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 판사와 변호사가 가발을 쓴 채 재판을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발을 쓰는 주된 이유는 재판장과 변호사들의 익명성을 보존하고 법정의 존엄성과 권위를 상징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가발은 약 400여년 전 프랑스 루이 13세가 자신의 머리카락이 빠지자 쓰기 시작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왕이 가발을 썼지만 당시 가발 제조 수준이 너무 낮아 티가 많이 나는 관계로 왕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왕족은 물론 귀족층 남자들이 아예 모두 가발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줏대가 아니라 대세를 따른 것이다.

동의수세보원에서 태음인의 숙명을 위의(威儀)를 지니는 것으로 설명한다. 태음인의 위의는 격식을 통해 몸에 분위기를 따지는 위엄의 모습이 위(威)이고, 이러한 모습이 마음을 통해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을 의(儀)라고 한다. 겉치레가 아닌 몸과 마음에 모두 위엄을 지녀야 한다는 얘기다.

태음인은 분위기를 매우 중시한다. 천성이 희성(喜)을 지녔기 때문이고, 낌새를 잘 느껴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와 반대로 일이 진행되어도 그냥 대세를 따르는 경향을 가겼다. 줏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즐겁게 하기 위한 노력이다. 직업이나 상황이 자신의 고집보다 분위기에 맞는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 태음인 위의의 특징이다. 그러나 진정한 태음인의 위의는 엄하게 행동하거나 무섭게 한다고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집안의 어른 같이 혈연을 맺었을 때, 가만히 있어도 할아버지는 아이에겐 위엄 있는 존재이다. 위엄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예의에 맞아 위엄 있는 거동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태음인의 위의이다. 위의는 무서움 두려움 등의 마음을 상대에게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우면서도 믿음성 있는 행동을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

태음인이 지닌 위의의 핵심은 자연스러움이다. 두뇌의 암기스타일을 보면 소양인이 순간을 외운다면, 소음인은 논리를 외우고, 태음인은 상황을 외운다. 지식을 그냥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내가 습득한 경위까지 통째로 외우는 것이 태음인이다. 야구선수가 태음인이라면 자연스러운 스윙이 될 때까지 반복적 연습을 해야 하며, 공부 역시 자연스럽게 답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야 한다.

준비된 상황에선 어떤 변화도 두렵지 않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선 전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태음인이 외형에 사치를 부리거나 자신이 가진 것을 과시하고 싶어진다면 기억하자, 몸에 아무리 위엄을 갖추어도 마음이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면 한낱 허세에 불과하다는 것을.

마음에 위의를 갖추어야 자신의 행동이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해진다. 그 편안함은 활력소를 증강시켜 몸도 건강하게 만든다.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마음에 위의가 생기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스스로 엄격해야 한다. 또 규칙적이고 부지런한 행동으로 마음에 위의가 있는 태음인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