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여름부터 1년 동안이나 박스권 안에서 움직이던 주식시장이 드디어 박스권 상단을 돌파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워낙 큰 충격을 받아서 그런지 금융위기의 최저점이 지난지 2년 가까이 됐는데도 주식시장이 오를 때마다 펀드 환매는 여전하다. 순유출금액이 6월에 2조3466억원, 7월에 2조5656억원으로 꾸준하다. 올해 들어 거의 10조원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갔다. 그러나 펀드 환매가 이어지면서도 주식시장은 계속 상승해 금융위기 저점 대비 100%까지 올라왔다.

박스권 돌파 후에는 추세적인 상승이 이어진다는 것이 쉬운 예상이지만, 박스권 돌파가 속임수로 끝나는 경우도 시장에서는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과연 어떻게 될지는 주식에 돈이 들어가 있는 모든 투자자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단순하게 바라본다면, 1년 동안 유지되던 박스권의 상단 근처에서는 팔고, 다시 박스권 하단으로 내려오면 사겠다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똑같은 패턴이 무한히 반복되지는 않기에 지난 1년간 수익 내기 유리했던 방법이 앞으로 계속 유리하다는 보장이 없다.

1. 줄다리기에서 누구의 힘이 더 센가
 
시장에서 거래가 형성된다는 것은 누군가 파는 것을 누군가 사주고, 누군가 사고 싶어 하는 것을 누군가 팔아준다는 것이다. 상승장이건 하락장이건 매도물량과 매수물량의 체결량은 늘 일치한다. 매도물량과 매수물량은 똑같으면서 어떤 때는 오르고 어떤 때는 내린다. 매도보다는 매수가 적극적일 때 오르는 결과로 나타나고, 매수보다는 매도가 적극적일 때 내리는 결과로 나타난다. 매수세가 낮은 가격에만 주문을 내 마이너스권에서만 사려고 한다면 주가는 내려가면서 체결이 된다. 매도세가 높은 가격에만 내놓고 굳이 낮은 가격에는 팔지 않으려하면 주가는 올라가면서 체결된다.
 
즉, 매수와 매도라는 줄다리기에서 어느 쪽의 힘이 더 센지에 의해 움직임의 방향이 정해진다.
올해 들어 대량으로 펀드 환매가 이루어지면서 주식이 매도될 때, 그 반대쪽에서는 외국인이 8월2일까지 약 8조5000억원, 기금은 약 2조2000억원을 누적으로 순매수했다. 대량의 펀드 환매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상승한 것은 외국인과 기금이 적극적인 매수 자세를 가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14일은 박스권을 돌파한 의미있는 날이었는데, 이날 하루에 외국인은 90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수를 해온 측에서 박스권을 위로 적극적으로 돌파시켰기 때문에 일단 외국인 세력이 시장을 주도하는 힘이 있다고 봐야한다. 거기에다 기금이 힘을 보태주는 형국이다.

원래 연기금은 시장을 올려가면서 사는 방식이 아니라 시장을 단기적으로 지지하는 방식을 주로 취했다. 단기 저점에서는 적극 사들여 매수량이 늘어나고 고점에서는 매수 강도를 약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 고점을 돌파할 때에는 기금도 소극적이 아니라 적극적 매수했다.
 
격언에 보면,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는 이야기가 있다. 부자는 돈을 버는 사람이므로 부자를 쫓아가는 것이 돈 벌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도 돈을 버는 투자자와 시장에 영향력이 큰 세력을 기본적으로 주시해야 한다.
 

2. 역사적인 경험에 의하면
 
주가차트상 외봉이나 쌍봉을 만들고 추세적인 하락으로 전환한 사례들이 많다. 가끔 3봉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럴 때 봉우리 가운데를 중심으로 왼쪽 어깨, 오른쪽 어깨, 이런 식으로 해석한다. 3봉을 넘어서서 4봉, 5봉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은 상대적으로 흔하지 않다. 물론 어느 것을 봉우리에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봉우리 개수가 달라질 수 있다. 4봉, 5봉이란 말은 박스권 상단에 여러 번 부딪혔다가 결국 넘어서지 못하고 추세적 하락으로 전환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면 그때부터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번에 그런 상황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과거에는 박스권 상단에 4~5번 이상 부딪히다가 상단을 돌파한 뒤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너무 잘 알려져 있듯이, 1988년부터 2004년까지는 지수 1000포인트가 박스권 상단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이 오랜 세월 박스권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2005년에 박스권을 확실히 돌파한 뒤에 지수는 2000포인트까지 빠르게 올랐다.

줄다리기에서 줄의 중심부가 양쪽으로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하면서 팽팽하게 밀고 밀리다가, 결국 어느 한쪽으로 확실하게 줄이 넘어가면 갑자기 주르륵 줄이 크게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06년 초부터 2007년 초까지는 1년 동안 박스권을 유지하면서 상단의 저항을 계속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7년 4월에 박스권을 확실하게 돌파하고, 그 뒤로는 2000포인트 근처까지 빠른 속도로 올랐다. 이와 같이 긴 시간 동안 박스권 상단에 여러 번 부딪혔다가 돌파할수록, 상승 탄력은 더 커질 확률이 높아진다.
 
3. 경제지표는 어떠한가
 
근래 들어 선진국 경기가 다소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2/4분기 실적발표가 끝나감에 따라 어닝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실적도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지속 상승이 힘들다는 견해는 어떤 시기이던지 항상 시장에서 말할 수 있는 견해다. 경기선행지수는 6개월이나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한국이나 미국에서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양호한 수준에서 몇 달 증가하고, 몇 달 감소하는 패턴 속에서는 지수가 꾸준히 상승했다.(그림: 한미 경기선행지수, 하나대투증권 2010년 8월2일) 현재 몇 달째 감소한 모습은, 조만간 증가하는 모습으로 돌아설 포텐셜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모멘텀이 확실하게 드러났을 때에는 주식시장이 미리 올라있을 수 있으므로, 모든 지표가 너무 완벽한 상태에서 투자하는 것은 수익률 면에서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올해 상반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7.6%로 2000년 상반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경제성장률은 2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7.2%, 1분기 대비 1.5% 성장했다.
 
건설업은 주거용 건물 건설이 부진하면서  1년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제조업에서 설비투자와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0%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에서 도·소매와 운수업 등은 3.7%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한국은행은 "한국 경제가 어쩌면 확장국면에 진입했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7월에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앞으로도 인상될 가능성이 주식시장에 작용할 영향은 그다지 부정적이지는 않다. 정책금리를 올리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돼있어 자산시장을 진정시키고 유동성을 흡수하면서 경기를 둔화시키는 영향을 발휘할 때는 주식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그러나 지금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있으며,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은 물가상승률보다 낮고 지난 3년간 연간실질성장률의 평균보다 낮다. 지금은 시장에 그다지 충격을 주지 않고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기다. 오히려 금리 인상은 경제가 회복되고 확장돼가는 단계임을 나타내준다.
 
회사채 수익률이 2004년까지 계속 하락하다가 2005년 초부터 오르기 시작할 때 주식시장은 대세상승의 모습을 굳혀갔다. 2005년 초가 바로 16년 동안의 대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는 시기였다. 지금은 2008년 말부터 하락하던 회사채 수익률이 바닥을 찍고 있는 시기다. 2006년에 금리가 계속 인상됐지만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지속했었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