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처럼 7월에 정기인사를 단행하는 경우가 간혹 있으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12월을 다음연도 경영을 위한 인사배치를 마무리하는 시점으로 삼는다.
2010년 재계 연말인사의 '3가지 키워드'를 짚어본다.
Keyword 1 : 3세, 줄줄이 날개 달까?
‘삼성, 이재용 시대 개막!’
올 연말인사의 하이라이트로 떠오른 것은 역시 삼성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다.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참관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주저없이 “예”라고 답했다. 승진에 대한 결심을 굳혔다는 의미다.
이미 올해 초부터 각종 대외행사에 참석하면서 존재를 부각시켜 왔던 이재용 부사장인데다, 이건희 회장의 ‘확인멘트’까지 나온 만큼 이 부사장의 승진은 기정사실이 됐다.
이 부사장과 더불어 삼성의 경영권 승계 대열에 합류한 모양새인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의 승진 여부도 관심사다.
특히 이부진 전무는 지난해 9월부터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부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전무자리를 꿰차면서 그룹 내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어 연말 승진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서현 전무 역시 올 들어 패션 미래사업 발굴과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에 공을 세운 만큼 이재용, 이부진과 함께 삼성 3세 경영의 한 축을 ‘승진’과 함께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기아차그룹에선 ‘원톱’ 정의선 부회장 체제로의 집중이 관전포인트다.
지난해 8월 현대차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아버지 정몽구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기 시작한 정 부회장은 지난 2000년 입사 1년만에 현대차 이사, 2003년에는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사장을 거쳐 지난 2005년부터 기아차 사장을 맡아왔었다.
따라서 10년 만에 부회장 자리까지 올라온 그가 그룹 인사권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가 이번 인사과정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진그룹(대한항공)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맏딸 조현아 전무와 장남 조원태 전무, 조현민 팀장의 승진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조원태 전무는 이미 최고경영자(CEO) 수업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조현아 전무도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맡는 등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돌입했다. 최근 3년째 연말 인사를 통해 조현아, 조원태 두 후계자의 승진 행진이 이어졌다는 점이 이들의 승진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형제의 난’의 진통을 극복하고 박삼구-박찬구 회장이 복귀한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선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상무와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보의 승진여부가 관심사다. 올해가 계열분리의 원년이 되는 만큼 금호가 3세의 인사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효성그룹에선 조현준 조현문 조현상 3형제가, LG그룹에선 지난해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 구광모 LG전자 과장의 승진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eyword 2 : 문책, 실적 앞에 장사없다?
연말인사에서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저조한 실적에 따른 문책성 인사다.
가장 큰 문책성 인사가 예상되는 그룹은 LG다. 주력계열사인 LG전자의 부진이 진원지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에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데 이어 3분기에도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을 맞았다.
지난 9월 CEO인 남용 부회장이 임기 도중 전격 사퇴하면서 오너 일가인 구본준 부회장이 그 자리에 앉았고, 사업본부장 5명 중 2명도 뒤따라 바뀌는 등 인적 쇄신이 이미 한차례 진행됐다. 이번 연말 인사에서도 인력 재배치, 조직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식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TV와 휴대폰 분야에서 문책성 인사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올해 인사에서 큰 폭의 쇄신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바 있다.
현대건설 인수에 끝내 실패한 현대차그룹의 연말 인사에서도 부분적인 ‘문책성’ 인사가 예상된다. 요직에 앉은 임원 중 적지 않은 수가 세대 교체될 것이라는 설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대차그룹측은 "올해도 전년과 같은 수준의 인사를 할 계획"이라며 “문책성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Keyword 3 : 동중정(動中靜), 롯데 신세계 ‘그냥 버틴다’
유통업계의 ‘빅3’로 꼽히는 롯데쇼핑과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의 연말인사는 큰 ‘폭풍’없이 오너 중심의 ‘친위 체제’를 견고히 하는 차원에서 조용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경우 신격호 회장의 차남 신동빈 부회장이 이미 그룹 후계자 자리를 굳힌 가운데 임원인사가 다른 회사보다 조금 늦은 내년 2월경이라 아직 인사에 관한 동향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신 부회장이 '글로벌 롯데'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며 해외 인수합병(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글로벌 인재 중심의 영입이 소폭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도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해 말 총괄대표이사를 맡은 이래 그룹의 경영 전반에 걸쳐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상태임을 감안할 때 큰 폭의 인사없이 친위대 강화 차원의 조직 재정비 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 부회장과 함께 전면에 나선 박건현 백화점 부문 대표, 최병렬 이마트 대표가 부임한 지 1년밖에 안 되는데다 각 부문 실적도 기대 이상이어서 정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3각편대‘가 내년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7년 말 최대주주인 정지선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친위 체제를 굳힌 현대백화점 그룹도 이미 박광혁 영업전략실장과 강대관 현대HCN 총괄 대표의 부사장의 승진 등 20명 규모의 소폭 인사를 마친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인사조치 없이 오너 체제를 견고히 하는 경영전략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왜 7월에 정기인사를 했을까?
재계에서는 다들 '연말인사' 시즌이라고 하지만 올해부터 두산그룹은 열외다. 두산은 통상 12월에 발표하던 정기 인사를 올해는 지난 7월에 단행했다. 앞으로 7월 인사 시스템을 정착시킬 방침이다.
두산은 지난 7월 정기인사와 함께 임원직급체계도 직무 중심으로 개편했다. 기존 연공과 타이틀 중심의 직급체계를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직무 중심으로 바꾼 것이다. 새 직급체계를 통해 기존의 사장, 전무, 상무는 BG장, 부문장으로 바꿔 불리고 있다. 승진의 개념 역시 직급 상승이 아니라 가치가 높은 상위 직무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두산은 왜 휴가철을 끼고 있는 여름 한 복판인 7월을 그룹 정기인사의 적기로 봤을까? 두산이 밝히는 이유는 업무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서다. 연말인사로 사람이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새로 온 사람은 앞 사람이 짠 새해계획을 다시 검토하고 조정하느라 몇개월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두산 관계자는 “12월에 정기인사를 하게 되면 바뀐 사람이 앞선 담당자들의 사업계획을 다시 검토하고 분석하느라 진땀을 빼곤 한다"며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업무의 연속성을 기하기 위해 인사 시즌을 여름으로 앞당겼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