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신임 국민은행장이 7월29일 제4대 국민은행장으로 취임했다. 1981년 국민은행 행원으로 입행한 민 행장은 꼭 30년 만에 국내 최고 은행의 수장에 올랐다. 행원 출신 CEO(최고경영자)의 배출은 2001년 국민은행 통합 후 민 행장이 처음이다.
그러나 주변의 어둠이 짙다.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는 국민은행호(號)를 더 큰 바다로 이끌어야 하는 민 행장의 어깨가 무겁다.
민 행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은행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아 이류은행으로 전락하느냐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출사표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승상인 제갈량이 전쟁 출사표에서 던진 '국궁진췌(鞠躬盡瘁) 사이후이(死而後已)'를 언급했다.
민 행장은 "제갈량이 몸이 부서질 때까지 노력하고 죽음에 이르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던 것처럼 국민은행을 가장 경쟁력 있고, 내실 있는 은행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혼신을 다하겠다"고 결연한 각오를 밝혔다.
조직 안정 및 영업력 향상 급선무
민 행장의 당면 과제는 조직 재건과 안정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후 2년 동안 국민은행은 참으로 모진 바람에 시달렸다. 황영기 회장, 강정원 행장 등 조직 수뇌부를 뒤흔든 외풍은 결국 KB금융 전체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민 행장의 취임식 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도착한 '선물'은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 100여 명에 대한 무더기 징계 통보였다. 단일 금융회사에 대한 징계로는 사상 최대 규모. 지난해 10억 달러의 커버드 본드 발행에 따른 손실 및 직원들의 횡령과 불법 대출 등 각종 사고가 징계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실적도 악화됐다. KB국민은행은 2010년도 상반기에 23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였으나 2분기에는 33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덩치만 크고 생산성은 낮은 은행이라는 수렁에 빠진 것이다. 국민은행의 직원 1인당 순이익은 2017만원. 신한은행(4561만원)의 절반,우리은행(3080만원)과 하나은행(3227만원)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급감했다.
민 행장은 취임식 전 그룹변화혁신 테스크포스(TF)에 참석한 자리에서 "하루속히 환부를 치유해 저비용 구조가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지 못하면 국민은행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국민은행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국민은행이 진정한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다행히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에 이어 민 행장이 취임하면서 국민은행은 새진용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재도약의 시동을 걸게 됐다. 어 회장과 민 행장의 조합은 '최상의 라인업'이라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온다.
민 행장 또한 취임식 전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윤대 회장은 학자 출신이지만 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있고 추진력과 혜안도 있다. 반면 저는 KB에서 잔뼈가 굵은 내부 출신으로, 영업을 오래 담당하면서 쌓아온 영업 노하우를 접목시킨다면 현재의 어려움을 조기에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민 행장은 취임식에서 혁신 과제로 6가지를 제시했다. △고객가치 향상 △ 비용효율성 제고 △ 영업력 극대화 △리스크관리 강화 △성과중심 문화 정착 △조직문화 혁신의 6개 부문을 집중 추진해 국내는 물론 아시아 리딩 뱅크로서의 명예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집행력 있는 덕장" 내외 신망 두터워
지도자로서 민 행장을 수식하는 말은 '집행력 있는 덕장'이다. 폭넓은 대인관계와 수평적 리더십으로 내외부의 신망이 두텁다. 행장 선임 절차 중 하나였던 1300여 명직원 설문조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듯 민 행장의 은행 내 지명도는 이미 증명됐다.
행원부터 임원 시절까지 줄곧 영업현장에 있었던 소문난 '영업통'. "열정을 포기하는 것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은 그는 주 3회 이상 영업 현장을 누비는 뜨거운 열정으로 조직을 이끌어왔다. 조직 화합과 영업력 향상이 절실한 국민은행의 수장으로 그가 선택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적으로는 충남 천안 출신. 또한 대전 보문고등학교(1974년)와 동국대학교 경영학과(1981년)를 졸업한 그는 특정 지역 학맥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민 행장은 "충남 천안 성환읍의 시골마을에서 소작농의 부모님을 모시면서 원칙과 소신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러한 원칙과 소신을 인생철학으로 삼아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소신과 영업력으로 맨바닥에서부터 정상으로 올라온 '슈퍼스타'라는 평을 듣는 그가 현재 난관에 부딪힌 국민은행을 과연 큰 바다로 끌어낼 수 있을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민병덕(閔炳德) 국민은행장 프로필
1974년 2월 대전 보문고등학교 졸
1981년 2월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졸
1981년 8월 국민은행 입행
2002년 3월 국민은행 충무로지점 지점장
2005년 7월 국민은행 영동지점 지점장
2007년 1월 국민은행 경서지역본부 본부장
2008년 1월 국민은행 남부영업지원본부 본부장
2008년 12월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2010년 1월 국민은행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2010년 7월 국민은행 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