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들은 CEO의 취향에 따라 자산 포트폴리오가 크게 다르다. 철저히 우량 가치주를 선호하는 곳부터 시장상황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지는 경향을 보이는 곳도 있다. 큰손들이 자금을 맡길 자문사를 선택하기에 앞서 CEO의 성향을 분석하고 따지는 이유다.
◇'시선집중'펀드 4년여 동안 182.8% 수익률
시장은 언제나 '예측 불허'의 지뢰밭이다. 이런 시장에서 매년 고정적으로 '20%+알파'라는 절대수익을 올리고 있는 CEO가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재학 시선투자자문사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수익률은 상대수익률과 절대수익률로 나뉜다. 그 중 상대수익률은 시장상황에 따른 평가기준이다. 예컨대 코스피지수가 5% 하락했다면, 수익률이 '-3%'라고 해도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투자자문사 뿐 아니라 대형 자산운용 업계에서도 상대수익률을 선호하는 이유다.
그러나 절대수익률은 다르다. 시장과 무관하게 항상 고정적인 투자수익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만큼 어렵고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시선투자자문은 '시선집중'이라는 대표펀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운용기간인 2006년 4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4년2개월 동안 총 182.8%의 수익률을 올렸다. 매년 평균 28%의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최근 1년간 누적수익률은 59.2%를 기록했다. 국내 성장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25.0%라는 점과 비교하면 성과가 확연하다. 물론 정 대표도 절대수익률을 항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
"2006년 자산운용을 시작한 이후 대부분 수익률 목표 이상을 거뒀습니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우리도 성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건 단기성과로 끝나는 펀드가 아닙니다. 5년, 10년 기간동안 얼마나 꾸준한 성적을 내는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성과가 좋지 못할 때를 대비해 평소 수익률을 높게 올려야 한다는 게 정 대표의 운영방침이다.
그에게 올해와 내년 증시전망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더니 "시황에 대해서는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전망은 있지만 절대수익률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투자자들은 시황에 큰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 하고 있다고 했다.
어렵다는 절대수익률을 고집하기 위해 시선투자자문은 두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저평가됐거나 성장성이 뛰어난 우량주를 발굴해 장기투자를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다음으로는 자산운용 철학을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는 철칙을 유지하고 있다.
"매매보다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가치 있는 기업의 발굴입니다. 가능성이 있겠다 싶은 종목이 있었는데, 3년간 매매를 하지 않고 계속 탐방을 다니며 기업의 변화를 지켜본 적도 있었지요. 저를 비롯해 여러 애널리스트들의 기본 업무는 기업분석과 탐방입니다. 단기매매로 추가 수익을 올릴 수도 있으나, 이로 인해 운영철학이 뒤집히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이를 위해 독특한 회사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회사에 펀드매니저는 정 대표 혼자다.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애널리스트다. 4명의 애널리스트들은 종목분석과 기업발굴을 맡고 이런 준비작업을 토대로 정 대표가 투자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펀드매니저가 많으면 미세하게나마 자산운용의 나침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분산투자의 본질적 이해 부족
절대수익률 못지않게 그가 중요하다는 가치가 있다. 바로 '성공고객 100%'가 아니라 '실패고객 0%'다. 정 대표는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같은 종목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초기에 자금을 맡긴 고객이 있고 뒤늦게 들어온 고객이 있다.
두 투자자를 한 종목에 함께 투자하도록 한다면 시간에 따른 가격차이 때문에 수익률에 편차가 있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량기업을 꾸준히 발굴해 대체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조언할만한 투자원칙과 리스크관리 방법을 물어봤다. 정 대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분산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본질을 모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예컨대 1억원의 자산을 배분하는데 금리 4.0% 적금에 2000만원과 평균적인 기대수익률이 20%인 다양한 펀드에 8000만원을 든 경우와 반대로 6000만원을 적금에 들고 4000만원을 기대수익률 36%인 위험자산에 든 경우가 있다고 칩시다. 두 포트롤리오의 기대수익률은 16.8%로 동일합니다. 이 경우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요? 답은 당연히 후자입니다. 왜냐면 심각한 경제위기가 왔을 때 전자의 경우가 후자보다 위험자산 노출도가 2배나 높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위험자산의 수익률 하락수준을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경험하지 않으셨던가요."
흔히 투자자들이 저지르는 오류는 위험자산 내부구성만 분산해놓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점이라고 정 대표는 지적했다. 예컨대 주식이 5000만원이라고 하면 이를 3000만원으로 줄이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주식만 분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미국 타이론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매니저들에게 부족한 기업분석 능력도 겸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 대표를 신뢰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또 2003년 머니투데이를 비롯, 각 언론이 주관한 펀드평가에서 최우수 펀드매니저, 베스트 펀드상 등을 휩쓴 경력도 가지고 있다.
☞정재학 대표는 삼성투신운용과 동양종금증권의 자산운용을 맡았던 정통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리노이주립대 MBA를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