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6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조정 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9440억원에 달하는 이혼 재산분할 소송이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됐다. 최 회장이 지난 14일 법원에 재상고장을 제출하면서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다시 따지지 않고 법리 오인이 있었는지를 살피는 법률심으로, 최 회장 측은 파기환송심 판결에 재산분할 비율이나 규모 산정에 관한 법리 오해가 있었는지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앞서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는 지난달 24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현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이 명령한 재산분할액 1조3808억원보다는 규모가 줄긴했지만 여전히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SK㈜ 주식 가치의 증대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해 노 관장의 기여도가 2심의 35%에서 33.3%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제도의 근본 취지는 부부가 혼인 생활 중 서로 협력해 이룩한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는 데 있다. 하지만 현재 SK그룹 전체 기업 가치를 증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반도체 사업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노소영 관장의 실질적인 기여가 있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평가다.

2011년 SK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를 3조4267억원에 인수할 당시 반도체 시장은 극심한 불황으로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고 채권단의 3차 매각 공고마저 불발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SK그룹의 명운을 건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절대적 위기와 불확실성 속에서 최태원 회장은 그룹 내부의 강한 반대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인수를 성사시켰다.



배우자였던 노 관장은 이러한 과정에서 경영적 조력이나 심리적 지지를 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 관장은 오히려 비경영인의 신분임에도 당시 그룹 임원들에게 하이닉스 인수 반대를 압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이 개별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의 형성 과정 역시 노 관장의 기여와는 무관하다는 분석이다. 해당 지분은 두 사람이 사실상 완전한 결별 상태에 접어든 2011년으로부터 6년이 흐른 2017년에 확보된 자산이다. 이 시기는 최 회장이 정식으로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해 부부간 혼인 공동생활이 완전히 파탄 나고 법적 다툼이 개시되던 국면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이번 재상고심에서 부부로서의 어떠한 유대나 협력도 존재할 수 없었던 완전한 단절 기간에 개인이 홀로 전적인 재무적 위험을 감당하며 이루어낸 투자 성과마저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시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