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취업시장 신조어

 
  1. 금(金)턴

  2. 스마트 모잉족

  3. 범 NG족

  4. 슈퍼 & 저질스펙
 
  5. 언프렌드
 

   

 
 2009년엔 '88만원 세대'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취업을 앞둔 구직자들의 가슴에 루저의 비애와 불황의 안타까움을 새겨 놓았다. 비정규직 평균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으로 한달을 살아야 하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온몸으로 느끼고 견뎌야 하는 우리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2010년은 어떨까?

 2010년 상반기 취업시장은 기대만큼 '맑음'이 아니었다. 경기회복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지난해 취업시장을 뒤덮었던 먹구름이 어느정도 걷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취업 돌파구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졸업을 앞둔 예비 취업생이나 취업 재수생들에게 꽉 막힌 취업문도 틈을 보이지 않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취업시장에서 회자되는 키워드도 어려운 취업현상을 반영하듯 '시니컬' 일색이다. 그러나 이런 때 일 수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주요 키워드와 신조어를 통해 내일을 진단하고, 미래를 재단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조사한 '2010년 취업시장 신조어'에 따르면 금(金)턴, 스마트 모잉(Smart Moeng)족, 슈퍼스펙·저질스펙, 언프렌드(Unfriend) 등 다섯가지 신조어가 취업시장을 관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소한, 그러나 눈에 익은 듯한 '말의 풍속도'에 담긴 의미와 속뜻을 살펴본다.
 
 1. 황금같은 자리 '금(金)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굳게 닫힌 취업문은 꿈쩍하지 않았다. 여간해서 자리를 내주려고 하지 않는 취업시장에 그나마 '숨통'이 되어 준 것은 인턴십이었다. 여기에다 대기업에서도 신입사원 공채를 인턴십으로 바꿔 인턴 기간 중 실무능력을 검증한 뒤 선별해서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인턴십'이 취업시장의 황금알이 된 것이다.

 실제로 상반기 SK, 포스코, STX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이 인턴십을 속속 도입하거나 아예 신입공채를 인턴십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는 인턴십이 정규직으로 연계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상반기부터 인턴십이 정규 채용 프로세스로 자리를 잡았다. 인턴십이 '절반의 입사'가 됨에 따라 인턴 자리가 하늘의 별 만큼 얻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래서 정규직 전환이 약속되거나 전환률이 높은 인턴십을 구직자들은 '금(金)턴'이라고 부르고 있다. 말 그대로 금(金)처럼 소중한 인턴이라는 것이다.
 

 2. 스마트 모잉족과 검지족
 "아직도 영어공부 학원에 가서 하니?"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오가는 얘기 중 하나다. 학원이 아니라 모바일을 통해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을 모잉(Smart Moeng)족이라고 한다. 모잉족이란 말은 2000년대 초반 휴대전화와 PDA 사용이 크게 늘면서 이를 활용해 영어공부를 하는 '모바일 잉글리시(Mobile English Study)를 줄여 불렸던 용어다. 그것이 올해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 출시가 잇따르면서 '스마트 모잉족'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해 스마트폰으로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됐다.

 스마트폰 출시로 다양한 관련 어플리케이션과 인터넷을 활용해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고, 휴대전화도 터치스크린 방식의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엄지족에서 검지족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
 

 3. 졸업유예로 늘어난 '범 NG족'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생겨난 대학가 풍속 중 하나가 휴학이나 학점을 고의로 다 채워 듣지 않으면서 취업이 될 때까지 학생신분을 유지하며 졸업을 미루는 NG(No Graduation)족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부모님 입장에서는 학비마련 부담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학점을 포기하고, 수업을 성의 없게 듣는 일부 고학년들 때문에 면학분위기도 흐려진다는 점이다. 취업난이 만들어낸 고육책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서 아예 졸업유예제도(졸업연기제도)를 실시하는 대학이 생기고 있다. 즉 졸업요건을 충족했더라도 졸업연기를 희망하는 학생이 학교에 유예신청을 하면 졸업을 늦춰주는 것이다. 기존 NG족에다 졸업유예 제도를 이용해 졸업을 연기하는 학생들까지를 아울러 '범 NG족'이라 부르고 있다.
 
 4. 슈퍼스펙 & 저질스펙
 스펙(Specification)이 대학생들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취업 성공의 열쇠가 경쟁자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스펙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스펙'이란 단어도 인터넷 취업카페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용어다. 자신의 스펙을 공지해 놓고 이 정도면 어느 수준의 기업에 합격할 수 있는지 공개적으로 검증받고 서로에게 얘기해주며 취업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 중 스펙이 아주 좋은 상태를 슈퍼스펙, 반대로 좋지 못한 스펙을 저질스펙이라 칭한다.

 스펙에서 파생된 용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스펙을 높여야 한다는 집착에 시달리는 '스펙강박증', 진학 편입학 재입학 등을 통해 스펙을 세탁한다는 '스펙리셋' 등 다양한 파생어들이 양산되고 있다.

 언제부턴가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 스펙지상주의가 만들어 낸 씁쓸한 현상이지만 어쩌랴, 취업을 위하는 일이라면 기왕지사 슈퍼스펙이 좋은 것을.

 5. 비인간적인, 이기적인 '언프렌드'
 취업난이 만들어낸 현상 중 하나가 '나 이외 모든 사람은 경쟁자'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취업에 대비해 스터디를 함께 하는 친구들 조차 잠재적 경쟁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알게 모르게 견제하고 감추는 것이 점차 자연스런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교류를 이어가는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인 관계가 보편화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여기서 나온 말이 언프렌드(Unfriend)다.

 언프렌드는 지난 2009년 옥스퍼드사전이 뽑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키워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친구목록에서 삭제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취업시장과 대학가에서는 조금 다른 용도도 쓰이고 있다. 취업을 위해 특정 준비를 위해 모였던 사람들이 목적을 달성하거나 모임을 이어갈 필요가 없어졌을 때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끊는'다는 의미로 쓰이는 것이다. 즉 취업을 위한 스터디 모임을 꾸렸다가 그 모임이 필요 없어지면 몰랐던 사람처럼 돌아선다는 얘기다. 트위터의 언팔로워(Unfollower)와 비슷한 개념이다.

 조금은 비인간적이고 냉정한 시대적 산물이라지만 우리 정서와는 동떨어진 풍속으로, 지나치리만큼 이기적인 단어임에 틀림없다. '관계'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다.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잡아주는 여유와 관용을 갖는 것도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고 자신을 풍요롭게 해주는 일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김은옥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