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런가? 행복한 사람 곁에 있으면 나도 행복해지고 불행한 사람 가까이 있으면 내 마음도 울적해지듯 '행복 바이러스'라는 것은 전염성이 너무도 강해서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사이에도 옮겨 다니는데 다른 일에는 행복한 사람이 어찌 골프에 이르러 불행할 수 있을까?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고 천부당만부당한 얘기다.
골프가 잘 돼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 할 줄 아는 사람이 골프를 잘 치는 것이다.
잘못 친 공이 나무를 맞고 온 그린이 된다든지 미스샷이 OB 말뚝을 맞고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튀어 들어온다든지 누구라도 행복해 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에서 행복감에 빠져드는 것이야 삼척동자도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잘 맞은 공이 이상한 경사에 놓이고 일생일대의 샷을 쳤는데 디봇자국에 들어가 있는, 소위 역경과 고난이라고 이름할 만한 상황에서 '모든 라운드에 있어 행운과 불운의 숫자는 늘 같다'든지 이 상황을 타개하고 나면 행운의 여신이 손짓을 하리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당한 정도의 내공을 요구하는 일이고 결국 골프는 그 사람의 내공의 깊이를 묻고 있는 게임일 터다.
오래도록 골프를 가르치면서 사람들을 관찰해 본 결과 골프에서 불평불만을 일삼는 사람은 일상의 삶도 투덜이였다. 노력은 쥐꼬리만큼 하고서 샷 마다 굿샷을 기대하는 사람은 사업을 하면서도 그러했고, 타인의 골프로부터 지독히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은 일상의 관계 속에서도 당연히 그랬다. 18홀 전체 혹은 몇번의 라운드를 관통하는 흐름을 읽지 못하고 한샷 한샷에 일희일비하는 사람은 근시안적인 관점이 일과 사람을 대하는 데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심지어 운전을 하면서도 코앞만 보고 비틀비틀 운전을 한다.
골프가 불행하다고 느껴지거든 과연 다른 일상의 일들을 대하는 내 태도와 관점은 어떤가를 물을 일이다. 노력 대비 지나친 기대로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필요 이상의 경쟁심이나 시비분별심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소한 것들 속에서 행복을 찾을 줄 모르는 것은 아닌지? 내일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의 행복을 저당 잡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삶이 행복하냐 아니냐는 관점에서 보자면 골프의 행과 불행이라는 것은 어쩌면 하나도 중요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 보면 골프는 내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바로미터로 이미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골프가 거기쯤 위치 지어질 때 가장 아름다운 거리, 남도 나도 보기 좋은 골프가 된다.
그리고 정말 골프만 빼고 다 행복하다면 골프만이라도 좀 불행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삶이 너무 교만해 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