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짱짱하게 스크래치 플레이를 펼치게 된 네사람은 제대로 골프를 쳐보자고 다짐을 했다.
장타 A는 좋은 신체조건에다 학생시절 만능선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운동에 소질이 있어 골프를 배운지 한달 만에 처음 필드에 나가 100대 스코어를 낸 뒤 두번째부터 80대 후반으로 곧바로 진입, 3개월 만에 싱글골퍼가 된 전설적인 인물이다. 평균 비거리가 260m 정도이고 욕심을 내면 280m까지 날릴 수 있는 좋은 스윙과 파워를 갖췄다. 40이 넘어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운동신경이 얼마나 뛰어나든지 연습장 레슨프로가 한달 정도 아이언을 가르치고 나서 더 이상 가르칠 게 없으니 혼자서 연습하라고 할 정도였단다.
장타 B는 신체조건은 왜소하다는 인상을 주는 데도 온몸을 스윙에 실어 뿌릴 수 있는 나름대로 비법을 습득해 250m의 비거리를 자랑한다.
장타자 두사람은 장타만 치는 게 아니라 아이언도 정교해 매번 버디찬스를 잡고 파5 홀의 경우 웬만하면 투 온을 노려 30~40%의 성공률을 보일 정도였다.
비거리가 보통 수준인 두사람은 아무리 용을 써봐야 드라이브 비거리가 장타자 A, B와 30~40m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 거리 욕심 없이 두번째 샷을 날리기 좋은 곳으로 드라이브를 날렸다.
그 날 라운드에서도 겉으로 드러난 기량 차이가 바로 스코어로 연결되지 않는 골프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잔뜩 긴장하고 덤빈 탓인지 장타자 둘은 상당한 자제력을 보이며 무조건 내지르는 식의 무모성을 극복하며 안정적인 게임을 이끌었고, 단타자 둘은 늘 하던 대로 자신들의 플레이로 장타자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이런 차분한 분위기는 전반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타자끼리 서로 비거리 경쟁을 벌이면서 드라이브샷의 페어웨이 안착률이 낮아졌다. 잘 맞아나갈 땐 프로선수 못잖은 방향성과 비거리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지만 비거리가 너무 길어 러프에 박히거나 나무 밑이나 벙커로 들어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장타자끼리 비거리 경쟁은 몸을 경직시켜 부드러운 샷이 나오는 것을 방해해 파온 확률도 후반 들어 현저히 떨어졌다.
단타자 둘은 객관적인 전력으로 치면 이길 확률이 낮았지만 장타자끼리 자멸의 길로 들어서자 은근히 장타경쟁을 부추기며 라운드를 즐겼다. 또박또박 파 행진을 이어가고 버디 혹은 보기를 섞어 70대 중반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비거리 경쟁을 시작하면서 이미 리듬을 잃어버린 장타자 둘은 스스로 짱짱한 게임을 이끌어가겠다는 초심을 잊고 몇번의 기막힌 드라이버와 페어웨이 우드 쇼를 보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장타 A가 라운드를 끝내며 장타 B를 향해 말했다.
"자네나 나나 비거리가 길어 슬픈 짐승이 되고 말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