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넘치는 다양한 상점들로 가득한 홍대앞에 가면 쉽게 길을 잃고 만다. 주택가를 끼고 난 작은 골목길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 골목길 사이로 옷가게를 비롯해 커피숍, 빵집, 식당, 술집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갈 곳이 많은 만큼 식당도 어디로 발길을 정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무심코 들어간 곳이 맘에 든다면 다행이겠지만 수많은 식당 중에 맘에 쏙 드는 곳에 들어갈 확률은 높지 않다. 게다가 작은 규모의 가게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식사 때 빈자리가 없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십상이다. 홍대앞에서 식사할 생각이라면 조금 번거롭기는 해도 취향에 맞는 곳을 미리 찾아놓는 것이 좋다. 물론 예약은 더 좋다.

올해 초 문을 연 프랑스 밥집 ‘르끌로(Le Clos)’는 예약을 권하고 싶은 곳 가운데 하나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난 막다른 골목길 끝에 있어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건물 사이의 골목길 안쪽으로 보이는 오렌지색 외관이 제법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르끌로가 있는 골목 안으로 들어와 보면 새로운 세상이다. 홍대앞 동네주민이기도 한 사장이 '집 앞의 편안한 식당'을 콘셉트로 잡고 오픈했다고 한다. 가정집을 개조해 식당공간으로 꾸몄는데 지붕이며 외벽을 그대로 살려 친구집처럼 정겹고 친숙하다. 계단을 올라 반층 높이 위에 있는 식당 문을 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내부 벽 상단부분을 차분한 톤의 노란색으로 칠하고 아랫쪽은 원목으로 장식했다. 빈티지 벽지로는 천장을, 검정색과 흰색 격자 무늬 모양으로는 바닥을 채웠다. 검정색 쇼파와 원목 테이블, 원목의자를 넣어 가게 안의 풍경을 마무리 했다. 군데군데 있는 복고적인 프랑스 그림들이 차분하면서도 여유로움을 더해준다. 가게 뒤편 테라스에는 작은 화단을 마련해 각종 허브를 키우고 있다. 마치 미국의 동화작가 타샤 튜더(Tasha Tudor)의 책 ‘타샤의 정원’에 나오는 작은 집 같다.

이 곳은 프랑스에 요리를 배우러 갔다가 만난 두 친구가 이끌고 있다. 프랑스 르꼬르동블루에서 디저트를 공부한 복권백 사장이 경영을, 프랑스 요리를 공부한 최연정 셰프가 주방을 담당한다. 예전 홍대 앞에서 두터운 단골군단을 둔 프렌치 비스트로 ‘75015’를 이끌던 두 친구가 새로 둥지를 튼 공간이라니 일단 맛에 대한 믿음이 간다.

요리는 단 4가지 뿐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편안하게 풀어주고자 4가지로 압축했다고. 돼지고기요리인 ‘포크오렁띠(1만4500원)’, 닭고기 요리인 ‘콩피드뿔레(1만2800원)’, 한우요리인 ‘부르귀뇽(1만7800원)’, 렌틸콩 스튜인 ‘까슐레(1만5800원)’가 그 주인공들이다. 한우를 채소와 함께 와인에 재운 후 오븐에 넣고 익힌 다음 다시 채소와 와인에 졸여서 내는 ‘부르귀뇽’을 비롯해 모든 요리들은 오랜 시간의 기다림에 정성이란 재료를 추가해야 나올 수 있는 메뉴들이다.

“매일 밥을 먹으러 갈 수도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가격대도 비교적 저렴하게 잡았다. 더군다나 모든 요리에는 스프와 샐러드를 함께 제공되고, 점심 시간대에는 커피나 홍차도 함께 나온다니 프랑스식 백반집이라고도 할만 하다. 특히 차메뉴들을 보면 왠만한 호텔 서비스 부럽지 않다. 직접 맞춤형으로 로스팅 해 온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내려주고, 홍차는 마리아쥬 프레르, 트와이닝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제품으로만 제공한다. 인근 카페에서 4000~5000원은 족히 하는 차음료들을 무료로 제공하는 셈이다. 2만원부터 시작하는 와인리스트도 꽤 저렴한 편이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정성이 들어간 프랑스식 백반을 맛보고 싶다면 예약리스트에 올려 두어도 좋겠다.

위치 : 홍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산울림 소극장 방향 홍익숯불갈비 지나 오른쪽 첫번째 골목에서 우회전 30M 좌측 건물 사이 골목길 끝.
영업시간 : 11:30~15:30 / 17:30~22:30
전화번호 : 02-332-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