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은 분명 골프클럽과 함께 골프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도구다. 테니스를 하고 축구를 하고 야구를 하듯 골프공은 클럽으로 날려 보내야 하는 스포츠용품이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인식으로는 골프를 사랑할 수도, 즐길 수도 없다. 많은 골퍼들이 골프를 지독히 사랑하면서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고통 받는 것은 골프공에 대한 이미지가 잘못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연습장에 널려 있는 공을 대하듯 아무 생각 없이 쳐날려 버려야 하는 물체로 인식하는 한 결코 골프를 사랑할 수도, 즐길 수도 없다. 골프공은 기계적으로 날려 보내야 하는 단순한 물체가 아니다.
골퍼에게 골프공은 가슴 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는 벗이요 연인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골프공을 보고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벗이나 연인을 만나고 작별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반가움에 서로의 얼굴을 환희로 마주하고 손을 잡고 가슴을 껴안으며 만남의 기쁨을 표현할 것이다. 깊은 교감으로 회포를 풀고 사랑을 나눈 뒤 헤어질 때는 보내고 싶지 않은 아쉬움에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가슴을 안고 떨어지지 않는 악수로 벗을 배웅하고는 떠나는 뒷모습을 고즈넉이 바라보게 된다.
공을 앞에 두고 셋업하는 어드레스 자세가 바로 공과의 만남, 상봉의 순간이다. 공을 정면에 두고 그 뒤에 클럽헤드를 목표방향과 직각이 되도록 놓고 두눈과 가슴, 두팔, 다리를 공을 향하면서 목표방향과 평행하게 놓는 것이 바로 보고 싶었던 벗 또는 연인을 만나는 자세와 뭐가 다른가.
백스윙 다운스윙을 거쳐 공과 클럽헤드가 만나는 히팅 자세는 바로 벗이나 연인을 떠나보내는 순간의 동작과 다름없다. 항상 옆에 두고 싶은 벗이나 연인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에 이별의 순간 눈과 가슴으로 마주한 뒤 무사히 돌아가라며 떠나보내듯 곧 클럽헤드에 맞아 나갈 공을 눈과 가슴으로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는 동작이 바로 히팅 자세인 것이다.
그렇게 벗이나 연인과 작별하고 제대로 길을 떠나는지 확인하는 자세가 비로소 피니시 동작이 되는 것이다.
골퍼 최대의 난제인 헤드업은 바로 가슴과 눈으로 공과 작별하는 과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다. 공이 클럽헤드와 만나는 순간, 즉 내가 공과 작별을 하는 순간 두눈과 가슴으로 마주하는 자세를 생략해버림으로써 만병의 근원이라 할 헤드업이 일어나는 것이다.
공을 가슴 깊이 간직한 벗이나 연인으로 생각하면 귀찮은 사람을 쫓아 보내듯 그렇게 허겁지겁 공을 때릴 이유도 없어지고 공을 가격하는 순간에도 공이 떠나기도 전에 눈과 가슴을 거두는 일이 쉬이 일어나지 않는다. 자연히 눈과 가슴이 공과 마주하는 순간을 거치기에 헤드업을 피할 수 있다.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니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而自遠方來 不亦樂乎)'
골프공을 마주하고 스윙을 하는 골퍼의 자세가 바로 이런 심정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