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파트를 추천해 달라고 할 때, 모든 것을 다 충족시켜주는 아파트를 바라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이는 마치 돈 잘 벌고, 직업 좋고, 학벌 좋고, 인물 좋고, 키 크고, 성격 좋고, 착한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다 충족시켜주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드물 뿐 더러, 설사 있더라도 그 사람이 자신을 배우자로 원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학군 좋은 아파트 vs 직장 가까운 아파트
환경이 쾌적하고 건강에는 좋은데 지하철역이 근처에 없고 편의성이 떨어지는 아파트도 있으며, 미래 투자가치는 좋은데 집이 낡고 지하주차장이 없는 등 살기에는 불편한 아파트도 있다. 한강변아파트가 조망권은 좋은데 대기오염과 소음에는 취약하고, 초고층아파트도 조망권은 좋은데 건강면이나 안전성에서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하여튼 모든 것을 다 충족시켜주는 아파트는 현실적으로 드물 뿐더러 설사 있더라도 자신이 구입하기 힘들 정도의 높은 가격이라서 아무 의미 없다. 원하는 요소들을 적당한 선에서 절충하던지, 가장 중요시여기는 요소들을 취하고 다른 것은 포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잘 아는 지인은 많은 사람들이 학군을 가장 중요시여기는 것과는 달리 학군을 포기했다. 그도 10년 넘게 살고 있는 현재의 집을 구입하기 직전, 유명학군의 특정 아파트를 골라서 진지하게 고려했다. 그 아파트 가격은 지금까지 매우 많이 올랐으므로 그 당시 그 아파트를 샀으면 재산이 훨씬 더 크게 늘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학군을 택할 때 희생하게 되는 것들을 고려해 차라리 학군을 포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출퇴근에 시간이 별로 들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이 출퇴근에 들이는 시간만큼을 가족들과 더 많이 보낼 수 있는 집, 그럼으로써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써 줄 수 있는 집, 학군은 별로지만 도보거리에 도서관이 있어서 아이들이 도서관에 자주 갈 수 있는 집, 모시고 사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나들이를 쉽게 할 수 있는 집, 지하철역과 버스노선이 여러개 근처에 있어서 평소 승용차를 사용할 필요성이 없는 집,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시설과 상가들이 주변에 가득하고 생활비가 적게 드는 집. 학군 대신에 바로 이런 것들을 선택했다.
그 집의 큰 아이는 공부를 잘 못해 그저 그렇게 대학에 들어갔고, 작은 아이는 공부를 잘해 대학에 잘 들어갔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당시 학군을 선택했을 때 과연 큰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됐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한다. 큰 아이가 학교 문제이거나 사교육 문제가 아니라 공부하는 자체에 관심이 적어 공부를 잘 못했던 것이라서 유명 학군에서 학교를 다닌들 공부에 관심이 높아질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집에 살면서도 큰 아이가 공부하는 것에 드라이브 걸다가 아이와 부모 갈등이 심해지고 아이의 스트레스만 더 심해졌던 적이 있었듯이 유명 학군에서는 반에서 상대적으로 더 뒤처지면서 아이의 스트레스만 더 심해졌을 것이다.
작은 아이는 고등학교 졸업 시 3년 전교수석을 했고 서울대에서 적성에 맞는 과를 들어갔으므로 유명 학군에서 살아서 특별히 더 잘됐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즉 학군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것들을 선택한 것이 아이 교육에서 특별히 손해나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출퇴근에 시간을 절약하는 만큼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서 부모자식 관계가 돈독해졌다.
애초 유명 학군의 아파트로 갔으면 아파트 가격이 더 크게 올랐겠지만, 가격이 저렴한 집을 선택하면서 대출을 받지 않아도 돼 이자비용이 절약됐고, 남는 돈으로 투자한 것은 수익이 생겨금전적인 보상도 어느 정도 있었다. 주거지로서 학군 선택이 어떤 아이에게나 효과가 있으리라고 섣불리 단정내리기도 힘들다.
사람마다 입장과 성향이 다르고 가정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므로 아파트 선택에서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선택이 정답이 되지는 않는다. 배우자 선택에서 누구에게나 똑같은 선택이 정답이 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과는 잘 살 수 있는 배우자가 자신에게는 잘 맞지 않는 경우가 흔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잘 맞지 않아도 자신과는 천생연분이 되기도 한다.
◆동판교 vs 서판교, 노원·창동역 vs 수락·불암산
똑같은 판교 안이라도 교통에 신경 쓰겠다면 동판교에서 살고, 환경에 신경 쓰겠다면 서판교에 사는 것이 낫다. 아이 사교육에 신경 쓰겠다면 판교 옆의 분당에 사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동판교는 신분당선의 판교역이 있어 강남으로 출퇴근하기 매우 편리하고 판교의 중심 상업지구가 위치해 편의성이 높다. 반면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분당내곡간도시고속화도로, 분당수서간도시고속화도로 등 여러개의 고속도로로 둘러싸여 있어 대기환경측면에서 매우 불리하다.
이렇게 많은 고속도로로 둘러싸여 있는 동네는 없을 것이다. 도시 대기오염의 가장 큰 비중은 자동차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많은 차량이 달리는 고속도로 주변은 대기환경에 가장 취약하다. 녹지가 많고 산이 인접해 있는 서판교가 환경면에서 우월하다. 아이 교육에 가장 신경을 쓰겠다면 건설된지 오래돼 아파트는 낡아가고 있지만 'SKY대' 합격비율이 높은 서현고와 분당고가 있고 학원가가 잘 발달해 있는 분당 쪽을 고려할 수 있다.
똑같은 노원구 안이라도 교통에 신경 쓰겠다면 노원역과 창동역 근처로, 환경에 신경 쓰겠다면 수락산이나 불암산 입구 쪽의 상계동으로, 아이 교육에 신경 쓰겠다면 중계동 은행사거리 근처로 아파트를 정할 수 있다.
노원역은 강북 시내로 가는 4호선과 강남으로 가는 7호선의 환승역이고, 역 근처에는 버스노선이 많다. 백화점을 비롯해 각종 편의시설들도 밀집해 있다. 창동역은 1호선과 4호선의 환승역이라서 강북 시내는 어디든지 전철 한번으로 갈 수 있다. 상계동 안쪽으로 들어가서 수락산이나 불암산 입구에서 산다면 환경이 좋고 매일 등산을 할 수도 있다. 아이의 대학 진학에 가장 신경을 쓰겠다면 '201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상위권에 들어간 영신여고와 서라벌고가 위치해 있고, 학원가가 잘 발달해 있어서 대치동이 아닌 소치동이라고도 불리는 중계동의 은행사거리 근처를 고려할 수 있다.
함께 생활하며 살아갈 배우자의 선택이나 가족이 직접 거주해야할 아파트의 선택에서는 남이 아닌 자신에게, 자신의 가정에 알맞은 선택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산상으로 계좌 속에 숫자로만 존재하는 예금이나 채권과 주식 같은 유가증권과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