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진접지구의 아파트 숲을 지나 산기슭 공장 지대 안.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인 곳에 차를 대자 조그마한 터널이 보인다. 나무로 조성된 터널이다. 입구에 뻐꾸기시계로 만든 듯 한 우편함이 없었다면 그 안에 집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을 정도다.

정원에는 온통 식물들로 가득하다. 중앙에 연못이 있다고 하는데 수생식물로 가득한 터라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물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조금 안으로 들어가자 황토 빛의 건물이 보인다. 류기석 씨(44)의 친환경 재활용 주택이다.

동식물 어우러진 친환경 주택

정원 식물은 나열하기 조차 어렵다. 천궁, 당귀, 두릅, 동자꽃, 요강꽃, 천남성, 잔대, 참으아리, 때죽나무, 서어나무, 계수나무, 층층나무. 계수나무, 호랑버들 등 계절마다 피고 지는 식물부터 사시사철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까지 100가지는 됨직하다. 덕분에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들이 이곳을 놀이터로 삼았다. 청정지역에서만 산다는 도롱뇽과 반딧불이를 비롯해 족제비, 매, 뱀, 구렁이, 두꺼비, 직박구리, 딱새, 오목눈이 등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다.

류씨의 집 정원이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는 빗물 관리가 한 몫 했다. 빗물이 정원의 연못으로 흐르도록 집 천정에서 연못까지 빗물 길을 만들어 물을 꾸준히 공급했다.

건물 내부에 들어가자 높이가 4m, 면적이 20㎡는 됨직한 거실이 펼쳐진다.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대형 창이 늦은 오후의 볕을 빨아들이고 있고, 다른 한편에는 식당 주방에서 봤을 법한 음식 배출구와 가족사진이 조화롭게 어울려있다. 


거실 안의 사연이 있어 보이는 갖가지 소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범상치 않은 ㄱ자 모양의 책상과 각종 도자기들이 거실 주변을 채운다. 거실 한쪽에 놓은 벽난로와 한지로 된 벽지 때문인지 추운 겨울에 따뜻한 실내에 들어온 듯 하다.

하지만 집안에 에어컨은커녕 흔한 선풍기조차 없다. 류씨는 “처음 설계할 때 동남창을 많이 만들어 바람 길을 만든 덕분에 여름에도 시원하다”고 설명한다.

전 주인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가구나 소품 등은 이 집에서 본연의 역할을 되찾았다. 직장에서 버린 멀쩡한 책상이나 신형 가죽에 밀린 엔틱 소파 등이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얻었거나 건설현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타일과 자재들도 이곳에서는 새것마냥 자리 잡고 있다.

값싸고 개성 있는 나만의 집

류씨 집의 단면 구조는 A자를 엎어놓은 듯 하다. 양쪽으로 길게 뻗은 부분은 컨테이너로 만들었다. 미군부대에서 바(Bar)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컨테이너를 오산에서 공수해 개조했다. 일반 컨테이너와는 규모부터 다르다. 천정이 3m, 폭이 5m, 길이만 17m다. 천정 구조는 한 눈에도 이채롭게 사다리꼴 모양이다. 류씨는 “단순한 모양이 싫어 상부를 텄다”고 설명한다.

한쪽 컨테이너는 안방과 두 자녀의 방 각각 하나씩 모두 새 개, 다른 쪽에는 손님방 및 서재, 재봉실로 활용된다. 집안의 통로와도 같은 A자의 중간 공간은 거실과 주방, 다용도실로 쓰인다. 집안의 면적은 약 200㎡로 상당히 넓은 편이다.

거실에서 정원을 한 눈에 보여주는 고급 시스템창과 10개가 넘는 방문은 모두 견본주택에서 나온 물건들을 싸게 매입했다.

“새 것을 사려면 문고리 하나만 해도 7만~8만원은 줘야 해요. 견본주택 자재 처리하는 곳에 찾아가 모두 5분의 1가격으로 샀어요. 저 창문 하나만도 1000만원 하는 물건입니다. 문까지 다 합쳐 400만~500만원 주고 구매했죠. 현관문은 H그룹 회장의 별장에서 썼던 문인데 거의 거저 얻었어요.”

류씨는 집을 지을 때 창과 문의 가격이 상하수도시설이나 전기시설보다 돈이 많이 든다고 설명한다. 이 가격만 낮춰도 집을 짓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고 건축자재를 파는 곳은 일정치 않다. 주로 지인들에게 정보를 얻는데, 가평이나 양평에 가면 견본주택 폐기물이나 고자재를 파는 곳이 몰려있다는 귀띔이다.

그렇다면 전체 건축비는 얼마나 들었을까? 류씨는 “당초 3.3㎡당 20만~30만원을 계획했는데 금액이 자꾸 늘어 70만~80만원 대에 지은 듯 하다”면서 “각종 허가비용 등을 모두 포함하면 7000만원 정도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에 지은 집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집을 지은 셈이다.
 


자연 친화적인 지역공동체 설립이 꿈

류씨는 신촌의 한 사립대 교직원으로 20년째 일하고 있다. 수입이 적지 않음에도 친환경 재활용 주택을 고집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외국의 유명 배우들도 자신의 집을 개성 있게 짓는데 우리는 똑같은 아파트만 짓는 것이 싫었어요. 자연과 가까우면서 개성 있는 집을 짓겠다는 목표로 시작했죠.”

처음부터 류씨가 친환경 재활용 주택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신혼살림을 수색의 한 단독주택에서 전세로 시작하다 어렵사리 고양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아파트 생활이 ‘피곤했다’고 설명한다. 1년 만에 아파트를 처분하고 파주에 있는 농가주택에 들어갔다가 직접 내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의 집을 짓게 됐다.

돈은 생기는 대로 인근에 텃밭을 구입하는데 썼다. 정원에서 식용작물을 키우기 부족한 탓이다. 그래서인지 집안의 모든 음식은 생식 수준이다. 이날 기자에게 내온 냉칡차도 “집에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류씨는 뜻이 맞는 지인들과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새마갈노(www.eswn.kr)라는 웹진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일환이다. 새마갈노는 샛바람, 마파람, 갈바람, 높새바람의 준말로 방위를 나타내는 고유의 언어다. 동서남북이 아닌 동남서북으로 순서를 매긴 이유는 순환의 의미를 더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그의 집과 잘 맞아떨어지는 설명이다.

이곳에서 류씨의 주요 업무는 수시로 답사를 하고 함께 모여 마을 구상을 하는 것이다. 장소는 이미 가평으로 물색한 상태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공동체 내에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경쟁 없는, 서로 돕고 사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것이 꿈입니다. 이 집은 지역공동체에서 살 집의 중간 과정일 뿐입니다.”

만약 자기만의 집을 갖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류씨는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 수월하다”고 충고한다.

“3년이 걸리든 5년이 걸리든 소박한 내 집을 짓겠다는 목표를 세우세요. 그리고 재미있게 짓는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