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보니 T스토어에 IT앵벌이 라면서 70원짜리 앱을 올려서 구걸하더군요.저도 수십개의 앱을 다운받았지만 유료앱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개발한 앱은 유료화를 꿈꾸고 있지요.”
구글 안드로이드폰 커뮤니티인 ‘안드로이드펍(http://www.androidpub.com)’. 이곳에 따로 마련된 ‘개발자 공간’에는 하루에도 이와 같은 글이 줄줄이 올라오곤 한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앱 개발자들의 하소연, 앱 개발 교육과 관련된 정보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안드로이드 개발자의 필수 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박성서 소셜&모바일 대표를 만났다. 국내에 ‘안드로이드’가 소개되기도 전인 2007년부터 앱 개발을 시작한 그는 말하자면 국내 앱 개발 1세대인 셈이다.
◆국내 안드로이드 앱 개발 1세대
책상 두 개에 간이 침대 하나. 그리고 책상 위를 차지하고 있는 컴퓨터 4대. 단출한 살림살이가 인상적인 공간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서울 신도림역 근처에 위치한 조그만 오피스텔, 이 공간이 바로 그의 사무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동료 한명과 함께 안드로이드 앱 개발 전문업체 ‘소셜&모바일’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애플의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그야말로 ‘스마트폰 폭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말. 이어 안드로이드폰이 출시되고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이 불과 1년도 채 안 된 얘기다. 그런데 “앱 개발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다”는 그의 소개에 궁금증이 더해지는 건 당연한 일.
“2007년에 모바일 관련 직장을 다니다 창업을 하려고 그만뒀습니다. 당시만 해도 웹서비스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막상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하다 보니 도저히 답이 없는 상황이더군요. 고민이 깊어질 때쯤 마침 구글에서 안드로이드를 공개한 겁니다. 이건 세계적으로 처음 생겨난 분야인 만큼, 지금부터 시작하면 해외에서 겨뤄도 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는 “선진 기술이 아무리 앞선다고 해도, 당시로서는 그들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똑같이 ‘맨 땅의 헤딩’부터 시작한다면 충분히 우리가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컸다”고 회고했다.
‘놓칠 수 없는 기회’라는 생각에 일단 호기 좋게 뛰어들긴 했는데, 그때부터가 고생의 시작이었다. 무엇보다 정보가 부족했다. 안드로이드 앱은커녕 이를 사용하기 위한 디바이스인 안드로이드폰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이었으니,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확인할 길조차 없었다. 이때 그의 목표가 돼준 것이 2008년 ‘구글 안드로이드 개발자 챌린지 1차 대회’. 전 세계에서 모여든 앱을 대상으로 1차 심사를 거쳐 50명, 2차 심사에서 10명을 선발한 이 대회에서 그는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에도 저 말고 앱 개발에 뛰어든 국내 인재들이 몇몇 있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스마트폰이 있어야 가능한 게 애플리케이션 시장인데, 당시로선 수익을 창출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겁니다. 오로지 가능성 하나만 보고 매달리는 건데, 그렇다고 시장이 커지기만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저요? 아마 대회 수상이 아니었다면 저도 지금쯤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앱 황금시장? 100명 중 1명 성공
흐려진 그의 말끝을 따라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그가 다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정말 하루아침에 스마트폰 열풍이 불더니 앱 개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어요. 스마트폰이 하나 출시될 때마다 안드로이드 펍의 커뮤니티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힘들게 버티던 저 같은 앱 개발자들에게는 당연히 너무나 좋은 일이죠. ”
하지만 그는 앱 개발을 하고 싶다는 후배들에게는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고 당부한다.
“앱은 스마트폰이 기반이 되어야만 가능한 사업입니다.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스마트폰 사용자는 전체 모바일 사용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중에서도 앱을 다운로드 받는 사람은 더 적습니다. 특히 국내 사용자들의 경우 유료 앱에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대박을 치고 큰 돈을 벌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죠.”
그는 “무엇보다 나는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만 찾아보면 이미 다 나와있는 게 부지기수다”며 “안드로이드 앱 스토어에 등록된 앱만 해도 20만개가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만으로 승부를 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즘 커뮤니티를 보면 앱 교육기관이나 앱 개발 관련해서 문의가 정말 많습니다. 더구나 요즘엔 구글에서 안드로이드만 검색어로 쳐넣어도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니까, 똑똑한 친구들이 공부를 시작하기에 더 좋아진 것도 사실이고요. 언론보도처럼 앱 개발자들을 채용하려는 기업이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그는 “그러나 이 역시도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덧붙인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학원이나 강좌 등을 통해 수많은 앱 개발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수많은 앱 개발자들이 급격하게 양산되다 보면, 기업에서 금값에 모셔간다는 앱 개발자들의 상황은 금세 뒤집힐 가능성이 크죠. 웹서비스 초기에 겪었던 과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겁니다.”
◆ 가능성 확실한 시장, "실패 각오하고 도전하라"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렇다면 이 같은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앱 개발자들의 열정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가 답한다.
“가능성이 큰 시장인 것만큼은 확신합니다. 그런 확신이 없었다면 당장 저부터 이렇게 고생하고 있지 않겠죠. 앞으로 스마트폰은 점점 더 빠르게 대중화 될 테고 그만큼 시장 또한 커갈 것입니다. 휴대폰 외에도 응용 가능한 분야는 얼마든지 무궁무진합니다.”
다만 그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장밋빛 환상’만을 가지고 섣불리 뛰어들기에는 위험요소가 대단히 많다는 것. 냉정하게 얘기해 성공의 달콤한 열매를 거머쥐는 이는 100명 중에 1~2명에 불과하다.
“물론 그 1~2명의 주인공은 누구라도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될 수도 있죠. 도전해 볼만한 가치는 충분한 겁니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그렇고, 커뮤니티 회원 중에서도 직장을 다니며 투잡처럼 앱 개발을 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기꺼이 도전해보라’고 말합니다. 다만 도전을 하려거든 실패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대비책도 감안하면서 뛰어들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