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얼마나 남아?"
 
신규사업에 대한 보고서를 검토하고, 회의를 진행하고, 실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든 CEO의 입가에 항상 맴도는 말이다. 어쩌면 기업의 모든 활동이 이 한마디와 연결될 지도 모른다. 모든 기업활동은 숫자로 정리돼 재무재표에 기록되기 때문이다. 당기순이익이라는 항목은 결국 "그래서, 얼마 남았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일을 하는 과정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그 숫자가 좋으면 위안이 되고 보람을 느낀다. 너무나 즐겁게, 열심히 일을 했는데 그 숫자가 적자라면? 힘이 빠진다. 숫자 하나에 주어진 기간 동안의 모든 항목이 평가 받는다고 생각하면 억울하고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골프라면 어떨까? 드라이버 스윙을 배우고 있다. 그립을 배운 후 어깨를 돌려서 몸통의 힘을 모아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나도록 휘둘렀다. "그래서, 뭐?" 공이 똑바로, 멀리 날아갔을까? 그것은 오랜 시간 연습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웬만해서 골프공은 똑바로 멀리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제 골프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드라이버는 허공을 가르고 공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도 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 허전할까? 아니다. 공과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한가지는 명확하게 남는다. 바로 '피니시'다. 그리고 피니시는 스윙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다.


균형 잡힌 피니시. 골프스윙은 1초라는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 짧은 순간에 온 몸의 모든 힘을 폭발적으로 사용한다. 그 힘이 효율적으로 공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스윙의 모든 과정에 균형이 잘 잡혀있어야 한다. 문제는 워낙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일이다보니 스윙의 과정을 보고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동영상을 찍어 보기도 하지만 매번 스윙모습을 찍는 일은 쉽지 않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스윙과정에서 일어나는 균형은 모두 피니시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피니시를 보면서 스윙과정을 평가할 수 있다. 피니시에서 균형이 잘 잡혀 있다면 일단 스윙의 모든 과정도 균형이 잡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피니시에서 자꾸 무너진다면? 스윙과정에서 무엇인가가 무너진다는 뜻이다. 그러면 스윙을 분석하고, 무너지는 요소를 찾아서 보완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피니시 자체의 균형을 잡으려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스윙과정의 오류가 스스로 교정되기도 한다. 마치 어린시절, 뭔지도 모를 하룻밤 속앓이를 통해서 몸의 면역력이 키워지는 것처럼. 스윙을 하고 흔들리는 몸을 잘 추스려 균형을 잡는 노력을 하는 것만으로도 스윙의 교정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급할 때는 골프선생님이 없어도 스스로 치유를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을 치자. 공이 날아가 땅에 떨어진 후 굴러서 멈출 때까지 피니시의 자세를 유지한 채 버티는 연습을 해보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좀 더 재미있게 연습하고 싶으면 스윙을 마친 후 클럽을 내려서 허리에 칼을 차듯이 동작을 이어가 보자. 균형이 무너지면 불가능하다. 이런 상상도 괜찮다. 지금 나는 화장품CF를 찍고 있다. 건강한 피부미인이 콘셉트다. 멀리서 골프스윙을 하는 모습을 찍고 피니시를 유지하고 있으면 카메라가 줌인 되어 내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을 것이다. 그러니 3초 정도는 버티고 서 있어야 한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좋은 피니시는 꼭 확보해야 한다.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그래서 뭐가 남았을까? 공이 멀리 똑바로 날아갔다면 그것은 대박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대박이 오지는 않는다. 그래도 매번 스윙을 할 때마다 균형 잡힌 피니시를 남길 수 있다면 그 스윙은 점점 대박을 향해서 나가고 있다고 이야기해도 된다. 그게 골프CEO의 대박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