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청춘을 바친 회사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일 것이다. 동부화재 김정남 사장이 그렇다. 김 사장은 1984년부터 올해까지 26년간 동부화재에서 근무한 정통 보험맨이다.

지점장을 거쳐 상무, 부사장으로 승진을 거듭한 김 사장은 올해 5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영업현장에서 영업감각을 익히고 영업본부장과 경영기획담당, 신사업부문 등을 두루 섭렵한 점이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제 그의 앞에는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지주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금융회사로서 입지를 다져야 하는 굵직굵직한 현안이 놓여있다.

◆'수익'과 '성장' 두마리 토끼 잡기

동부화재는 당기순이익이 높기로 유명하다. 올 1분기(4~6월)에도 65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성과급 지급으로 지난해에 비해 순익 규모가 줄었음에도 업계 2위 성적이다.

따라서 김 사장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반으로 성장성 확보도에 주안점을 둘 방침이다. 손해보험업계 3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심 2위자리를 넘볼 기세다.

그는 취임 초기에 "우량 물건과 장기보장성 상품 위주로 영업을 전개하고 손해율 관리를 철저하게 해 수익성을 높이겠다. 아울러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 채널별 경쟁력 강화를 통해 외형 성장의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마케팅전략회의와 상품개발실무회의 등 협의체를 운영해 상품개발 역량을 강화키로 했다. 또 전략마케팅본부 산하에 '상품전략팀'을 신설했다.

이외에도 김 사장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문은 고객만족도 1위 달성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철저한 완전판매로 민원을 사전에 예방하고,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고객위주로 재정립할 것을 주문했다.

김 사장은 "형식적인 완전판매는 의미가 없다"며 "실질적인 완전판매가 되도록 임직원과 설계사 교육을 보다 철저히 강화할 방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차 전화모니터링과 2차 현장점검반 가동을 통해 불완전 판매를 수시로 점검할 계획이다. 또 부진한 조직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실시하고 불완전 판매를 유발한 직원이나 설계사는 삼진아웃제를 실시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소통'과 '자율' 리더십

김 사장은 취임하면서부터 직원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회사 성장의 비전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기업문화와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그가 내세운 '소통'과 '자율'의 리더십은 책임이 전제된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고 상호 간 소통을 원활하게 전개함으로써 허상이 아닌 실상이 추구될 수 있는 기업문화를 확립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CEO 메시지를 격월로 제작, 사내방송을 통해 방영하고 있다. 이 메시지는 영업현장까지 방영된다. 회사와 현장 간 거리감을 최대한 줄여나가기 위한 것이다. 

얼굴을 직접 맞대는 행사도 갖고 있다. 'CEO와 通·通·通' 행사가 대표적이다. 이 행사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영업조직과 보상조직, 젊은 직원 등 모든 직원 및 영업가족들을 만나는 것이다.

직원들의 가족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자주 열 예정이다. 1차로 새로 승진한 신임 과장들의 가족을 초청해 승진 축하연을 열기도 했다.

사이버상에서의 소통도 준비하고 있다. CEO 블로그를 개설해 사이버상에서 직원과 영업가족이 수시로 CEO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로 활용할 계획이다.

고객과의 소통은 더욱 중요한 문제다. 김 사장은 "고객의 다양한 의견을 직접 듣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소비자평가단'을 구성했다"며 "소비자평가단을 통해 얻은 상품 평가와 신상품 아이디어, 서비스 만족도 등은 바로바로 회사경영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사회공헌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CEO를 위원장으로 하는 '지속가능 운영위원회'와 경제·사회·환경 분과별 실무협의회를 운영해 분기별로 기존 활동내용을 점검하고 새로운 활동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제는 세계로 눈 돌릴 때

최근 동부그룹의 금융지주사 설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동부그룹이 동부정밀화학과 동부CNI를 합병하겠다고 결의하면서 다음 수순으로 금융지주사 설립 가능성이 부각된 것.

김 사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주사 전환은 중장기적인 검토사항"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직 가시적인 스케줄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답변인 셈이다.

그러나 제조부문의 동부정밀화학과 동부CNI 간 합병이 마무리 되면 금융부문의 시너지를 위해 금융지주사 설립은 필수적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금융지주사는 동부화재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부문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막강한데다 동부생명과 동부증권의 최대주주도 동부화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김 사장은 동부화재를 더욱 안정적이고 내실 있는 회사로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크다. 김 사장은 선진 경영시스템을 구축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는 2012년에는 업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해외로도 눈을 돌려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 LA와 괌, 하와이에 진출한 동부화재는 이들 지점을 통해 지난해 580억원의 수입보험료(매출)를 올리고 108억원의 보험영업이익을 내는 등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김 사장은 추가로 중국시장과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중국의 경우 베이징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우량한 보험중개사 지분을 인수해 중개영업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할 계획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는 사무소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LA지점의 영업모델과 인프라를 활용해 한인들이 많은 동부지역에도 추가 진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