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아빠는 어떤가? 특히나 아빠와 딸 사이는?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듣자마자 눈물이 나거나 가슴이 뻐근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빠와 아들만이 느낄 수 있는 동질감 그런 것도 없다. 딱 떠오르는 건 <심청전>정도? 아빠와 딸이 서로를 애틋해하지 않아서 그런걸까? 당연히 아니다. 문제는 표현이다.
◆딸을 구하는 아빠의 영웅담 <테이큰>
2년 전 개봉한 영화 중에 <테이큰>이란 작품이 있다. 전직 특수요원이었던 아빠가 딸을 납치한 인신매매조직에 맞서 혈혈단신 고군분투 끝에 딸을 되찾는 내용인데, 리암 니슨의 절도 있는 액션과 스릴감 넘치는 화면으로 꽤 재미있게 봤던 영화 중에 하나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건 흥미로운 내용은 둘째 치더라도 영화를 다 보고 나오던 여자아이들의 말이었다. 우리 아빠랑은 완전 다르다. 우리 아빠도 저럴 수 있을까? 우리 아빠였으면 좋겠다. 설마 내 딸도 저렇게 말하는 건 아니겠지…. 필자 또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둔 아빠로서 이건 좀 섭섭한 말이었다.
대한민국 아빠들이 다소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워 보일 순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딸에 대한 사랑은 세상 모든 아빠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내딸이 납치를 당했다면 영화 속 주인공과 똑같이 했을 것이다. 경찰도 포기하고 단서조차 없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을 것이고 할 수만 있다면 도청도 하고 악당들과 싸움도 했을 것이다. 다만 영화에 나오는 멋진 특수요원이 아니라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것만 다를까? 그래서 딸 가진 아빠들은 모두 특수요원이라도 하라는 거냐고? 아니다. 결론은 딸이 내 곁에 있을 때, 만난 지 몇년 되지도 않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어떤 놈(?)에게 시집간다고 하기 전에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딸들도 아빠의 마음을 안다.
◆'딸바보' 이건희 회장
신조어 중에 ‘딸바보’라는 말이 있다. 딸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빠들 그래서 그 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그런 이들을 보고 '딸바보'라 부르는데, 아빠들이여 오늘부터 이 딸바보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쑥스럽고 부끄럽다고? 아니 그럴수록 더 표현하고 자랑하고 주위에 알려야 한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작년 초 이건희 회장은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습니다"라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이부진 이서현 두 딸들의 손을 잡고 나타난 적이 있다. 공식석상에서 향후 딸들의 '경영인' 역할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낸 것이다. 이후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행사 등에서도 딸들과 같이 참석했는데 그 결과는 작년 말 삼성의 임원인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큰아들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전무와 큰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가 각각 사장으로 수직상승하면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 특히 이부진 당시 전무는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겸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사장 그리고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고문도 겸하면서 한층 더 커진 맏딸의 역할을 대내외적으로 알렸다. 이후 둘째딸인 당시 제일모직, 제일기획 이서현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바야흐로 삼성가 두딸들의 전성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둘째딸 이서현 부사장과 제일모직
삼남매의 승진 이후 주식시장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제일모직이다. 그래서 이번엔 딸바보 이건희 회장의 둘째딸, 이서현 부사장이 진두지휘하는 제일모직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볼까 한다.
제일모직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그 시작은 의류업이었다. 물론 지금도 빈폴, KUHO, FUBU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의류부문은 30%에 불과하고 그보다는 연평균 5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전자재료업체로 이해하는 것이 마땅하다. 삼성그룹의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삼성전자이고 삼성전자의 핵심은 역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그리고 통신기기분야다. 그리고 여기에 없어서는 안 될 각종 소재, 즉 반도체 패터잉소재와 아몰레드 유기물질분야의 핵심기업이 바로 제일모직인 것이다. 패터잉소재의 경우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시작된 이후 시장점유율이 벌써 50%를 넘어섰고, 2011년에도 매출이 50% 이상 증가될 것이라고 하니 전자재료업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음을 알 수 있다.
30%를 차지하고 있는 의류분야 또한 탄탄하다. 이서현 부사장 본인이 미국의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패션니스타로 오래 전부터 삼성그룹에서 의류분야를 담당해 왔음을 기억하자. 얼마 전에는 '한국 패션의 새로운 방향 모색'이라는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잠재력 있는 디자이너들은 많지만, 아직까지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없어 속상하다”며 “4~5명의 스타급 디자이너를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해 변함없는 패션에 대한 열정과 소신을 피력했다.
물론 제일모직의 급속한 성장에는 삼성전자라는 확실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힘들면 언제라도 손 내밀어 줄 아버지가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 삼성전자의 최대 투자처인 디스플레이부문 투자(디스플레이 11.5조 vs 반도체 10.3조)가 제일모직에게 또 한번의 도약을 가져다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디스플레이 투자 중 절반가까이가 바로 아몰레드 관련 투자이고 그 분야의 핵심은 제일모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포인트는 제일모직이 가지고 있는 각 기업들에 대한 지분가치도 하나의 보너스라는 것이다. 물론 증권사의 모든 애널리스트들이 매수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삼성전자의 후광을 분명히 받고 있는 제일모직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고 목표주가는 대부분 14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했으면 한다.
이건희 회장의 딸 사랑은 유명하다. 하지만 사랑만으로 안 되는 일도 분명히 있다. 이제 막 세계무대에 등장한 딸들이 잘 해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버지가 아니라 그녀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버지는 말없이 지켜보고 응원해주고 격려해줄 따름이다. 그리고 이런 건 대기업 회장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같은 보통의 평범한 아빠들도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딸들을 대놓고 사랑하자. 남들이 딸바보라고 하든지 말든지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맘껏 칭찬하고 예뻐하고 자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