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저축은행을 구할 특급 소방수로 부상해 은행계 저축은행 시대가 다시 열린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5일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언급하면서 각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태는 당국의 방침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무분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불거진 저축은행들의 부실 문제와 신인도 하락 파장을 수습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도 당국에서 요구하는 서민금융 강화를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다.
 
특히 지난 1월14일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에 대해 예금보험공사가 발빠르게 매각 입찰공고를 냄에 따라 은행계 저축은행 시대는 생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삼화저축은행 입찰에 최소 2~3개의 금융사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의 저축은행 소유가 그리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지금은 SC제일은행 한 곳만 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많은 은행들이 신용금고(현 저축은행)를 거느리고 있었다. 1996년 말 전국 230여개 신용금고 중 은행계열은 24개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은행계열 신용금고는 ‘부실의 대명사’였다. 현재 은행 자회사였던 저축은행은 3개사만 남아 있다.

현 금융지주 기준으로 가장 많은 신용금고를 갖고 있던 곳은 KB금융. 옛 국민은행은 전국에 7개의 신용금고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 부국금고는 2000년 한솔금고(현 HK저축은행)에서 인수했다. 한솔금고는 부국금고 인수로 업계 1위로 올라섰지만, 부국금고의 막대한 부실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밖에 대구국민, 부산국민, 전남국민 등은 은행에서 흡수 합병했다. 옛 주택은행도 주은영동・주은금고를 갖고 있다가 흡수합병했다.

하나금융은 2개의 신용금고가 있었다. 1999년 합병한 보람은행이 보람금고를 보유하고 있었고, 2002년 합병한 서울신탁은행은 서은금고를 두고 있었다. 서은금고는 하나은행이 인수하기 전 매각됐다. 서은금고는 현재 프라임저축은행이다. 보람금고는 은행계열 신용금고 중 거의 유일하게 부실이 없던 곳이었지만, 보람금고를 인수합병한 다른 금고가 퇴출되면서 함께 사라졌다.

신한은행은 신은금고를 보유하고 있었다. 신은금고는 텔슨전자에 매각됐다가 현 신라저축은행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금융은 옛 한일은행의 자회사였던 한일중부금고를 한빛은행 시절 은행과 합병했으며, 자회사인 광주은행이 갖고 있던 광은금고도 은행에 합병 조치 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관계자는 “당시 은행계열 신용금고는 은행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부문을 떠안는 영업, 즉 소매금융이 아닌 도매금융을 했기 때문에 부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금융시장 및 감독기능이 당시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금융지주가 저축은행을 인수해도 과거와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업계 전반의 발전과 신뢰도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