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마르크가 쓴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전의 실상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린 나이에 멋모르고 전쟁에 뛰어든 주인공은 참호 속에 웅크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적과의 대치 상황을 이어나간다. 그러다 참호로 날아든 나비를 잡으려 무심코 몸을 일으켰다가 저격병의 총탄을 맞고 쓰러지고 만다.

지금처럼 대량 살상무기가 없었던 그때는 참호 속에 숨어서 적이 쳐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어책이었다. 적을 공격한답시고 몸을 일으켜 평지를 '돌격'하는 것은 적의 기관총에 몸을 맡기는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프랑스의 국방장관 앙드레 마지노는 독일과의 국경에 콘크리트로 강력한 방어벽을 쌓자고 주장했다. 그러면 혹시 있을지도 모를 독일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제안이 받아들여져 무려 10년간의 대공사 끝에 750km에 이르는 거대한 장벽이 완성됐다. 그의 이름을 따서 '마지노선'으로 명명된 방어선을 믿고 프랑스 국민들은 이제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이후 독일에 히틀러가 등장하면서 2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그러나 프랑스는 느긋했다. 마지노선을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은 마지노선을 정면으로 공격하기보다는 벨기에를 점령한 이후 장벽을 우회해 프랑스로 쳐들어왔다. 프랑스는 변변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마지노선을 너무나도 신뢰한 나머지 그게 무너지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알다시피 프랑스는 독일의 점령으로 오랫동안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주식시장도 같다. 시장에서도 흔히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강력한 지지선을 마지노선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주가가 지지선 근처에 이를 때마다 매수세가 나타나 주가가 반등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식의 세계에서는 '절대로'라는 것은 없다. 어떤 일이건 발생할 수 있다.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던 강력한 지지선이라고 할지라도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특히 시장의 투자자들이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지지선이라고 강하게 신뢰하면 할수록 정작 그 지지선이 무너졌을 때의 파장은 크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마지노선이 뚫린 이후에 프랑스가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했듯, 철석같이 믿었던 지지선이 무너진다면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강력한 지지선으로 간주되던 수준이 무너질 때 시장이 큰 폭으로 추락하는 사태가 종종 벌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다. 투자자들이 충격에 휩싸이면서 앞뒤 가리지 않고 주식을 내다팔기에 주가가 급락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설마 마지노선이 무너지랴'라고 안심하기보다는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주식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주가의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 주가의 움직임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