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다수결이다. 대중의 의견이 옳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소수의 엘리트가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얼핏 보기에 어리석을 것 같은 대중이지만 이들의 의견이 충분히 합리적이고 현명하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함께 덩달아 경제발전을 이룬 선진국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1907년 서부 잉글랜드의 가축전시회에서 하나의 이벤트로 가축의 몸무게를 측정하는 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지정된 암소의 무게를 추측해 제출했고, 가장 정확하게 무게를 맞춘 사람이 상을 탔다. 대회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푸줏간 주인도 있었고, 농부도 있었다. 물론 가축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을 터.

프란시스 갈톤(Francis Galton)은 참가자 700여명이 추측한 결과를 분석했다. 사실을 말한다면 갈톤은 우생학자로서 유전자가 우월한 사람은 육성하지만 열등한 사람은 도태시켜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 사람이었다. 그는 대중들의 가축 몸무게에 대한 추측이 실제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것이리라 생각했고, 그것을 증명해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대중은 틀렸고, 그러니 소수의 우월한 엘리트가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자신의 논리를 주장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결과는 정반대였다. 대중이 추측한 암소 몸무게의 중간값은 1207파운드이고 실제 암소의 몸무게는 1198 파운드인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대중의 의견은 실제에 비해 9파운드, 0.8%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에서 미루어볼 때 어떤 특정한 사안에 대해 대중의 의견은 실제 가치와 비교해 1% 이내로 정확했다. 이같은 오차는 아무리 전문가라고 할지라도 감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갈톤은 결국 <네이처> 잡지에 발표한 <대중의 의견(Vox Populi)>이라는 그의 논문에서 그의 소신을 꺾고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으로 대중의 판단은 매우 신뢰도가 높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주식시장에도 소위 '엘리트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중의 의견은 잘못됐고, 따라서 대중의 의견과 반대방향으로 거래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자신만이 옳고, 시장의 다른 사람은 모두 틀렸다는 확신에 차 있는 사람도 많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오르지 않을 때, 그들은 '이처럼 좋은 주식을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다니, 그들은 틀렸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그처럼 '좋은 주식'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을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해서 일이 잘 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대중의 의견, 즉 시장의 일반적인 추세와 같은 방향으로 거래하는 편이 안전하다. 고집쟁이 우생학자 갈톤도 결국 굴복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