활력소 부족과 관계가 깊다.

급할 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실제 급한 마음은 진을 고갈시켜 두뇌에 영양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동의수세보원에서 중풍이 동했을 때 음인과 양인에 따라 관리법을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양인의 경우 분주하게 움직이다 혈관이 터져서 중풍이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만히 쉬어야 좋아지고, 음인의 경우 몸을 게으르게 가만히 있어서 혈관이 막혀 중풍이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많이 움직여야 좋다.

뇌출혈이나 뇌경색이냐의 단편적인 사실로 음인과 양인을 구분하는 것은 아니고 참고 사항일 뿐이지만, 내가 차분해져야 진이 모일지, 내가 건강히 움직여야 진이 모일지 빨리빨리의 습성을 버리고 자신과 사물에 대해 시비지심의 지혜로 차분히 심사숙고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