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개의 화두는 다름 아닌 ‘상생’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대기업은 중소기업 및 협력업체로부터 안정적인 부품과 지원을 공급받아야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축적된 기술력을 전수받아 함께 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아젠다는 지난해 열린 'G20 비즈니스 서밋'과  청와대가 주최한 '동반성장 대책회의'를 계기로 공론화되고 자리 잡았지만 사실 필자는 이 상생이란 말을 들으면 왠지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상생이 과연 가능할까? 오래전부터 이들의 관계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상호보완적이라기 보단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일방적인 자금 지원에 집중되어 왔기 때문이다.
  
자금력이나 사업규모, 경영 노하우 면에서 월등히 앞서있는 자가 뒤에서 쫓아오는 이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을까? Give and take가 확실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결코 바랄 수 없는, 그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꿈같은 일이 아닐까?
 
◆현 풋볼스타 실화를 담은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작년 이맘때쯤 개봉한 <블라인드 사이드>란 영화가 있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여배우 산드라 블록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마약중독자인 엄마와 헤어져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흑인 사생아가 착하고 정이 많은 백인부부를 만나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되고 이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본인에게 잠재되어 있던 미식축구의 재능을 발견해 프로선수로 성장하고 성공하는 내용의 영화다.
 
얼핏보면 뻔하디 뻔한 자칫 백인우월주의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이 영화는 북미 개봉 3주차 되던 날 당시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던 <뉴문>을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에서도 개봉 후 포털사이트 네티즌 평점 9.34를 기록하며 역대 영화평점 순위 1위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이렇게 상투적인 이야기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벌써 눈치 챈 이들도 있겠지만 <블라인드 사이드>는 현재 프로 미식축구의 스타플레이어가 되어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주 공격라인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담아낸 영화다. 만들어낸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게 첫번째 감동을 포인트라면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이클의 양부모를 자처한 리앤과 숀 부부가 마이클을 도와주는 방식에 있다.
 
부자 백인이 가난한 흑인을 물질적으로 도와주는 일은 충분히 그럴 수 있고 또 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개인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발견하고 독립된 주체로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쉽지 않다.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하며 헌신과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 자식에게도 하기 어려운 일은 리앤과 숀 부부는 묵묵히 해냈고 그 과정에서 피부색을 떠난 인간존중의 단면을 보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감동하는 것이다.
 
단순한 자금지원이 아닌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걸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상생의 핵심인데 사실 이러한 예 자체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잘 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사업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가기 위해서 상호협력의 정신으로 중소기업에 지분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면 말 그대로 상호협력이 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지분투자를 받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할 수 있고, 경영노우하우는 물론 기술지원도 기대할 수 있도록 또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지분투자를 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자원, 부품, 원자재 등을 조달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삼성전자의 상생 파트너 에스에프에이
 
이런 의미에서 삼성전자가 작년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의 대표격인 에스에프에이에 10% 지분투자 한 것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
 
LCD/OLED 자동화설비, 물류장비, 전공정장비 등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에스에프에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투자는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도 디스플레이 대규모 투자에 필수적인 전 공정 분야의 지원을 확실히 받을 수 있고 에스에프에이 입장에서는 대규모 수주와 매출 증가를 이뤄낸 것이다.
 
2010년에만 7500억원의 신규수주를 달성한데 이어 올해도 9000억~1조원을 상회하는 수주가 예상된다는 것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한결 같은 전망인데 수주가 늘어나면 당연히 매출도 증가하게 된다. 에스에프에이는 2010년 30%의 매출 증가에 이어 올해는 무려 100%가 넘는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데 영업이익 또한 작년과 올해 각각 120%, 250%씩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이렇게 실적이 좋아지면 연구개발과 재투자가 늘 것이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여기에 삼성과의 협력관계는 회사의 국제적인 신뢰도를 높이는데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 또한 에스에프에이가 신기술 개발과 축적된 경영 노하우를 익히는 데 도움을 줘야 함은 물론일 것이다.
 
사실 에스에프에이를 본 연재에서 처음으로 다룬 것은 아니다. 작년 12월 '2011년을 빛낼 슈퍼스탁 11개'를 선정 발표한적 있는데 그때 당당하게 한자리를 차지했던 것이 바로 에스에프에이였다. 운이 좋았는지 모르지만, 연재이후 딱 한달 만에 주가는 45%나 급등한 이후 현재는 다소 소강상태다.
 
4월 현재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목표주가는 대략 7만원 후반대에서 8만원 사이다. 최근 주가가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대형주에만 관심이 많은데 코스닥이라고 해서 애당초 관심을 두지 않는 독자들도 에스에프에이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 바란다.