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내놓은 2010년형 시빅 하이브리드는 연비에 있어 상당한 매력을 갖고 있는 차다. 공식적인 연비는 23.2km/l다. 차량 선택의 기준을 오로지 연비에 맞추는 운전자라면 시빅 하이브리드는 훌륭한 선택이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계의 클래식카다. 2002년 4월 북미시장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2007년 2월 국내에 들어왔다. 하이브리드 대중화의 터를 닦은 차다.


국내에서도 쏠쏠하게 팔렸다. 혼다에 따르면 2007년 60대를 목표로 국내 시장에 들어와 163대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까지 557대가 판매됐다.

갑자기 출시 9년째를 맞은 차량을 시승하게 된 이유는 얼마 전 제기된 등판능력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올해 여름 일부 언론에서 시빅 하이브리드가 언덕길을 오르지 못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시빅 하이브리드의 국내 판매량은 급감했다. 지난해까지 연평균 185대를 판매했지만 올해에는 10월까지 불과 40대 판매에 그치고 있다.


전기 사용량 알려주는 IMA 게이지


2010년형 시빅 하이브리드의 외관은 여전히 기존 시빅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준중형급에 어울리는 납작함이 돋보인다. 현대차 아반떼보다 길이는 길고 높이는 낮다.

운전석에서 보는 시야는 뛰어나다. 탁 트인 실내감을 느낄 수 있다. 전면 공간이 넓어 피자 한판을 올려놓아도 부족함이 없다. 차량 전면부의 디지털 속도계와 RPM 게이지가 분리돼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물론 이전 시빅에서 선보인 부분이다.

이 차량이 하이브리드임을 알려주는 IMA(Integrated Motor Assist) 작동 지시계가 계기판 왼편으로 보인다. 시빅의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자동차에 모터와 배터리만을 추가하는 방식인 혼다의 IMA 시스템을 적용했다. 엔진이 중심이 되고 모터가 보조하는 병렬 방식이다.

이 방식은 엔진이 연료를 많이 소비하는 발진 및 가속 시에 모터가 보조하는 형태다. 계기판의 게이지가 아래로 늘어나면 충전되고 위로 늘어나면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속에서는 모터만으로 주행하고 고속에서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작동하는 토요타의 직병렬 방식과 반대다.

혼다는 단순한 모터 시스템 구조와 더불어 주동력을 엔진에 두고 있어 소형차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언덕길 밀림현상에 뒷 차는 ‘흠칫’

하이브리드 차량을 처음 운전하는 운전자가 차의 특성을 주지하지 않고 운전을 시작했다면 상당히 당황할 법한 기능이 있다. 혼다가 연료절감을 위해 선택한 오토스톱 기능은 차량이 멈출 때마다 엔진도 함께 멈춘다.

그래서인지 발진 후 가속감은 떨어지는 편이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엔진이 걸리지만 약간의 시간이 성미 급한 운전자의 마음을 붙잡는다. 수시로 꺼지는 엔진 때문에 급가속과 급제동을 피하게 되니 자동으로 경제운전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가장 먼저 최근 문제가 됐던 언덕길 주행을 위해 강남의 한 대형 할인마트를 찾았다. 탄력 없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기에 적합한 장소다. 평일 오후임에도 마트 입성을 위해 줄지어선 차들을 보니 불안하다. 이 곳 주차장은 다른 할인마트에 비해 경사도 상당한 편이다. 진짜 언덕길 주행이 불가능하면 뒷 차량에 상당한 민폐다.

차체 만큼의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중 언덕길에 진입했다. 언덕 중간에서 정차를 하니 역시 오토스톱 기능이 발휘된다. 다시 출발하려 하자 차량이 뒤로 한없이 밀린다. 50cm에서 1m까지 밀리는 느낌이다. 엔진이 정지된 상황에서 재시동이 걸리는 시간까지 중력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셈이다. 만약 이 차를 가지고 운전면허시험장에 들어갔다면 분명 불합격이 됐을 법한 상황이다.

기자의 당황스러움은 고스란히 뒷 차 운전자에게 전해진다. 뒷 차가 차간거리를 이전보다 5배 가량 넓힌 채 눈치를 살핀다. 후방거울을 통해 겁먹은 뒷 차 운전자의 모습이 비춰진다. 등판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은 얻었지만 진땀 흘린 주행이었다.
 

 
고속 주행도 가능, 안정감은 부족
이번에는 가속력을 시험하기 위해 이른 아침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를 찾았다. 차량이 없어 테스트 하기에 그만이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이내 가속페달을 밟았다. 순간 가속력은 떨어지지만 속도가 붙으면 여느 차량에 뒤쳐지지 않는다. 시속 180km도 어렵사리 이를 수 있다. 20마력의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배기량 1339cc에 94마력의 엔진이 강력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복병은 바람이었다. 영종대교를 건너는 동안 세찬 바람에 맞아 차체가 흔들렸다. 측면으로 불어오는 광풍인 듯 했다. 차량이 붕 떠서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속도를 100km 이하로 줄이자 흔들림은 줄었다.

불규칙한 테스트 드라이빙을 한 탓인지 실제 연비는 13.5km/l가 나왔다. 아무리 연비가 뛰어난 하이브리드 차량이라 하더라도 험하게 운전하면 휘발류 차량만도 못하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2010년형 시빅 하이브리드는 기존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DMB 내비게이션을 기본 사양으로 장착했고, 전용 색상으로 스펙트럼 화이트 펄의 차량 색상이 추가된 정도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378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