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읍내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채석강을 향해 달리다보면 '바람모퉁이'라 불리는 해안이 나온다. 변산반도 여행의 들머리이기도 하는 이곳을 돌아가면 이내 널따란 갯벌이 눈을 붙잡는다. 이어 해안의 크고 작은 포구에 둥지를 튼 아담한 어촌들을 지나다보면 변산반도 서쪽 끝에 걸린 채석강이 반긴다.
채석강은 '서해의 진주'로 불리는 변산반도 해안 경치 중 으뜸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서해가 호수였던 약 7000만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퇴적층이 파도에 깎이면서 이루어진 해안절벽이 장관이다.
썰물 때면 채석강의 너른 갯바위를 거닐며 그 절경을 가까이서 감상하고 파도가 뚫어놓은 해식동굴도 들어가 볼 수 있다. 또 바위틈으로 잽싸게 숨어드는 게도 잡아보고, 갯바위 물웅덩이 한쪽에 붙어있는 말미잘도 희롱하며 바다가 주는 재미를 실컷 즐긴다. 그러나 서해의 밀물은 소리 없이 다가선다. 이따금 물때를 잘못 계산해 바닷물에 갇힌 사람들이 모터보트로 구조되는 일도 생긴다. 산책 후엔 갯바위에 둘러앉아 낙지며 멍게 따위를 안주 삼아 소주도 한잔 들이켜도 좋다.
채석강 입구에서 소형 모터보트를 타고 바다를 한바퀴 돌 수도 있다. 갯바위가 아닌 바다에서 배를 타고 감상하는 채석강은 맛이 또 다르다. 적벽강(赤壁江)의 사자바위 형상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것도 모터보트에 끌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격은 코스마다 다르다. 1코스 4만원, 2코스 6만원, 3코스 8만원.
채석강을 거느리고 있는 닭이봉(85m) 정상엔 근처에서 가장 빼어난 조망을 할 수 있는 팔각정이 있다. 가까이로는 격포해수욕장, 그 너머로 적벽강이 보인다. 반대편은 배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격포항 모습도 정겹다. 고개를 서쪽으로 돌리면 저 멀리 널따란 칠산 앞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채석강이나 격포항에서 닭이봉 정상까지는 500~600m, 걸어서는 2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꼭 올라보자. 격포항에서 등대까지 방파제를 따라 걷는 맛도 일품이다.
채석강 남쪽의 격포항은 해양수산부에서 선정한 우리나라 '아름다운 어촌 100곳' 중 하나다. 철 따라 주꾸미 갑오징어 광어 전어 꽃게 등 서해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수산물들이 잔뜩 나온다. 가을이 되면 당연히 전어가 주인공. 항구 맞은편엔 어시장이 있다. 등대 가는 방파제에도 포장마차 횟집이 길게 늘어서 있다. 횟집단지 보다 저렴하고 바다와도 가깝다.
채석강에서 격포해수욕장을 끼고 1.5km 정도 돌아가면 적벽강. 역시 강이 아니라 해안 절벽이다. 바다 위로 솟아오른 20m 정도의 절벽 위엔 수성당(水聖堂)이란 당집이 세워져 있다. 이곳엔 풍랑에서 어부를 보호하는 여신인 개양할미가 산다.
전설에 따르면 개양할미는 아홉딸을 낳아 전국 팔도에 나눠준 뒤 막내딸만 데리고 이곳 수성당에 살면서 서해바다를 지키고 있는 수호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여덟 딸은 각각 전국 팔도를 지켜주는 신이 되었다고 한다. 또 딸 8명을 위도 영광 고창 등 칠산 앞바다 곳곳에 흩어져 살면서 지키게 하고 자신은 이곳에 초가집을 짓고 살았다는 전설도 있다.
변산반도 해안을 따라 걷는 '변산 마실길'
이토록 아름다운 변산반도 해안. 이곳에도 전국적인 걷기 열풍에 힘입어 해안을 한바퀴 돌아가는 걷는 길이 탄생했다. 바로 '변산 마실길'이다. '마실 간다'는 '이웃집에 놀러간다'는 사투리. 현재 마실길은 새만금전시관에서 격포항까지 총 18km의 해안 길을 세개의 코스로 나누었다. 1코스는 새만금전시관에서 송포마을까지 5km, 2코스는 송포마을에서 성천마을까지 5.5km, 3코스는 성천마을에서 격포항까지 7.5km 거리다.
1~3코스를 모두 걷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6~7시간. 걷기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하루에도 답파할 수 있는 거리다. 여행 일정이 빠듯하다면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당연히 3코스를 강력 추천한다. 사자 닮은 붉은 바위가 돋보이는 적벽강, 오랜 세월을 느낄 수 있는 지질의 채석강, 바다를 지키는 개양할미를 모신 수성당 등 변산반도의 백미가 모여 있는 아름다운 코스다. 2시간30분~3시간 정도 걸린다.
마실길을 걷기 전엔 물때를 살펴봐야 한다. 밀물이 들어차면 갯벌이나 백사장이 잠겨 바닷길이 끊어지기도 한다. 물때가 맞지 않으면 질퍽한 갯벌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물이 많이 들어왔으면 육지 쪽으로 난 변형 마실길을 이용하면 된다. 물때는 변산반도국립공원 홈페이지(byeonsan.knp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행정보
●교통 서해안고속도로→부안 나들목→30번 국도→부안 읍내→변산해수욕장→격포(채석강) <수도권 기준 3시간30분 소요>
●숙박 채석강 주변에 해변파크장(063-583-2850), 해넘이타운(063-582-7500), 썬리치랜드(063-584-8030), 파레스장(063-584-4659), 하나장여관(063-584-8826), 채석강그랜드모텔(063-582-0307), 채석강비치빌모텔(063-583-3400), 서울민박(063- 584-7270), 채석산장(063-582-3000) 등 숙박업소가 많다. 2인1실 기준 3만~4만원 선.
●별미 격포항 주변엔 횟집이 많다. 이어도횟집(063-582-4444), 소문난조개구이(063-581-4236), 숯불조개구이집(063-583- 5200), 변산반도횟집(063-582-8888), 격포채석강횟집(063-581-8818), 현대횟집(063-581-4300), 해변촌(063-581-5740) 등이 있다. 격포항은 서해안의 최대 전어 집산지로도 꼽힌다. 가을엔 전어 별미를 맛볼 수 있다.
이 외에 부안의 대표적인 별미로는 변산반도 북쪽 대항리 변산온천산장(063-584-4874)의 바지락죽이 유명하다. 갖가지 양념으로 맛을 낸 바지락죽은 맛이 부드럽다. 1인분 7000원.
●참조 변산반도국립공원 전화 063-582-7808, 부안군청 대표전화 063-580-4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