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올라 서민 중산층 가계에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심각해 금융비용만으로도 허덕이는 가정이 한둘이 아닌데 여전히 우리의 소비생활에는 긴장감이 덜 하다.
상담이나 교육현장에서 만나본 많은 사람들은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대량의 식재료들을 냉장고에서 썩혀 버릴 때가 많다고 고백한다. 하나 더 얹어주거나 할인해서 판매하는 데 이끌려 대량 구매를 했지만 가족 수가 적거나 잦은 외식으로 식재료들을 충분히 소진하지 못하는 탓이다.
이에 따라 연간 18조원이라는 자원이 음식물 쓰레기로 폐기되며 처리비용도 연간 약 6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사회적 비용으로 따져봤을 때도 지나친 것은 물론이거니와 가정 경제의 건전성 측면에서도 비합리적인 재정운영의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소비의 방식과 습관이 낭비를 만들고 있음이 지적된다.
우리의 소비방식과 습관은 매주 대형마트를 통해 일주일치 식재료를 한꺼번에 대량 구매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그렇게 소비하는 것이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합리적 소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량으로 구매하게 되면 같은 제품이라도 할인받을 수 있고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카드 이용에 따른 할인 및 포인트 적립까지 챙길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할인된 제품을 사는 것이 소비에 있어 오히려 비합리성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할인제품은 사람에게 충동구매를 일으키기 때문에 실제 필요하지 않거나 선호하지 않는 것까지 구매해 보관만 하다 버려질 위험이 있다. 상식밖의 경제학 저자이자 듀크대학 교수인 댄 애리얼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시간제한 할인 전략은 감정을 고조시키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당신이 상품을 필요로 하든 필요로 하지 않든, 그것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제한 자체가 지금 당장 행동할 것을 재촉한다. 그에 대한 감정적 반응은 이렇다. '지금 당장 사야 해, 그렇지 않으면 다 팔릴거야.' 할인 구매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똑똑하고 현명하며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애리얼리 교수의 말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상당수도 대형마트의 할인코너에서 이와 같은 감정을 경험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단순히 추론으로 그치지 않는다. 신경학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제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뇌가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고가의 제품을 보면 동정, 죄책감, 굴욕감, 자부심 같은 사회적 감정을 관장하는 뇌섬엽(insula)이 활성화 된다고 한다. 뇌섬엽이 활발해지면 상대적으로 구매행위가 적어진다. 반대로 저렴한 제품을 보면 측좌핵 내의 도파민계가 활성화되는데 이것은 먹고 마시고 성관계를 하도록 우리를 자극한다. 애리얼리 교수는 "우리의 측좌핵은 할인제품에 직면하면 아마도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환하게 켜질 것이다"고 말한다.
할인제품의 또 다른 문제는 일종의 패러독스다. 할인제품을 보고 흥분을 해 구매했지만 정작 그 제품의 가치에 대해서는 평가절하 한다는 것. 따라서 소홀히 다루기 쉽다. 어느 상담자는 유기농 매장에서 한단에 4000원인 파를 사고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물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건강에 유익한 제품이라는 생각에 파의 뿌리까지 말려서 이용하는 등 파 전부를 제대로 소진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싸게 구매한 제품은 조금만 시들어도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지 않는가.
좀 더 비싸게 구매한 제품이 절약에 더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무조건 싼 제품을 대량으로 사는 소비습관 대신 필요에 따라 좀 더 제대로 된 가격을 지불할 때 우리의 소비 생활이 더욱 건강해질 뿐 아니라 환경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싼 게 비지떡인 이유
에코라이프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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